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과 균형③] 5극3특 실험, 균형발전의 해법?
권역별 성장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KtN 박준식기자]대한민국의 국토 문제는 단순히 지역의 쇠퇴와 수도권 과밀이라는 이중 구조로 설명된다. 수도권 집중은 효율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대가로 지방의 공동화가 심화되었고, 국가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5극3특 전략을 제시하며 균형발전을 국가적 아젠다로 끌어올렸다.
5극3특 전략은 전국을 다섯 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에 자족 가능한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동시에, 세 개 특화축을 통해 산업·교육·문화 기능을 연계하는 구상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다핵 분산형 국토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 전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세종시와 혁신도시에서 축적된 경험을 확장하는 성격을 갖는다.
5극3특 전략의 구상
5극3특 전략은 국토 균형 발전의 구체적 모델로서 주목된다. 다섯 개 권역은 동서남북과 중앙의 생활권을 중심으로 설정되며, 각 권역이 독립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세 개 특화축은 지역별 특성을 살린 산업, 교육, 문화의 집중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 전략이 강조하는 핵심은 권역별 ‘자족성’이다.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교육, 의료, 일자리, 문화생활이 가능한 지역을 조성해 인구의 자연스러운 분산을 유도한다는 접근이다. 과거에는 지방을 지원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이번 구상은 지방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격상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경험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5극3특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선례다. 세종시는 행정 중심 복합도시로 출범해 중앙부처 이전과 공공기관 분산을 통해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를 보여주었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일자리와 경제를 일정 부분 활성화했다.
그러나 이 실험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세종시는 여전히 자족성이 부족해 서울과의 연결 의존도가 크고, 혁신도시도 정주 여건과 지역 대학·산업 간 연계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점에서 5극3특 전략은 기존 모델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실행의 조건
5극3특 전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생활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어야 한다. 의료와 교육, 문화 시설이 충분하지 않으면 청년층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지역 산업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이나 교통망 확충만으로는 인구 유입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 셋째, 권역별 전략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지역 주민의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획은 현장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분산 전략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며, 인프라 확충과 산업 배치에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책의 지속성과 재정 건전성 간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발전의 의미
5극3특 전략은 단순히 지방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수도권과 지방이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구조를 형성할 때, 국가의 회복력이 높아진다. 지방이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가질 때 수도권 과밀 문제는 자연스럽게 완화되고, 국토 전체의 균형이 강화된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할 경우, 지방은 새로운 혁신 거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수도권의 부담은 줄어들어,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높아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지속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아 있는 과제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권역별 성장 전략이 지역 간 불균형을 다시 심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 권역만 혜택을 얻는 구조가 되면 또 다른 집중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청년층의 정주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동시에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방 청년 유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역사회와 중앙정부의 협력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틀이 필요하다.
해법을 향한 실험
5극3특 전략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국토 불균형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과거의 성장 모델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고착화했다면, 이번 구상은 권역별 분산을 통해 국가 전체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시도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경험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고,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안이 제시한 방향은 분명하다. 국토를 다핵화하고, 권역별 자족성을 강화하며, 기본사회를 통해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수도권 집중의 대가는 줄어들고 지방은 새로운 성장의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실행의 지속성과 제도적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구상은 선언에 머무를 위험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5극3특 전략은 그 해법을 찾기 위한 중요한 실험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성공 여부는 정책의 세밀함과 실행 과정의 일관성, 그리고 지역 주민의 체감 변화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