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콘텐츠 트렌드 2025④] AI는 어떻게 웹소설을 움직이는가
AIGC와 콘텐츠 자동화의 접점
[KtN 정석헌기자] 중국 웹소설 산업은 더 이상 작가의 창의력만으로 작동하는 ‘문자 시장’이 아니다. 최근 2년간 급격히 확장된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생성 기술(AIGC, AI Generated Content)은 창작의 주체와 방식, 독자의 접근 경로와 감상 경험 모두를 재편하고 있다. 웹소설은 AI가 쓰고, AI가 번역하고, AI가 낭독하며, AI가 쇼츠 영상으로 각색하는 전방위 콘텐츠 자동화 실험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AI가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인간 창작자와 공동 집필한 작품이 1,000편 이상 연재되고 있다. AI가 단순 문장을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문체와 서사 흐름, 장르 특성에 맞춰 가상의 작가 프로필까지 설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인간 창작자와 AI 작가의 작품을 거의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는 특히 무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속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일 연재 물량과 속도 면에서 인간 창작자의 생산량을 압도하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 기업들은 AI 번역 기술을 활용해 로컬 시장의 경계를 제거하고 있다. 웨원그룹, 판치에소설, iReader와 같은 대형 플랫폼은 AI 자동 번역 기능을 활용해 자사 대표작을 동남아 및 북미 시장에 빠르게 유통하고 있으며, 주요 AI 번역 대상 언어는 영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등이다. AI 번역 작품의 수는 현재 3,200편을 넘어섰고, 일평균 신규 번역 콘텐츠는 약 50~100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AI가 웹소설 산업에 끼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오디오화'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디오북 시장은 시각 독서에서 벗어나 청각 기반 몰입형 콘텐츠로 전환되며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AIGC 기술은 이 전환을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동하고 있다. AI 음성 합성 기술은 단순한 내레이터 수준을 넘어 등장인물의 성격과 감정선을 반영하는 멀티 캐릭터 음성 합성이 가능해졌고, 일부 플랫폼은 독자 맞춤형 '음성 버전 선택'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동일한 웹소설을 여성 목소리, 남성 목소리, 혹은 캐릭터별 대사 분리형으로 감상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숏폼 콘텐츠와의 접속이다. 기존에는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각색이 필요했던 웹소설 IP가, 이제는 AI 기반 스토리보드와 씬 자동 분할 기술을 활용해 수분 이내의 영상 콘텐츠로 즉시 전환되고 있다. 많은 웹소설 플랫폼이 더우인(틱톡 중국 버전), 콰이쇼우 등과 협업해 숏폼 콘텐츠화를 진행 중이며, 사용자는 웹소설 본문을 다 읽기 전 숏폼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감정 소비'를 미리 체험한 후 본편으로 진입하는 방식의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자동화 흐름은 중국의 AIGC 기술 발전 방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기존 웹소설 산업은 작가와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였지만, AIGC의 도입은 '기술자+알고리즘' 중심의 새로운 서사 창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2025년 들어 다수의 AI 모델이 플러그인 형태로 플랫폼에 통합되면서, 독자는 웹소설 세계관 내에서 직접 새로운 스핀오프 스토리를 생성하거나, 캐릭터 조합을 재구성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AIGC 기반 웹소설은 표절 의혹, 편향된 서사, 윤리적 판단 부재 등 문제점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특히 AI가 기존 인기 소설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작권 침해 문제는 업계의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데이터 중심으로 구성된 스토리는 감정선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으며 독자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중국 웹소설 산업은 이제 AI와의 공생을 넘어, AI를 창작의 파트너로 수용할 것인지, 혹은 산업 관리 차원에서 제한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콘텐츠 자동화는 산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품질과 의미, 감동의 무게를 약화시킬 위험도 안고 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중국은 세계 최초로 ‘AI가 주도하는 이야기 경제’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