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도 유산의 가치가 있다" — 국제학술대회, 폐기물의 미래적 의미를 탐색하다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의 고고학: 쓰레기 고고학’ 국제학술대회,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고고학으로 유산의 정의를 확장하다

2025-08-04     신미희 기자
"쓰레기에도 유산의 가치가 있다" — 국제학술대회, 폐기물의 미래적 의미를 탐색하다 사진=2025 08.04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암포라로 만든 옹벽의 일부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국제기구 이크롬(ICCROM)이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가 2025년 8월 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열렸다. ‘세계의 고고학: 쓰레기 고고학’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고고학의 접근을 제안하며, 폐기물을 통해 현대사회의 흔적과 문화적 가치를 되짚는 자리로 마련됐다.

올해로 3회를 맞은 국제학술대회는 2023년 양 기관이 체결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기존 학술대회들이 세계 유수 유적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가치를 조명한 것과 달리, 이번 행사는 ‘쓰레기’라는 동시대의 물질 흔적을 중심에 두었다. 주제 발표는 ▲한국의 신석기시대 조개무지와 일제강점기 유적 ▲이탈리아 로마의 ‘몬테 테스타치오(Monte Testaccio)’ ▲미국과 멕시코의 지역 매립지 등 다양한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며 폐기물이 지닌 문화적, 환경적 의미를 되새겼다.

발표 세션에서는 “잊힌 쓰레기, 기억의 유산”, “버려진 역사: 서울 도심의 일제강점기 유적” 등 구체적인 발굴 사례와 함께, 폐기물이 단순한 제거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기억과 권력의 흔적이자 후세에 전해질 ‘미래 유산’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발표자들은 “쓰레기 매립지와 유적 간의 경계는 이제 흐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마의 폐기지였던 몬테 테스타치오가 기념비적 장소로 인식된 전환은, 쓰레기의 재해석 가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국제토론 세션에서는 고고학과 보존정책, 기후위기 대응 전략까지 논의 범위가 확장됐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이크롬 측은 “21세기의 고고학은 눈에 보이는 문화재만이 아니라, 사회의 잔여물 속에서 다음 세대가 읽어낼 수 있는 가치와 의미를 함께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누구나 현장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