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Trend 2025⑨] ‘포스트 K-콘텐츠’의 전환점, 세계 시장은 여전히 한국을 기다리는가
[KtN 김동희기자] 2025년 7월, K-콘텐츠는 여전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위상은 예전과 다르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표되는 2020년대 초반의 돌풍 이후, 글로벌 시청자들은 K-콘텐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음은 무엇인가?”, “한국은 여전히 창조적인가?”, “K-콘텐츠는 K-드라마에만 머무를 것인가?” — 이 질문들은 단지 유행의 끝자락이 아니라, 세계 콘텐츠 산업 구조 속에서 한국이 놓인 전략적 분기점을 뜻한다.
넷플릭스의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오리지널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조회수와 신규 구독자 유입 효과는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평균 시청 지속시간과 시즌제 확장 가능성 지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한국 오리지널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콘텐츠는 JTBC 공동제작 드라마 『블라인드 하트』였지만, 미국, 유럽, 남미 지역에서의 반응은 단기적 폭발에 그쳤다. 시청자 반응은 “고유의 감정선과 촘촘한 구성은 여전하지만, 서사 방식의 진화가 더뎌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 내 경쟁 구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라는 신개념 장르를 통해 오리지널과 라이선스를 넘나드는 다층적 콘텐츠 구조를 확보했으며, 인도는 『Maharaj』와 『Mirzapur』, 『Criminal Justice』 등 복합서사 콘텐츠로 미국, 유럽 시청자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한국 콘텐츠는 여전히 '완결형 드라마' 중심의 구조를 고수하며, 확장성과 인터랙티브 서사에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시리즈 구조와 시즌제 몰입을 선호하는 현 구조에서, 한국형 단일 시즌·16부작 모델은 유리한 조건을 잃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전략적 변화 역시 한국 콘텐츠에 변화를 요구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모두 ‘멀티 시즌 시리즈형’, ‘글로벌 캐스팅 혼합형’, ‘IP 확장형’ 콘텐츠를 핵심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과 상당한 구조적 간극을 드러낸다. 예산 구조, 제작 스케줄, 유통 권리 문제에서 플랫폼 중심 제작 방식에 익숙한 미국, 인도, 터키 등의 시장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방송사–제작사 중심의 제작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은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후속 전략에서 불리한 위치로 작용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2025년 이재명 정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포스트 K-콘텐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콘텐츠 연계형 산업 생태계 조성’과 ‘융복합 IP 기반 공동 기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5년부터 ‘글로벌 시리즈형 콘텐츠 공동개발 펀드’를 신설하고, 미국, 인도, 동남아 주요 기획사와의 장기 협업을 통한 시즌제 기획 및 사전 제작 방식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 OTT 플랫폼과 방송사에 글로벌 기획 중심의 유통·투자 구조 개편을 유도하며, 단순 수출형이 아닌 공동 유통형 모델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CJ ENM은 ‘플래닛 IP 스튜디오’를 설립해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작가진과 공동 시리즈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외에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오리지널 시리즈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6년 론칭 예정인 10부작 글로벌 SF 시리즈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수출을 위한 제작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구조를 전제로 한 창작 생태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2025년의 한국 콘텐츠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포맷과 감정선, 정서적 코드에 머물며 기존 팬덤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사 방식과 제작 시스템을 재편해 '글로벌 스토리텔링 연합'의 일원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 포스트 K-콘텐츠는 더 이상 '한국 콘텐츠 다음 단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 콘텐츠 생태계에서 한국이 지속 가능한 서사국가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진화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