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리포트④] AI와 창작의 경계

기술 혁신과 산업 불평등, 콘텐츠의 미래를 묻다 새로운 동력, 새로운 불안 산업별 AI 도입의 현실과 가능성

2025-09-13     김동희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예술적 창작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사진=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2025년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콘텐츠산업 전반을 흔드는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창작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1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특히 광고·영상·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AI의 등장은 콘텐츠 생산의 속도와 범위를 혁신적으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창작의 본질과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중대한 도전 과제를 던진다. 창작자와 기업 모두에게 기회이자 위험이 교차하는 국면이다.

영상·광고 산업: 빠른 수용자

영상과 광고 산업은 AI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영상 편집, 자막 생성, 음성 더빙 등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은 이미 AI 도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광고 제작에서는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하는 ‘AI 광고 자동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 비용은 줄고 생산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나 단순 기술직 종사자의 역할은 축소되면서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는 혁신이지만, 산업 종사자에게는 일자리 축소라는 그림자로 다가온다.

음악 산업: 가능성과 논쟁

AI 음악 생성은 특히 주목받는다. 단순한 배경음악부터 대중음악까지 AI가 직접 곡을 만드는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기존 작곡가·편곡가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K-팝 산업의 경우, 글로벌 팬덤을 고려한 현지화 작업이나 실험적 장르 개발에 AI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저작권과 창작 윤리 문제가 불거진다.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논쟁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과제다.

출판·공연 산업: 상대적 저항

반대로 출판과 공연 산업은 AI 도입 속도가 더디다. 출판의 경우 AI 번역과 집필 보조 도구는 활용되고 있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인간 작가의 서사적 깊이를 중시한다. 공연 예술 분야 역시 라이브 경험과 인간 고유의 표현력이 핵심 가치로 남아 있어, AI 대체가 쉽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콘텐츠 장르별 특성을 보여준다. 기술 친화적인 산업일수록 AI의 수용 속도가 빠르고, 인간의 창의적 해석이나 현장 경험이 중시되는 산업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강하다.

임우경 교수는 “K-뷰티는 NFT와 AI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뷰티 산업의 독창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업의 선택과 산업 불평등

보고서는 생성형 AI 도입 가능성이 산업 내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기업과 글로벌 플랫폼은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중소 제작사는 도입 비용 부담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뒤처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사들의 경우 영업이익률 개선의 배경 중 하나로 AI 도입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익 증대가 종사자 처우 개선이나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기술 혁신이 곧바로 사회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사회적 파급과 규제 과제

AI 확산은 콘텐츠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저작권 분쟁, 창작자의 권리 보호, 데이터 편향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작가·배우 조합이 AI 활용을 두고 파업을 벌였고, 일본에서도 AI 만화의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규제와 제도의 정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AI 활용은 오히려 산업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기술의 속도와 사회적 합의의 속도가 맞지 않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현장의 창작자와 종사자다.

사진=임우경교수 「생성형 AI를 활용한 초현실주의 바디아트 콘텐츠 작품 연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창작의 본질을 지키는 균형 전략

AI는 콘텐츠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제작 속도와 범위가 확대되고, 비용이 절감되며,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가 지적하듯, AI 확산은 동시에 산업 불평등과 노동 불안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균형 전략이다. 첫째,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과 공정한 보상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둘째, 중소 제작사의 AI 활용 역량을 높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 격차가 산업 양극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창작 교육과 노동 정책을 개편해, AI 시대에도 인간 창작자의 고유한 역할이 존중받도록 해야 한다.

AI와 콘텐츠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창작의 본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착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이 여전히 중심에 서야 한다. 그래야만 K-콘텐츠는 기술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