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문화연예] ‘여성이 장르를 뒤집는다’… 벡델데이 2025, 올해의 영화 10편 ‘벡델초이스’ 공개
‘검은 수녀들’부터 ‘빅토리’까지… 2025년 벡델초이스 10편 공개 “여성 서사의 확장” 양성평등 담은 콘텐츠 주목… ‘하이파이브’ ‘리볼버’ ‘파과’ 등 여성 캐릭터 중심의 서사 부각 벡델데이 2025, 9월 6~7일 KU시네마테크서 개최… 무료 상영·스페셜 토크도 마련
[KtN 김동희기자] 양성평등 관점에서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조망하는 콘텐츠 축제 ‘벡델데이 2025’가 올해의 선정작 10편을 발표했다.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로 뽑힌 작품들은 장르적 실험, 사회적 문제 제기, 세대와 성별을 넘어선 연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 주인공’ 중심의 새로운 한국영화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올해 ‘벡델초이스 10’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검은 수녀들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 ▲럭키, 아파트 ▲리볼버 ▲빅토리 ▲최소한의 선의 ▲파과 ▲하이파이브 ▲한국이 싫어서(가나다순)다.
벡델 테스트의 3가지 기준(이름 있는 여성 캐릭터 2명 이상 등장, 서로 대화할 것, 대화 주제가 남성이 아닐 것)에 더해, 주요 스태프에 여성 참여 여부, 여성 캐릭터 재현 방식, 소수자에 대한 인식 등 7가지 항목을 종합 평가해 선정됐다.
▶ 여성 캐릭터, 장르의 중심으로 나서다
올해 벡델초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장르 안에서 여성이 주체로 활약하는 작품의 증가다.
먼저 ‘검은 수녀들’은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던 ‘수녀의 퇴마’라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기존에는 남성 사제가 중심이었던 퇴마 장르에 여성 수녀가 등장해 악을 물리치는 구조를 선보였다. 심사위원 구정아 프로듀서는 “신념과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여성 퇴마 주인공은 매우 귀하다”고 평가했다.
범죄 느와르 장르를 여성 시점으로 전복한 작품도 눈에 띈다. ‘리볼버’는 민용근 감독에게 “남성 중심 범죄물의 구도를 여성 시선으로 전복한 수작”이라 불렸고, ‘파과’는 이화정 프로그래머로부터 “여성 캐릭터에게 척박했던 장르의 땅을 갈아엎은 근본적 토양 개선”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이파이브’는 슈퍼히어로 장르에 등장한 야쿠르트 아주머니, 10대 여성 등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에 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성찬얼 씨네플레이 기자는 “성별, 연령의 벽을 깨고 슈퍼히어로를 재정의한 작품”이라 평했다.
▶ 일상과 사회 속 여성의 고군분투도 비추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들도 이름을 올렸다.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담은 ‘그녀에게’ ▲여성과 딸, 어머니의 세대 간 이야기를 담은 ‘딸에 대하여’ ▲성소수자 혐오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럭키, 아파트’ ▲차별이 일상인 사회를 여성의 시각으로 조망한 ‘한국이 싫어서’ ▲세대·입장 차이를 넘는 연대를 그린 ‘최소한의 선의’ ▲치어리딩을 통해 여성들의 연대를 조명한 ‘빅토리’가 대표적이다.
일상 속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는 독립영화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녀에게’는 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삶을 현실감 있게 담았고, 경력단절의 문제까지 엮으며 “입체적 여성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딸에 대하여’는 어머니와 딸, 여성 간의 세대 갈등과 이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여성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을 조망한 작품”으로 평가됐다.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강력했다. ‘럭키, 아파트’는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혐오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었고, ‘한국이 싫어서’는 일상의 차별과 사회적 공기를 여성 시선으로 관통했다.
▶ 여성 간 연대와 세대 교감을 조명
‘최소한의 선의’는 임신한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간극을 줄이고, 교감과 이해를 이끌어낸다.
‘빅토리’는 치어리딩이라는 집단 활동을 매개로 여성들의 성장과 연대, 그리고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심사위원 구정아는 “십대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세상과 맞닿는 서사를 그려냈다”며 “성장 드라마의 진화”라고 평가했다.
‘벡델초이스 10’은 총 125편(실질 개봉작·OTT 오리지널)을 대상으로 ▲이름 있는 여성 캐릭터 최소 2명 등장 ▲여성 간 대화 ▲대화 주제가 남성이 아닐 것 ▲주요 스태프 중 1인 이상 여성 영화인일 것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혐오와 차별 없음 ▲스테레오타입 재현 금지 등의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심사됐다.
심사에는 ▲구정아 볼미디어 대표 ▲민용근 감독 ▲성찬얼 씨네플레이 기자 ▲이화정 프로그래머가 참여했다.
벡델데이 2025는 오는 9월 6~7일 서울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벡델리안과의 만남’, 스페셜 토크, 무료 상영 등 관객과 소통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남성 감독들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 증가했다”며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서사가 주목받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은 여전히 제약이 많다”며 영화계 구조적 과제도 함께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