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②] 지역다움으로 설계하라
스토리·체류·IP·연중화, 4단계가 만드는 축제경제 늘어나는 축제, 줄어드는 참여 지방 소멸시대 '축제'가 답이다 축게이벤트산업 발전 및 진흥에 관한 벏률안 제정을 위한 대 토론회
[KtN 박준식기자] 2024년 기준 국내 지역축제 수는 2019년 약 884개에서 1,170개로 늘었다. 5년 사이 32% 넘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축제의 양적 팽창과 달리 주민 참여율은 평균 9.6%포인트 감소했고, 외부 방문객 비율 역시 기대만큼 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축제가 많아졌음에도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적 문제로 본다. 대부분 축제가 단년도 예산에 의존해 장기 전략이 부재하고, 성과 평가는 방문객 수나 단순 만족도 조사에 머물러 있다. 매년 기획이 초기화되면서 새로운 시도를 담보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유사한 형식이 반복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불꽃놀이, 푸드존, 야간조명 등 ‘복제형 프로그램’이 다수 축제에서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일부 성공 사례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산업적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공통된 패턴은 스토리텔링 → 체류형 전략 → IP화 → 연중화의 네 단계다.
① 지역 스토리텔링: 차별화의 출발점
차별화된 축제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든다. 대표적인 예로 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남원춘향제가 있다.
보령은 머드를 단순한 체험 소재가 아니라 건강·뷰티 산업과 연결해 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안동은 전통 탈춤을 현대 공연과 국제 교류의 소재로 발전시켜 UNESCO 문화유산과 연계했다.
남원은 춘향전을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삼아 거리 퍼레이드, 뮤지컬,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낼 때만이 유사 축제와 구분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이벤트 나열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것이 차별화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이다.
② 체류형 전략: 소비 구조의 전환
대부분의 축제 방문객은 당일 일정에 그친다. 조사에 따르면 방문객의 36.5%가 5만 원 미만, 31%가 5만~10만 원 수준을 지출한다. 지출 규모가 낮고 체류 시간이 짧다 보니 교통, 숙박, 음식업 등 지역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기 어렵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공 사례들은 체류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보령은 숙박 패키지와 머드 체험을 결합해 평균 체류일수를 늘렸다.
안동은 한옥스테이와 전통주 투어를 축제와 연계했다.
남원은 야간 프로그램을 강화해 방문객을 머물게 했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숙박·식음료·교통 등으로 파급 효과가 확산돼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 방문객 수보다 크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체류형 전략은 지역경제 파급력을 확대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③ IP화: 콘텐츠를 자산으로
축제는 며칠간의 행사로 끝날 수 있지만, 콘텐츠는 지적재산권(IP)으로 남아 자산화될 수 있다. IP화는 매년 처음부터 다시 기획해야 하는 ‘제로베이스’ 구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보령머드축제는 머드 캐릭터와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확장했다. 안동은 탈춤을 애니메이션·공연 콘텐츠로 제작해 교육·전시 사업으로 연결했다. 전주는 한식을 문화 IP로 만들고 글로벌화 전략과 연계했다.
반면, 일부 축제는 불꽃놀이와 대형 공연에 예산을 집중했지만 남은 것은 기록 사진뿐이었다. 지역 브랜드나 산업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축제학 연구자 B씨는 “IP화 여부가 축제의 산업적 지속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④ 연중화: 산업적 플랫폼으로 확장
국내 다수 축제가 3~5일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일부는 연중 운영을 시도했다.
보령은 ‘머드월드’ 상설 체험장을 운영해 비축제 기간에도 관광객을 유치한다.
안동은 탈춤 공연을 상설화해 방문 시기와 무관하게 관람을 가능케 했다.
남원은 춘향 캐릭터 굿즈와 상설 공연으로 도시 브랜드를 지속 노출한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는 일주일 축제 외에도 전용 박물관을 통해 연중 체험을 제공한다. 캐나다 퀘벡은 ‘축제청(Festival Office)’을 설치해 200여 개 축제를 통합 관리·지원하고 청년 고용 창출까지 연계했다.
연중화는 단기 이벤트를 산업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고용과 청년 인구 유입 효과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⑤ 구조적 제약과 반복의 원인
여전히 많은 축제가 유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단년도 예산 의존: 중장기 기획이 불가능하다.
성과평가 한계: 방문객 수 중심의 평가가 차별화를 저해한다.
전문인력 부족: 불안정한 고용으로 기획자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
정치적 변수: 지자체장 교체에 따라 축제 성격이 바뀐다.
한국이벤트산업협회 관계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법제 보완과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에서 질로, 차별성이 곧 경쟁력
최근 5년간 국내 지역축제는 32% 늘었지만, 주민 참여율은 9.6%포인트 줄었고 외부 방문객 확대도 제한적이었다. 이는 양적 성장은 이뤄냈으나 질적 내실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 축제가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이벤트 나열이 아니라 지역 스토리텔링, 체류시간 확대, IP화, 연중화라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소멸 시대에 축제는 인구 유입과 공동체 회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복제형 프로그램이 반복된다면 지속 가능성은 낮다.
축제가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제 양적 팽창보다 질적 전환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