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100 리:디코드③] 롱런의 경제학, 머무는 곡이 돈이 된다

102주째 차트에 남은 ‘Lose Control’과 체류 전략의 비밀

2025-08-11     신미희 기자
Lose Control Teddy Swims.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차트에서 ‘오래 머문다’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곡의 수명을 연장하고, 그 곡이 속한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키우는 장치다. 2025년 8월 9일자 빌보드 핫100에서 7위에 오른 테디 스윔스(Teddy Swims)의 ‘Lose Control’은 무려 102주째 차트에 머물고 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곡은 라디오와 스트리밍, 공연 현장을 오가며 하나의 ‘지속형 히트’ 모델을 증명했다.

‘속도전’에서 ‘체류전’으로

팝 시장은 한때 스피드 게임이었다. 발매 직후 폭발적인 스트리밍으로 1위를 찍고, 몇 주 만에 차트를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르다. ‘Lose Control’뿐 아니라,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50주), 벤슨 분(Benson Boone)의 ‘Beautiful Things’(79주), 빌리 아일리시의 ‘Birds Of A Feather’(63주)와 ‘Wildflower’(59주) 등 장기 체류 곡들이 늘었다.

이는 소비 방식이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숏폼과 바이럴 중심의 ‘단기 열풍’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곡 하나를 장기간 반복 소비하는 청취층이 커지고 있다. 라디오·스트리밍·공연이 삼각형 구조로 맞물리면서 ‘머무는 곡’이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다.

유지의 기술: 라디오와 플레이리스트

‘Lose Control’의 장기 체류를 분석해 보면, 라디오 재생이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미국 AC(Adult Contemporary)와 Hot AC 포맷에서만 80주 이상 꾸준히 회전했고, 이는 스트리밍 감소 폭을 완만하게 만들었다. AC 라디오 청취자는 30~40대 비중이 높아, 빠른 곡 교체보다 익숙한 히트를 오래 듣는 경향이 강하다.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이 곡을 ‘기본값’으로 유지했다. Spotify의 ‘Today’s Top Hits’에서 빠진 뒤에도 ‘Pop Rising’, ‘Morning Coffee’ 같은 중간 규모 플레이리스트에 상시 포함되면서, 신규 청취자를 조금씩 흡수했다.

공연과 UGC, 2차 확산의 역할

롱런 곡의 또 다른 비밀은 공연과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다. ‘Lose Control’은 테디 스윔스의 투어 세트리스트에서 항상 중간부에 배치됐다.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중반에 청중과 호흡을 맞춘 뒤, 후반에 대곡으로 마무리하는 ‘곡 배치’ 전략은 현장과 온라인을 동시에 자극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도 이 곡의 코러스는 수백만 건의 배경음으로 쓰였다. 특히 ‘결혼식 영상’, ‘드라이브 브이로그’ 등 일상과 맞닿은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곡의 정서적 이미지가 확고해졌다.

롱런의 경제학

장기 체류는 단순히 명예로운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스트리밍 로열티는 물론, 라디오 저작권료, 공연·광고 사용료까지 모든 수익 항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특히 라디오 중심 히트는 플랫폼 의존도가 낮아, 특정 알고리즘 변화에도 영향이 적다.

음악 비즈니스 분석가 제임스 한슨은 “롱런 곡은 발매 직후 수익보다, 발매 1년 뒤의 누적 수익이 더 크다”며 “이런 곡은 아티스트의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재정적 버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머무는 곡’이 늘어난 이유

청취 습관 변화: 숏폼에서 신곡을 발견한 뒤, 라디오·스트리밍에서 장기간 듣는 패턴이 강화됨.

플레이리스트 구조 개편: 대형 리스트 외에도 테마별·상황별 리스트가 다양화돼 곡의 수명이 연장됨.

콘서트 산업 확대: 투어가 곡 소비를 재점화시키며, 공연 이후 스트리밍·다운로드가 다시 오름세를 보임.

 

오래 머무는 곡이 만든 새로운 경쟁

102주째 차트에 머문 ‘Lose Control’은 한 시대의 소비 패턴 변화를 상징한다. 빠르게 올라갔다 사라지는 ‘유행곡’의 시대에서, 느리지만 오래가는 ‘체류곡’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변화는 아티스트의 전략, 레이블의 투자 방식, 라디오 편성까지 전방위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앞으로 차트 1위의 의미는 바뀔 것이다. 잠깐의 정상보다, 오래도록 재생되는 곡이 더 큰 가치를 갖는 시대. 음악 산업은 지금, 롱런의 경제학을 새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