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I트렌드③] 기록하는 AI, 다글로와 클로바노트
Z세대는 왜 요즘 하루를 ‘AI에게’ 맡기는가
[KtN 임우경기자]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시대지만, 그보다 더 조용하고 지속적으로 확산 중인 흐름이 있다. 바로 ‘기록형 AI’의 확산이다.
2025년 6월,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AI 앱 중 빠르게 사용자 수를 늘리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텍스트 정리와 요약, 음성 기록 중심의 ‘기록형 AI’였다. 대표적인 앱은 ‘다글로’와 ‘클로바노트’다. 이 두 앱은 모두 Z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설치율과 사용 빈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생성’보다는 ‘정리’와 ‘보관’에 집중하는 사용 행태가 두드러진다.
다글로는 텍스트 요약에 특화된 기록형 AI다. 사용자가 붙여넣은 긴 글을 문단 단위로 정리해주며, 메모, 회의록, 독서 기록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빠르게 축약해준다. 클로바노트는 음성 기반의 AI 기록 툴로, 수업, 회의, 인터뷰 등 다양한 음성 대화를 텍스트로 전환해준다. 텍스트 변환 이후에는 문단 정리, 태그 분류, 요약 등의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두 앱 모두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정돈’해주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은 생성형 AI의 콘텐츠 생산성과는 반대 축에 있다. 즉, Z세대 사용자들은 AI를 단순한 창작 도구가 아니라, 자기 일상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클로바노트는 2025년 6월 기준 약 24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사용자 수 증가율이 1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꾸준히 사용해야만 효용이 생기는 앱의 특성상, 사용자 충성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음성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녹음 후 텍스트화에 그쳤다면, 이제는 실시간 자막, 키워드 추출, 시각화 기능까지 더해졌다.
다글로는 네이버가 출시한 AI 요약 앱이다. 10대~30대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며, 특히 SNS 게시물, 뉴스, 학습 자료를 요약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앱 내 자동 정리 기능은 과거 단순한 ‘메모장’에서 벗어나 AI가 핵심 문장과 정보를 뽑아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요약된 텍스트는 다시 블로그나 과제, 보고서 작성에 활용되는 등, 2차 콘텐츠 생산의 기반이 된다.
기록형 AI 앱의 공통점은 ‘기억의 외주화’다. 사용자가 직접 기록하고 정리하던 작업을 AI가 대신 수행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구조화한다. 이 기능은 Z세대의 학습 및 콘텐츠 소비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모든 정보를 암기하거나 수동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만 추려 빠르게 재가공하고, 기억의 부담은 기계에 위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스마트폰 이전 세대와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메모는 손으로 쓰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AI가 ‘듣고, 요약하고, 기억해두는’ 시대다. 사용자는 ‘정리 습관’을 갖는 대신, ‘정리 시스템’을 선택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록과 기억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록형 AI는 일종의 ‘비서형 도구’다. 생산성을 직접 높이기보다는, 사용자의 정보 관리 능력을 확장해주는 보조 장치로 기능한다. 단기적으로는 학업과 업무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뇌’의 개념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로 일부 사용자는 클로바노트에 일상의 통화 내용까지 녹음해 기록해두거나, 다글로를 통해 SNS 스크롤 중 본 흥미로운 콘텐츠를 실시간 요약해 저장한다. ‘기록’은 이제 일상 속 디지털 행위이며, AI는 그 흐름 속에서 조용히 중심에 서 있다.
2025년 상반기 AI 앱 시장은 생성형과 감성형, 기록형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 가운데 기록형 AI는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지속적이고 깊게 사용되는 영역이다. 이것은 단순한 앱 사용의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AI를 ‘도우미’로 받아들이는 방식의 전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