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⑤] 지방 소멸시대, ‘세미엑스포화’는 해법이 될 수 있나

축제산업의 산업화 제안, 기회와 한계 김한석 이사장 “축제를 산업과 연결해야 지속 가능”

2025-08-25     박준식 기자
김한석 이사장은 '행사산업은 40년 넘게 법적 보호 없이 운영돼 왔다'며, ‘축제·행사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지역축제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9년 884개였던 축제가 2023년에는 1,100여 개를 넘어섰다. 양적 확대는 분명하지만, 주민 참여율은 10% 가까이 줄었고 외부 방문객 비중도 감소했다. 축제가 많아질수록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체감 효과는 되레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다.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마이스이벤트산업협동조합 김한석 이사장은 “전국에서 매년 약 2,4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며 상당수가 단발적이고 유사한 성격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세미엑스포화’를 제시했다.

세미엑스포 구상

김 이사장이 제안한 세미엑스포는 축제와 산업 전시가 결합된 모델이다. 지역 특산물 판매나 공연 위주의 행사에서 벗어나, 기업·대학·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컨벤션, 박람회, 팝업 스토어, 공연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해 산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을 가진 축제를 세미엑스포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방 소멸을 막고 산업 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 자료는 단순 소비형 축제를 넘어 일자리, 기업 활동, 해외 교류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했다.

김한석 이사장이 제안한 세미엑스포는 축제와 산업 전시가 결합된 모델이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축제가 남긴 메시지

세미엑스포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마이케이페스타’와 ‘페스티벌 시월’이다.

마이케이페스타는 K-POP 공연과 소비재 체험, 수출 상담을 결합한 행사다. 발제 자료에 따르면 방문객은 약 4만6천 명이었고, 그중 해외 관람객은 1만7천 명에 달했다. 16개국 114개 기업이 참여한 수출 박람회에서는 1,500여 건 상담과 39억 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는 설명이 나왔다.

부산에서 17개 행사를 통합해 치른 ‘페스티벌 시월’도 사례로 제시됐다. 약 39만 명이 방문했고, 관광객 소비액은 245억 원에 달했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두 축제는 문화 행사가 산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됐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발제자가 인용한 자료에 따른 것으로, 공식 통계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참고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마이스이벤트산업협동조합 김한석 이사장은 '전국에서 매년 약 2,4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며 상당수가 단발적이고 유사한 성격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세미엑스포화’를 제시했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산업적 기반과 제도적 공백

국내 축제·행사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5천 개 이상의 기업과 약 6만 명의 종사자가 활동하며, 연 매출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산업적 기반은 분명 존재하지만 법적·제도적 토대는 여전히 취약하다.

독립된 법률이 없어 행사산업은 정부 통계에서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다. 안전 관리와 노동 기준도 체계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행사산업은 40년 넘게 법적 보호 없이 운영돼 왔다”며, ‘축제·행사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 문제는 특히 강조됐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행사에서 방역과 안전 관리 수요는 급증했지만, 현행 제도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축제 현장의 안전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발제 측은 법 제정이 단순 규제가 아니라 안전 기준, 노동 조건,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장치라고 설명했다.

발제 측은 법 제정이 단순 규제가 아니라 안전 기준, 노동 조건,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장치라고 설명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회와 위험

세미엑스포화 모델은 지역경제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 협찬과 브랜드 참여가 늘어나면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방 도시가 국제적 마이스(MICE) 행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산업 전시 중심으로 흐를 경우 지역성과 공동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

대규모 행사는 교통 혼잡, 쓰레기, 환경 파괴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기업 참여가 충분치 않으면 지방정부 재정 부담으로 전락할 수 있다.

주민 참여가 확보되지 않으면 단기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세미엑스포화는 분명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지만, 동시에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위험도 안고 있다.

불꽃 뒤에 남겨야 할 것

축제는 지역 공동체를 모으고 외부 방문객을 불러들이는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단기적이고 반복적인 행사만으로는 지역경제에 실질적 기여를 하기는 어렵다.

김한석 이사장이 제시한 세미엑스포화는 축제를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자는 시도다.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해법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발제에서 제시된 수치와 효과가 실제로 재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 기반과 객관적 검증이다. 발제에서 제시된 성과는 다양한 데이터와 교차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법적 기반을 마련해 안전·노동·재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동의 없이는 산업적 전환도 불가능하다.

축제가 남겨야 할 것은 하루의 불꽃놀이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탱할 지속 가능한 산업과 공동체다. 세미엑스포화는 그 가능성을 열었지만, 성패는 결국 검증과 균형, 제도적 보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