[KtN 기획] TMS에서 HIFU까지, 전자약의 소비시장 진입 전략
리메드는 어떻게 병원 너머의 시장을 설계했는가 [BioBeauty Series 1-②] 의료기기에서 뷰티산업으로 – 기술의 이동, 산업의 재편
[KtN 임우경,박준식기자] 전자약(Neuromodulation Device)은 오랫동안 병원 중심 치료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우울증, 불면, 치매, 만성통증 등 명확한 의료 적응증을 기반으로 개발된 자기장 자극기기들은, 임상 데이터와 치료 기준을 중심으로 의료 현장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리메드는 전통적 기술 활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왔다. 가장 상징적인 전환점은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경두개 자기자극기)와 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고강도 집속 초음파) 기술의 병원 외 진입이다. 리메드는 기존의 병원용 기기 개발 경험을 토대로, 가정용 TMS 제품과 HIFU 기반 에스테틱 장비 Cleo V1을 연이어 시장에 진입시켰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유통 채널 전환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재설계’에 가깝다. 전자약의 소비자 시장 진입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을 필요로 한다. 첫째, 의료기기로서의 효과가 소비자에게도 직관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복잡한 의료 행위가 아닌, 반복 가능한 자기 관리 도구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의료적 권위가 ‘사용 경험’이라는 감각적 만족으로 번역 가능해야 한다.
리메드는 이 조건을 치밀하게 구축해왔다. 기존 TMS 장비의 자극 빈도, 강도, 시술 시간을 가정용에 맞게 변형하고, 사용자 UI를 단순화했다. ‘BrainStim 100’이라는 포터블형 웨어러블 TMS는 임상 치료 기기의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휴대성과 반복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리메드는 일본과 미국에서 B2C 시장 진입을 위해 가정용 TMS의 법적 기준과 시장 기대치를 동시적으로 만족시키는 제품 설계를 시도해왔다.
HIFU의 경우, 더 빠르게 소비자 시장에 도달했다. Cleo V1은 고강도 초음파를 특정 피부층에 집속시켜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미용 시장에서 이미 일정한 수요가 검증된 기술이다. 그러나 리메드는 HIFU를 단순 미용기기로 파는 대신, 의료기기 수준의 정밀성과 ‘임상적 효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산업적 판단이자 전략적 배치다. 미용 소비자는 점점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기 효능의 출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리메드는 자사의 의료기기 인증을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하면서, 뷰티 브랜드가 줄 수 없는 ‘기술적 신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기능 중심의 판매에서, 기술 중심의 브랜드 전환을 가능하게 만든다.
리메드의 전략은 여타 전자약 기업과는 다르다. 다수의 의료기기 제조기업이 여전히 보험급여나 병원 수요에 의존한 제품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리메드는 ‘병원에만 갇혀 있는 기술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의료기기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
단순히 ‘시장 확대’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전자약 기술은 본질적으로 ‘일상 반복 사용’이 효능을 결정짓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TMS와 HIFU 같은 기술은 오히려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B2C)에서 더 높은 치료 지속성과 만족도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에는 위험도 따른다. 의료기기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 사용자 오용, 기대 효능과 체감의 괴리 등은 브랜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리메드는 ‘기술 기반 브랜드’로서 그 리스크를 감당하고 시장을 재구축하는 길을 택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단순한 수익 증대를 넘는 구조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리메드의 전체 수익 중 해외 매출 비중은 80%를 넘어서며,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의 B2C 진출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 태세를 갖추며, 향후 글로벌 실적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 병원 유통망에 더해, 온라인 직판 채널, 글로벌 박람회, SNS 기반 타겟 마케팅이 리메드의 시장 접점을 확장시키고 있다.
TMS와 HIFU는 서로 다른 기술처럼 보이지만, 리메드의 전략 아래서는 공통된 ‘전이 구조’를 갖는다. 병원 중심 기술을 탈중심화하고, 신뢰의 구조를 소비시장에 이식하며, 소비자에게 자기관리형 의료기기를 경험하게 만드는 경로다. Cleo V1과 BrainStim 100은 바로 그 전략의 전선에서 작동하는 핵심 기기들이다.
기술은 결국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 리메드는 이 질문에 대해, ‘소비자에게로’라는 명확한 답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한 의료기기의 시장 전개가 아니라, 의료기기라는 기술언어가 ‘소비의 문법’ 안에서 어떻게 다시 쓰이는가에 대한 탐색이다.
이제 리메드는 병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전자약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이 변화는 리메드 한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뷰티 산업, 헬스케어 산업은 결국 소비자 일상으로 기술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이다. 리메드는 그 선두에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