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생성형 AI②] 산업현장에 투입된 알고리즘

에너지·산업재 산업의 생성형 AI 도입, 그 가능성과 한계

2025-08-09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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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에너지, 자원, 산업재(ER&I: Energy, Resources & Industrials) 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디지털화의 후발 주자로 분류돼 왔다. 데이터는 방대하지만 구조화되지 않았고, 현장은 고위험·고비용 환경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 산업군에도 변화의 기회가 포착되고 있다.

딜로이트가 2025년 발표한 『생성형 AI 활용서: 6대 산업별 도입 가치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산업재와 에너지 분야에서 탐사, 설계, 운영, 유지보수 등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적용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자산 중심적 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그 도입 효과가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고정밀 산업에 적용되는 ‘비정형 AI’

ER&I 산업의 특성상,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정형화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지질 탐사에서는 지형도, 항공 사진, 센서 데이터, 탄성파 결과 등이 혼재돼 있으며, 시공 현장에서는 날씨, 토양 상태, 장비 배치 등의 변수들이 비정형 데이터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은 기존 머신러닝 기반 분석 시스템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질적이고 불완전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설계 제안이나 의사결정 초안을 생성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텍스트, 영상, 이미지, 센서 로그 등 다양한 포맷의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자연어로 결과를 요약하거나 시각화된 시뮬레이션 형태로 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적용 영역 1: 지하자원 탐사와 신소재 발견

자원 산업에서 탐사는 비용과 시간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초기 단계다. 과거에는 위성 영상과 시추 데이터 중심의 해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AI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특히 생성형 AI가 물리 실험 없이도 다양한 지질 조건을 가정해볼 수 있는 합성 탐사 시뮬레이션에 강점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과거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특정 지질 조건이 충족될 때 어떤 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모델링하고, 이 결과를 기반으로 시추 우선순위를 도출할 수 있다.

적용 영역 2: 설계 자동화와 건설 현장 최적화

산업 플랜트, 발전소, 광산 인프라 등은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수백 개의 세부 조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는 이를 엔지니어들이 수작업으로 조율하거나 개별 CAD 시스템에 의존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다수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평가하고, 장비 배치, 안전거리, 에너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초기 설계안을 자동 생성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드론으로 수집한 고도 해상도 영상 데이터를 AI에 입력해 시공 전 설계 리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자재 낭비를 줄이고 공정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적용 영역 3: 예지보전과 유지관리의 자동화

산업재 산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는 ‘예고 없는 정지’다. 특히 정유소, 제철소, 화학 플랜트처럼 자산 밀도가 높은 산업에서 고장은 생산 중단으로 직결된다.

기존 예지보전 시스템은 센서 기반 진동 데이터나 온도 데이터를 일정 기준에 따라 분석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수년간의 유지보수 기록, 설비 간 상호작용, 현장 작업자의 보고 내용까지 포함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보다 정확한 이상 예측과 원인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현장의 유지관리 기록을 바탕으로 “자연어 형태의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 알림을 넘어, 비전문가도 이해 가능한 형태로 위험 요인을 설명함으로써 대응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적용 영역 4: 자원 운영 및 에너지 최적화

에너지 부문에서는 생성형 AI가 재생에너지 운영, 수요 예측, 스마트 그리드 관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에서는 일사량, 구름 이동, 패널 오염도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가 발전량을 실시간 예측하고, 결과를 인프라 운영팀에 자연어 형태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시범 도입되고 있다.

또한 AI는 물류 및 자재 공급망 시뮬레이션에도 활용된다. 특히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자재 도착 시점과 날씨 변수, 현장 인력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공급 계획을 AI가 제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리스크와 고려사항: 설명 가능성과 책임 분산

딜로이트 보고서는 생성형 AI의 도입이 산업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몇 가지 본질적인 리스크도 함께 제기한다고 밝힌다.

데이터 품질의 불균형: 센서 오작동, 환경 변수 등으로 인한 노이즈 데이터 문제

설계 오류의 책임 소재: AI가 제안한 설계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불분명

설명 가능성 부족: AI가 도출한 결과에 대한 근거 해석의 어려움

ER&I 산업은 법적 책임과 안전 규제가 엄격한 분야이기 때문에, AI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전문가의 검토를 포함한 ‘보조적 시스템’으로 도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한다.

생성형 AI는 산업을 어떻게 재설계하고 있는가

에너지·산업재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단지 사무 자동화의 도구가 아니다. 이 기술은 설계와 운영이라는 산업의 핵심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기술로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자산 밀도와 리스크가 높은 산업일수록, 생성형 AI의 예측·설계·설명 능력은 비용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직접적인 경쟁 우위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은 데이터를 보는 방식, 설계의 책임 체계, 기술 의존에 대한 조직문화 등 복합적인 이슈를 동반한다. 따라서 기술의 도입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구조적 역량 안에 안전하고 전략적으로 통합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