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패션리포트①] 회복과 재편의 시작 — 베트남 패션 시장의 구조와 성장 메커니즘

2025-07-22     임민정 기자
베트남 패션 시장의 구조와 성장 메커니즘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2025년 현재 베트남 패션 시장은 팬데믹 이후의 회복 국면을 지나 구조적 재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외형적 성장은 지속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소비 양식의 전환, 유통 채널의 재조정, 브랜드 지형의 다극화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비즈니스센터가 발간한 「2025년 베트남 콘텐츠 산업동향 10호」에 따르면, 베트남 패션 산업은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 생태계 재구조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35억 달러 시장의 현재와 미래

2022년 기준 베트남 내 패션 제품 판매량은 약 400만 점, 시장 규모는 약 66,000억 동(25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15% 하락한 수치였으나, 금융 데이터 플랫폼 FiinGroup은 2025년 시장 규모가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9~10%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베트남 패션 산업은 이미 글로벌 섬유·의류 수출국 3위의 생산 역량을 갖춘 가운데, 내수 소비 시장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다중 유통 구조: 브랜드 20%, 무명 80%

베트남 패션 시장의 구조적 특성은 ‘중소 브랜드 중심’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Euromonitor가 추산한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Zara, Uniqlo, H&M, 베트남 대표 브랜드 비엣띠엔(Viet Tien), IVY Moda, Canifa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무명 브랜드, 개인 소호점, 맞춤 재단, 재래시장 등을 통해 충족되고 있다. 이는 대형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타 국가와 명확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대중적 가격대, 현지 취향, 일상성에 기반한 소비는 베트남 패션의 핵심이다. 동시에,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점포당 매출이나 운영 효율성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브랜드의 매장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로컬 브랜드 선호’라는 새로운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온라인으로의 기울어진 축

2024년 상반기 기준,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패션 부문은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1~5월 누적 온라인 매출은 2조 9,000억 동(약 1억 1,150만 달러), 출고된 상품 수량은 3억 3천만 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77%의 성장을 보였다. 특히 남성복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50.34%로, 여성복(28.95%)보다 높게 나타났다.

Shopee, Lazada, Tiki 등 종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시장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라이브커머스와 KOL(Key Opinion Leader) 중심의 소비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급성장 이면에는 할인경쟁 심화, 브랜드 수익성 악화, 고객 데이터 부족이라는 이중 구조의 문제가 공존한다. 2024년 들어 일부 로컬 브랜드가 점포를 줄이거나 폐업을 선언한 배경에는,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유통 전략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짝퉁 단속, ‘공식 브랜드’ 중심의 구조 전환 가속

2023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위조상품 단속에 나섰다. 2025년 6월까지 3개월간 7,000건 이상, 약 800만 달러 상당의 위조 제품이 적발되었으며, 특히 사이공 스퀘어와 같은 ‘짝퉁 밀집지역’은 집중 단속 대상이 되었다. 호치민 중심가의 거리와 쇼핑몰에서 짝퉁 판매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지 보도는, 베트남 패션 시장이 비공식 유통에서 공식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속 강화는 정품 유통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가짜 상품과의 가격 경쟁 없이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곧 내수 시장의 신뢰 회복과 프리미엄 소비의 토대를 제공한다.

‘Made in Vietnam’에 대한 자부심

로컬 브랜드의 부상은 구조적 변화 이상의 문화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애국 소비와 가성비를 동시에 추구한다. 남성 의류 브랜드 쿨메이트(Coolmate)는 제품 라벨에 “Proudly Made in Vietnam”을 새겨넣어, 해외 브랜드들이 실제로는 베트남에서 제조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일자리 감소로 구매력이 하락한 MZ세대는 ‘합리적인 가격의 로컬 브랜드’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친환경 섬유, 전통 의복의 현대적 재해석 등 디자이너들의 실험도 소비자에게 수용되고 있다.

구조적 이중성, 변화의 역동성

베트남 패션 시장은 지금, 이중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표준을 형성하는 전환기의 중심에 있다. 글로벌 SPA와 내수 브랜드, 오프라인과 온라인, 짝퉁과 정품, 무명과 공식 브랜드가 경쟁하는 복합 지형 속에서 베트남 소비자는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성장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시장의 핵심은 ‘누가 변화의 방향을 선점하느냐’에 있다. 한국 패션 기업이 이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