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③] 안전을 외면한 숫자들, SPC의 재무구조는 왜 위기를 키웠나

SPC삼립의 매출은 약 3조4,000억 원...영업이익률은 2.7% 2022년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률은 0.9% 파리크라상, SPC삼립, 샤니, SPL, 해피포인트, 비알코리아 등 계열사 간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

2025-07-28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 SPC그룹은 수익을 창출했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으며, 고정비를 낮추는 데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잇따른 사망사고는 이익이라는 숫자 너머의 공백을 폭로했다. 안전은 관리되지 않았고,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했으며, 위기의 구조는 이미 재무제표 곳곳에 내재돼 있었다.

2024년 기준 SPC삼립의 매출은 약 3조4,000억 원, 영업이익은 950억 원에 달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2.7%에 불과하고, 파리크라상·샤니·BR코리아 등 계열사 전반에서도 수익성은 악화 일로였다. 2022년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률은 0.9%로, 이미 ‘마진 없는 구조’에 진입했으며, 2025년에도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저수익 구조는 비용통제에 집착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안전투자는 지속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더 큰 문제는 유동성 구조였다. 2022년 기준 파리크라상의 유동비율은 21.5%. 통상 200% 이상을 안전선으로 간주하는 유동성 지표에서, SPC그룹은 심각한 단기지급불능 상태에 가까운 취약성을 드러냈다. 현금성 자산은 68억 원에 불과했고, 단기차입금은 5,77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당장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안전설비 교체와 자동화 시스템 구축은 말 그대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조치였고, SPC는 그 여유가 없는 구조를 감추고 있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배당정책이다. SPC삼립은 2022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44.8%를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는 벌어들인 이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 그룹 상단(파리크라상)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해당 배당금의 대부분은 오너 일가에게 흘러들어갔다. 수익성 저하, 현금흐름 악화, 안전사고 급증이라는 3중 위기 속에서도 오너 배당은 줄지 않았다. 투자보다 배당이 먼저였고, 생명보다 수익이 우선이었다.

재무구조의 취약성은 산재 대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SPC는 2022년 사고 이후 “향후 3년간 1,000억 원의 안전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700억 원이 자동화·설비개선이 아닌 ‘교육 및 인프라 보수’에 할당됐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 장비 교체나 공정 재설계에는 인색했다. 재고자산은 1년 새 48%나 증가했지만, 안전관리자를 충원하거나, 야간근무 구조를 줄이는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결국 투자 항목의 방향성 자체가 “보여주기식 개선”에 머무른 셈이다.

SPC 삼립의 비전 2025는 Hppy Life 창조? 사진=SPC살립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PC의 문제는 단일 계열사에 머물지 않는다. 파리크라상, SPC삼립, 샤니, SPL, 해피포인트, 비알코리아 등 계열사 간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는 상부의 현금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하부의 비용절감 경쟁을 유도했다.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설비교체는 미뤄지며, 장시간 근무는 상수처럼 유지되었다. 계열사 간 자금이동은 ‘이익이 남는 곳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였고, 이로 인해 모든 계열사는 ‘자율성’ 없이 상층부에 예속됐다. 이 같은 구조는 재무 건전성과 안전투자 자율성을 동시에 약화시켰다.

또한, SPC의 재무구조는 외부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불매운동과 브랜드 평판 하락 등 외부 리스크가 닥쳤을 때, SPC는 이를 흡수할 완충장치가 없었다. 2022년 이후 SPC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그룹은 이를 마케팅·홍보 차원의 문제로만 대응했다. 근본적인 경영 전략의 변화, 재무구조 전환, 오너 중심 배당 정책 철회는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SPC 현장 방문 이후, 야근 구조가 폐지되면서 비로소 일부 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변화가 재무 전략의 근본 전환 없이 지속되긴 어렵다. 안전설비 교체, 자동화 시스템 구축, 2조 2교대제 개편 등 구조적 개혁에는 장기적 투자와 재무 건전성이 필수 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유동성 위기, 배당 확대, 낮은 영업이익률이 지속된다면, ‘안전 강화를 위한 투자’는 선언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의 구성현황

구분 성명 선임일 임기 주된 직업 비고
사내이사 황종현 23.03.24 23년 3월 ~ 26년 3월 ㈜SPC삼립 사장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 김범수 23.03.24 23년 3월 ~ 26년 3월 ㈜SPC삼립 부사장 대표이사
사내이사 김진억 25.03.26 25년 3월 ~ 28년 3월 ㈜SPC삼립 식품기술연구원장 -
사외이사 전성기 24.03.29 24년 3월 ~ 27년 3월 신한회계법인 감사본부 공인회계사 -
사외이사 이임식 24.03.29 24년 3월 ~ 27년 3월 충북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사외이사 제프리 존스 23.03.24 23년 3월 ~ 26년 3월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SPC의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안전 부실은, 숫자로만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낮은 이익률, 높은 부채비율, 배당 우선 구조, 현금흐름 악화—이 모든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위험 회피가 아니라 위험 축적’이었다. 그 숫자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결과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갔고, 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지속 가능한 안전은 재무 전략의 전환 없이 불가능하다. 오너 배당보다 생명에 투자하고, 단기 수익보다 장기 구조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회계장부의 수치는 노동자의 생명과 분리될 수 없다. ‘안전은 비용’이라는 구시대적 회계공식이 지속되는 한, SPC의 공장은 다시 ‘죽음의 공장’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