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100 리:디코드⑨] 라틴의 숨 고르기, 파도는 잠시 속도를 늦춘다
메가피크 이후 서브장르 분화와 협업 재배치의 국면
[KtN 신미희기자] 2023~2024년, 빌보드 차트는 라틴 음악의 물결로 출렁였다. 배드 버니(Bad Bunny), 페소 플루마(Peso Pluma), 푸에르사 레히다(Fuerza Regida) 등이 이끄는 ‘라틴 대폭발’은 팝 시장의 중심축을 흔들었다. 그러나 2025년 8월 9일자 빌보드 핫100을 보면, 그 파도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이번 주 푸에르사 레히다는 ‘Marlboro Rojo’(91위)와 ‘Tu Sancho’(100위)로 재진입했고, 배드 버니는 ‘EOO’(88위), ‘Nuevayol’(94위)로 중하위권을 지켰다. 상위권을 휩쓸던 기세는 주춤했지만, 이는 후퇴가 아니라 재정렬의 시기다.
메가피크 이후 찾아온 ‘분산의 국면’
라틴 음악의 최근 흐름은 명확하다. 리저널 멕사(Regional Mexa), 레게톤(Reggaeton), 라틴 트랩(Latin Trap) 등 서브장르 간 경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2023~2024년 메가피크가 ‘단일 흐름’이었다면, 2025년은 분산형 구조로 이동하는 시기다.
라틴 시장 전문 프로듀서는 “지금은 한 명의 슈퍼스타가 모든 걸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라, 장르와 지역별로 다른 리더가 존재하는 다극화 시대”라고 설명한다.
협업 축의 재배치
배드 버니와 푸에르사 레히다는 올해 상반기부터 협업 빈도를 줄였다. 대신 각자의 서브장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세대와의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푸에르사 레히다는 멕시코 현지 인기 그룹과의 합작으로 내수 시장을 공고히 했고, 배드 버니는 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 신흥 래퍼들과의 협업으로 장르 스펙트럼을 넓혔다.
단기적 차트 성적보다 장기적 네트워크 확장을 우선하는 움직임이다.
라디오와 스트리밍의 온도차
라틴 음악의 차트 움직임을 보면, 라디오와 스트리밍 간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메가피크 시절 히트곡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신규 트랙의 진입 속도가 느리다. 반면 스트리밍에서는 서브장르 신곡들이 빠르게 소비·교체된다.
라디오가 보수적 성향을 유지하는 반면, 스트리밍은 지역·언어 경계 없이 콘텐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라틴 신곡이 차트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지만, 한 번 올라가면 특정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재생된다.
글로벌 확장 대신 로컬 심화
2023~2024년 메가피크 시기에는 글로벌 투어와 영어·스페인어 혼합 곡이 라틴 시장의 확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주요 아티스트들은 로컬 시장에 더 깊게 들어가고 있다. 이는 팬덤 결속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재진출의 기반을 다지는 전략이다.
라틴 음악 분석가 에바 곤살레스는 “글로벌 진출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환”이라며, “로컬에서의 실험과 안정화가 끝나면, 새로운 물결이 다시 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파도의 예고
하반기에는 라틴 트랩과 리저널 멕사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특히 멕시코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라틴 커뮤니티를 동시에 겨냥한 합작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2026년 라틴 음악의 ‘2차 메가피크’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본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라틴 음악은 후퇴가 아니라 숨 고르기다. 메가피크가 지나간 자리에서 서브장르가 재정렬되고, 협업 축이 다시 짜이고 있다. 이 정비 기간은 다음 물결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물결은, 이전보다 더 크고 다양하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