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리포트①] 수출이 지탱하는 한국 콘텐츠

내수 침체 속 글로벌 시장이 버팀목 되다 두 얼굴의 성적표 수출 호황, 내수 침체

2025-09-10     김동희 기자
배우 아이유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2025년 1분기 한국 콘텐츠산업은 화려한 외피와 불안한 내면을 동시에 드러냈다. 산업 전체 매출은 37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이 성장은 전적으로 해외 수출에 의존했다. 방송 수출은 전년 대비 159.0% 폭증했고, 음악 수출은 73.9% 증가하며 수출 총액은 30억 9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수출만 놓고 보면 ‘호황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게임 매출은 –8.3%, 영화는 –9.8% 역성장을 기록했다. 산업 전반의 고용도 66만 4천 명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수출 호황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 글로벌 팬덤과 플랫폼이 성장 동력이 되는 한편, 국내 소비 기반은 약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산업이 균형 잡힌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의 확장

한국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눈에 띈다.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 OTT 플랫폼에서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K-팝 공연 티켓은 유럽과 미주에서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방송 산업 수출은 159.0% 급증했고, 음악 산업 수출은 73.9% 증가했다. 한류 콘텐츠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변화된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반면 국내 소비는 활력을 잃었다. 영화 관객 수는 줄고 있으며, 게임 이용자들의 지출도 감소했다. 내수 부진은 경기 요인뿐 아니라 세대별 소비 습관 변화와도 연결된다. 젊은 세대는 글로벌 스트리밍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해외 매출 확대와 연결된다. 그러나 중장년층 중심의 전통 콘텐츠 소비는 둔화되면서 국내 시장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문화현장NOW] 영화 한 편 ‘천 원’ 시대…문체부, 6000원 할인권 450만 장 푼다  사진=2025 07.23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산업별 희비

세부적으로 보면 산업별 양극화가 뚜렷하다. 음악 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2% 성장했고, 애니메이션 역시 16.5% 증가했다. 두 산업 모두 Z세대와 알파세대의 선호와 글로벌 팬덤의 확대에 힘입은 결과다. 반대로 게임은 –8.3%, 영화는 –9.8% 감소하며 내수 기반 산업의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특히 영화 산업은 관객 감소로 인해 투자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본 중심이던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국 제작사들의 작품이 점차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해졌다. 그러나 이 성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창작 생태계와 제작 인력 기반을 장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성적표와 구조 전환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의 실적 구조다. 콘텐츠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9.86%로 전체 산업 평균보다 7.21%포인트 높았다.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비용 절감과 효율화, 해외 수익 확대를 통해 이익률을 높인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 중심 전략은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수는 0.1% 증가에 그쳤다. 이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플랫폼 집중 구조가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축소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이 수익성을 강화하면서도 사회적 파급 효과는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다.

수출 의존의 위험

수출 확대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 요인을 내포한다. 해외 플랫폼과 유통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글로벌 경기나 판권 계약 조건 변화에 따라 수익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 시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해외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산업 전체의 자율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영화 산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관객 감소로 투자 환경이 위축되면서 제작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성과가 반드시 국내 제작 생태계의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수출 의존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부산영화제(BIFF).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일자리 없는 성장

콘텐츠산업의 성장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종사자 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 자동화, 플랫폼 집중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특히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프리랜서, 계약직,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고용 기반은 오히려 약화되는 추세다.

콘텐츠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은 사회적 과제로 이어진다. 수출과 이익이 늘어도 고용 안정성과 노동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산업의 성장 자체가 불완전한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균형 전략의 필요성

한국 콘텐츠산업의 1분기 성적표는 수출 호황에 기댄 위태로운 성장으로 요약된다. 해외 시장의 성과는 분명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수 침체, 산업별 양극화, 고용 정체라는 구조적 문제가 병존한다. 지금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 세대별 소비 행태를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 공급과 지역 기반 콘텐츠 생태계 지원이 요구된다. 둘째, 산업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 음악과 방송에 편중된 성과를 완화하고, 영화·게임 산업의 재도약을 도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글로벌 수익을 국내 제작 생태계로 환류시키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작 기반과 고용을 강화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산업은 지금 기회의 순간과 위험의 순간에 동시에 서 있다. 해외 성과에 취해 내수 기반을 소홀히 한다면 장기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수출 성과 뒤에 가려진 내수 침체와 고용 문제를 직시하고, 산업 구조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K-콘텐츠 리포트가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