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경제④] 한국과 글로벌 자본, 공동성장의 조건

이재명 대통령, 세계경제포럼 의장 접견

2025-09-24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세계경제포럼 의장 접견. 사진=KTV 이매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뉴욕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블랙록 회장의 회동은 단순한 의전적 이벤트를 넘어선 신호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하고, AI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협력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의 긍정적 평가가 곧바로 국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동성장’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자본과 기술, 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경제 모델이 탄생한다.

글로벌 자본의 의도와 한국의 기회

블랙록이 한국에 주목한 배경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정치·경제적 안정성 회복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복원과 정책의 연속성 확보는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둘째, 산업 경쟁력이다. 반도체, 배터리, 통신 인프라 등은 AI와 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반이다. 셋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지리적·전략적 위치다. 한국은 글로벌 자본이 동아시아 시장에 접근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자본과 손잡을 경우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 블랙록이 강조한 “아시아의 AI 수도”라는 개념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한국이 국제 분업 구조에서 차지할 수 있는 실질적 위치를 보여준다.

공동성장의 필요성

외국 자본 유치는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로는 위험도 내포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은 자본 의존이 커질 때 발생하는 불안정을 경험했다. 이번 협력이 과거와 달라지려면 공동성장이 핵심 원칙으로 작동해야 한다.

공동성장이란 단순히 글로벌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술과 역량을 함께 키우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반도체, 배터리, 냉각 기술, 전력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협력사로 참여하고 기술을 내재화할 때 성장의 파급효과가 커진다.

또한 규제와 제도 설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AI와 에너지 전환은 노동시장, 환경,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투자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자본과 기술, 정책의 삼각 구도

공동성장을 위해서는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첫째는 자본이다. 블랙록과 같은 초대형 자산운용사의 투자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둘째는 기술이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반도체, 배터리, 통신 기술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필수 요소다. 셋째는 정책이다. 정부가 탈탄소와 AI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세 축이 균형을 이루면 단순한 외국 자본 유치를 넘어선 통합적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자본은 안정성을, 기술은 경쟁력을, 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국제 협력의 확장

한국과 글로벌 자본의 협력이 국내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AI와 재생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이 허브 역할을 한다면, 단순한 투자 대상국이 아니라 공급망 재편의 중심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글로벌 자본과의 협력이 한국을 넘어 지역 전체의 안정성과 성장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단순한 경제 규모가 아니라, 전략적 조정자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사회적 파급 효과

공동성장은 경제 지표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와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과 노동자가 참여하면 고용과 기술 역량이 확대된다. 지역별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설비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는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인다. 글로벌 자본이 제공하는 자금력과 한국 사회의 기술·노동력이 결합될 때, 산업 성장과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실현된다.

KtN 리포트

뉴욕 회동은 한국이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순한 투자 유치에 머무르면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협력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공동성장이 전제돼야 한다.

자본, 기술, 정책이 균형을 이루고, 국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한국은 단순한 투자처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전략적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글로벌 자본의 긍정적 평가를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는 과제가 지금 한국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