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I트렌드⑤] 넘쳐나는 콘텐츠, 골라주는 AI

크랙(CRACK), Z세대의 '디지털 편집자'가 되다

2025-08-12     임우경 기자
사진=크랙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6월, 생성형 AI가 디지털 환경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선택의 피로를 덜어주는 또 다른 형태의 AI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콘텐츠 필터링형 AI다. 정보를 생산하는 대신,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심에 선 앱이 ‘크랙(CRACK)’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크랙은 한 달간 총 2,738백만 분의 사용시간을 기록하며, ChatGPT(2,552백만 분)를 넘어 전체 AI 앱 중 사용시간 2위를 차지했다. 사용자 수는 139만 명에 달한다. 사용자 규모는 제타나 파파고에 비해 작지만, 사용자의 체류 시간 비율은 가장 높은 앱으로 분석된다.

크랙의 핵심은 '생성'이 아니라 '선별'에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뉴스 등 방대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AI가 분석하고 큐레이션하여,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추천 콘텐츠를 정렬해준다. 일종의 콘텐츠 큐레이션 허브로, 사용자는 앱을 켜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맞는 영상을 바로 만날 수 있다.

복잡한 검색이나 주제 분류 없이, 앱을 켜자마자 추천이 시작되는 구조는 특히 Z세대 사용자들에게 높은 선호를 얻고 있다. 길고 복잡한 검색보다는 ‘지금 볼 수 있는 것’을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시스템이 피로감 없는 콘텐츠 소비를 가능하게 만든다.

크랙의 사용자층은 10대부터 30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이 중에서도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와이즈앱·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크랙 사용자 중 70% 이상이 동시에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랙이 콘텐츠 소비의 시작점이자, 결정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크랙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 않음에도 가장 오랜 사용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생산’보다 ‘선택’에서 AI의 개입을 더욱 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용자의 몫이지만, 고르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있다는 현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콘텐츠 과잉 시대, 사용자는 더 이상 모든 콘텐츠를 직접 탐색하지 않는다. 크랙은 AI가 대신 필터링해주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볼지’보다 ‘뭘 안 봐도 되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제공한다. 이는 콘텐츠 선택 권력이 AI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Z세대는 이처럼 AI를 ‘디지털 편집자’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한 도우미나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취향을 설계해주는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생성형 AI와는 다른 사용자-AI 관계 모델을 만들어낸다.

크랙은 AI가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생성하지 않아도, 보여주는 방식만으로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 이것이 현재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방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