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②] 이스탄불 효과, 동서양을 잇는 전략 거점

TRT·아쿤메디아 등 현지 메이저 기업 협력, 달리인문쉐도우까지 합류… 문화 교차로에서 찾은 K-콘텐츠 확장의 열쇠

2025-09-10     전성진 기자
수출상담회 현장.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9월 3일부터 5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는 단순한 전시·상담의 자리를 넘어섰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문화적 교차로라는 이스탄불의 상징성 속에서, 한국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상담 건수 535건, 상담액 1,936만 달러(약 270억 원)라는 수치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도시가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의 전략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행사에는 MBC, KBS미디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K아트 브랜드 달리인문쉐도우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참여했다. 달리인문쉐도우는 이미 스웨덴, 말레이시아,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전시 마케팅을 펼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스탄불 현장에서 터키 최대 국영방송사 TRT를 비롯한 20여 개 현지 콘텐츠 기업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는 K-콘텐츠가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아트·체험 산업까지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다층적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이스탄불인가

이스탄불은 오랜 역사 속에서 동서양을 잇는 관문이자 문명 교류의 중심지였다.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유럽연합(EU)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드문 시장이다. 인구 8,500만 명의 튀르키예는 자체 내수만으로도 잠재력이 크지만, 무엇보다 인접 국가와의 연결성을 통해 확산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K-콘텐츠가 아시아와 미주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지금, 이스탄불은 새로운 확산 루트로서 의미를 가진다. 한류의 다음 성장 무대가 어디냐는 질문에 이스탄불이 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전략적 위치와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다. 이곳에서 성과를 낸다면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라, 유럽과 중동 전역으로 파급력을 확장할 수 있다.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네트워크

이번 행사에는 TRT, 아쿤메디아, 카날 D, 맥스 워너 브라더스 등 현지 대표 콘텐츠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TRT는 튀르키예 최대 국영방송사로서 국내 영향력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도 강한 파급력을 가진 기업이다. 한국 기업들이 TRT와 상담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단순한 판권 계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콘텐츠의 공동 제작, 현지 배급망 활용, 합작 투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내포한다.

달리인문쉐도우가 이 네트워크에 합류한 것도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방송·음악 중심의 협력이 주류였다면, 이번에는 K-아트가 현지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접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예술과 전시·체험형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K아트의  공격적인 글로벌브랜드마케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즈니스센터 개소의 상징성

엑스포 기간 중 진행된 튀르키예 비즈니스센터 개소식도 큰 의미를 남겼다. 단발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설 거점을 통해 현지와 장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신호다. 이는 단순한 시장 개척 차원을 넘어,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센터는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연결 고리이자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테스트베드가 된다. 예컨대 드라마 제작사가 현지 방송사와 합작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K-아트 브랜드가 현지 전시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문화와 산업의 이중 효과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또 다른 측면은 B2B 상담뿐 아니라 B2C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가수 허각과 한리이의 K-드라마 OST 공연, 현지 유튜버 갓듀의 참여는 일반 관객에게 K-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산업적 효과와 문화적 파급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달리인문쉐도우 역시 전시와 아트 브랜딩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이 브랜드가 제안하는 “한국의 다름이 세계의 다름”이라는 메시지는 현지 관객들에게 한국 예술의 독창성을 전달하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이는 K-아트가 단순히 문화적 소비재를 넘어, 새로운 산업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K아트의  공격적인 글로벌브랜드마케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산업적 파급 의미

이스탄불에서 확인된 성과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 기업 몇 곳의 성공 사례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K-콘텐츠 산업 전반의 진화 과정을 상징한다. 기존의 수출 중심 모델을 넘어, 현지와의 공동 제작과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장기적 성장 구조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특히 달리인문쉐도우 같은 K-아트 브랜드의 합류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K-팝, K-드라마, K-게임이 이미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K-아트가 새로운 수출 자산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 콘텐츠는 장르의 다변화를 통해 한층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KtN 리포트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는 단순한 박람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래의 거울이었다. 상담액 270억 원, MOU 6건이라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보여준 전략적 가치였다.

이스탄불은 단순한 전시 무대가 아니라, 동서양을 잇는 글로벌 문화 실크로드의 중심이다. TRT와 같은 현지 메이저 기업과의 협업, 비즈니스센터 개소를 통한 장기적 거점 확보, 그리고 달리인문쉐도우와 같은 K-아트 브랜드의 합류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흥행을 넘어 글로벌 협력 모델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앞으로 이어질 마드리드, 상하이, 바르샤바 전시는 이스탄불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키는 무대가 될 것이다. K-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문화 상품이 아니라, 동서양을 잇는 문화 실크로드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창의성과 ‘다름’은 이스탄불을 거점으로 세계 속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