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HONGSEOL①] 억압과 해방의 미학, 인도의 기억에서 세계 미술시장으로

개인의 체험이 세계 언어가 될 때

2025-09-12     임우경 기자
홍설 작가, 인도의 억압적 규율과 기억의 흔적.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 · 박준식 기자] 미술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다. 오늘날 국제 미술시장은 작품의 기법이나 미학적 완성도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사회와 어떤 맥락에서 교차하는가에 주목한다. 홍설 작가(Hongseol)의 작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인도에서 보낸 유년기의 억압적 기억을 예술적 언어로 전환하며, 감정의 해방과 치유를 화폭에 담아낸다.

국제 보고서 The Art Market in 2024는 최근 시장이 “작가의 서사와 정체성을 소비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다른 주요 자료인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는 젊은 컬렉터의 확대, 여성 작가의 약진, 아시아 미술의 부상을 핵심 흐름으로 제시했다. 홍설 작가의 행보는 이 세 가지 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인도의 억압적 규율과 기억의 흔적

홍설 작가는 학창 시절을 인도에서 보냈다. 여성의 신체 노출을 철저히 금지하는 교칙, 강렬한 색채의 옷조차 허용되지 않는 억압적 생활은 청소년기의 정서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특정 종교적 이유로 토마토와 감자를 금지하는 등, 식생활조차 규율에 따라 제한되었다.

이러한 기억은 단순히 개인적 경험에 머물지 않았다. 억압의 감각은 캔버스 위에서 해방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금지되었던 색은 화폭 위에서 자유롭게 번져 나갔고, 제약된 감정은 곡선과 씨앗, 촉수 같은 유기적 형상으로 전환되었다. 작품속 속 붉은 구체나 씨앗 형상은 억압된 감정이 다시 피어나는 장면을 상징한다.

The Art Market in 2024가 분석했듯, 현대 미술은 단순히 결과물의 미적 가치가 아니라 “작품에 담긴 체험과 기억”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다. 홍설 작가의 작업은 개인적 기억을 시각적 언어로 변환하여 관람자가 자신만의 경험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홍설 작가, 인도의 억압적 규율과 기억의 흔적.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억압에서 해방으로 이어지는 조형 언어

홍설 작가의 회화에는 일련의 서사가 흐른다. 억압에서 비롯된 감정은 기억 속에서 응축되고, 화폭 위에서 해방의 형상으로 확장된다.

〈감정의 씨앗(The Seed of Emotion)〉에서는 언어화되지 못한 감정이 씨앗처럼 움트는 순간이 표현된다. 작은 입자들이 모여 생명체로 자라나는 장면은 감정의 시작과 성장 과정을 은유한다. 이어지는 〈감정의 시냅스(Synapse of Emotion)〉에서는 서로 다른 개체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다. 신경세포 같은 이미지가 감정의 전이를 상징하며, 언어 이전의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이 흐름은 억눌린 감정이 해방의 이미지로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다.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는 최근 컬렉터들이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환기하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홍설 작가의 화면은 이러한 흐름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홍설작가「감정의 씨앗(The seed of Emotion)」 감정은 어떻게 형태가 되는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도권 밖에서 찾아낸 자유

홍설 작가는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다. 이는 공식적인 지원에서 불리함을 낳기도 했지만, 매체 실험의 자유를 허락했다. 회화에서 출발한 작업은 도자기, 향, 디지털로 확장되었다. 흙의 촉감을 통해 기억을 물질로 전환하고, 향기를 통해 무의식의 층위를 환기하며, 디지털 영상 속에서 형상을 움직임으로 구현했다.

비전공 여성 작가라는 위치는 오늘날 미술 시장의 요구와 맞물린다. The Contemporary Art Market Report 2024는 여성 작가의 성장과 제도권 밖 창작자들의 약진을 중요한 트렌드로 기록했다. 홍설 작가의 작업은 이 두 가지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감각과 매체의 확장

홍설 작가의 탐구는 시각적 회화에 머물지 않는다. 도자기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흙의 질감을 통해 감정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향 작업은 후각을 자극하며 감정의 기억을 불러낸다. 디지털 작업은 원화의 형상을 움직이며 감정의 생명성을 보여준다.

최근 국제 미술시장은 다중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관람자는 이제 눈으로만 작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공간, 소리, 향기, 시간성을 포함한 다층적 경험을 원한다. 홍설 작가의 실험은 이러한 흐름과 정확히 맞물리며, 감정의 시각화를 다감각적 체험으로 확장한다.

홍설 작가, 인도의 억압적 규율과 기억의 흔적.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아트의 확장성과 홍설 작가의 위치

한국 미술은 지난 10여 년간 국제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해왔다. 아시아 미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작가들은 글로벌 컬렉터와 기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설 작가의 작업은 이 맥락 속에서 K-아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도의 억압적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해방의 언어를 구축하는 과정은 동양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국제 시장이 요구하는 정서적 서사와 호응한다.

결핍을 해방의 형상으로 전환하다

홍설 작가의 작품은 결핍과 억압의 경험에서 시작해, 해방과 치유의 이미지로 나아간다. 곡선과 색채, 씨앗과 촉수의 형상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적 감정의 구조로 확장된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작업을 만들고, 현재의 작업은 미래의 K-아트로 이어진다. 국제 미술시장은 이제 기법적 완성도 이상을 요구한다. 경험, 감정, 서사가 결합된 작품이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홍설 작가(Hongseol)는 억압의 기억을 해방의 언어로 전환하며, 오늘의 미술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