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패션리포트③] 로컬에서 글로벌로 — 베트남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전략

2025-07-22     임민정 기자
베트남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전략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베트남 패션 산업의 진화는 단순한 내수 확대를 넘어, 로컬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OEM·ODM 중심의 생산기지로만 인식되던 베트남은 이제 자국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브랜드 수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요디(Yody), 비엣띠엔(Viet Tien), Gia Studios 등 대표 로컬 브랜드들은 기술, 디자인, ESG, 플랫폼 전략 등 다층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진출 방식은 단순한 수출이 아닌, 베트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교하게 구축하는 문화적 확장의 과정이다.

요디(Yody) — 지역 강자에서 글로벌 생활 브랜드로

요디는 2014년 설립된 베트남 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2025년 현재 전국 270개 매장을 운영하는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요디는 패스트패션 대신 일상성과 지속가능성에 주목했으며, 기능성 원단(S’Cafe, Coolmax 등)을 직접 개발해 의류에 적용하면서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 태국 방콕에 2024년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말레이시아·미국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요디는 단순한 저가 전략을 지양하고, 기술과 브랜드 스토리를 앞세운 ESG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베트남 제품을 세계로”라는 슬로건은 단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고도화된 로컬 생산역량을 자부하는 브랜드 철학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고객 피드백 시스템, 친환경 라인 강화, 기능성 상품군 확대는 요디가 단기간에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한 이유이자 글로벌 진출의 핵심 전략이다.

비엣띠엔(Viet Tien) — 전통에서 구축된 신뢰의 힘

1975년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비엣띠엔은 베트남 내 1,300개 이상의 매장과 대리점을 보유한 대형 기업이다. 남성 셔츠와 정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라인을 다각화한 비엣띠엔은 여러 세대에 걸쳐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기업이다.

글로벌 광고전문지 Campaign Asia가 발표한 ‘동남아 인기 패션 브랜드 Top 10’에서 비엣띠엔은 유니클로, 나이키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이는 내수 기반의 브랜드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반영한다. 아직 해외에 독립 매장을 구축하진 않았으나, 수출 인프라와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한 인접 시장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ia Studios와 Subtle Le Nguyen — 하이엔드 전략과 플랫폼 활용

디자이너 람 지아 카앙(Lam Gia Khang)이 설립한 Gia Studios는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섬세한 테일러링으로 홍콩 Lane Crawford, Ssense, Browns 등 고급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며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한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에까지 유통 범위를 넓히며,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Subtle Le Nguyen은 프랑스 패션 매거진 <마리 끌레르>에 소개된 이후, 2022년 파리 패션위크 기간 컬렉션을 전시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파격적인 마케팅 없이도 ‘베트남의 미니멀리즘’이라는 콘셉트로 고유의 브랜드 감각을 유지하며, Moda Operandi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패션위크 참여와 플랫폼 입점은 공간적 제약 없이 글로벌 하이엔드 소비자와 연결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K-팝 스타가 만든 브랜드 가속도 — 바이럴 기반 성장

베트남 로컬 브랜드 중 일부는 전통적 마케팅이나 유통망 대신, 한국 셀럽 착용을 기반으로 바이럴 인지도를 얻으며 국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엘소울(LSOUL)은 블랙핑크 제니가 착용한 스커트로 15분 만에 2,000장 완판을 기록했고, 이후 (여자)아이들 미연, 가수 아이유 등 여러 셀럽이 제품을 착용하면서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확산되었다. 엘소울은 이후 브랜드명을 ‘엘서울’에서 ‘엘소울’로 변경하고, 상하이 패션위크와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판시 클럽(FANCi Club)은 로제가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에서, 제니가 앨범 발표회에서 해당 브랜드 의상을 착용한 이후 글로벌 인지도가 폭증했다. Y2K와 섹시 감성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Bella Hadid, Olivia Rodrigo 등 팝스타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의 세 갈래

베트남 브랜드의 해외 진출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첫째, 내수 장악 후 역외 진출형이다. 비엣띠엔과 요디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한 후,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둘째, 패션위크 및 글로벌 플랫폼 활용형이다. Gia Studios, Subtle Le Nguyen 등은 물리적 매장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 전략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브랜드의 디자인·감성적 우위를 선보이는 데 효과적이다.

셋째, K-팝 기반 바이럴 성장형이다. 엘소울, 판시 클럽, 라룬, 붑베스 등은 SNS와 스타 착용을 통해 글로벌 팬덤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수출과 매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패션 수출국'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베트남 로컬 패션 브랜드는 이제 더 이상 내수 소비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브랜드 기획, 디자인 역량, SNS 기반 유통, 플랫폼 네트워크, ESG 감수성, 문화적 서사까지 결합하며 동남아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글로벌 무대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게 베트남 시장은 생산기지를 넘어 협업 파트너이자 트렌드 발신지로 진화 중이다. 현지 브랜드와의 콜라보, 이중국적 플랫폼 공동 진출, K-팝 기반 공동 마케팅 등은 향후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2025년, 베트남은 더 이상 세계의 봉제공장이 아니라 ‘브랜드 베트남’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