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경제 2025 ③] AI 확산과 고용 정체, 성장과 일자리의 역설

성장 뒤에 가려진 정체된 고용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산 구조

2025-09-26     박준식 기자
최휘영 문체부 장관, 이현세 등 창작자·업계와 간담회… 불법 유통·AI·저작권 과제 속 문화산업의 새로운 비전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5년 1분기 한국 콘텐츠 산업은 수출과 매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고용 지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종사자 수는 0.1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산업의 외형은 커지고 있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경기적 요인이 아니라 산업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의 확산과 디지털 제작 방식의 고도화가 효율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인력 수요를 줄이고 있다. 콘텐츠 산업이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와중에도 사회적 파급력, 특히 고용 측면에서의 기여는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정책적·경제적 함의가 크다.

제작 과정의 자동화와 효율성

음악, 영상, 출판, 게임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음원 제작과 믹싱, 영상 편집과 자막 처리, 스토리보드 작성 같은 영역에서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됐다. 과거 인력이 투입되던 공정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면서 제작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낮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실제로 상장 콘텐츠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전체 상장사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효율성 증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 확대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업 성장의 사회적 의미는 제한적이다.

고용 정체의 구조적 원인

종사자 수 증가율이 0.1퍼센트에 머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동화로 대체된 영역이 늘어났고, 플랫폼 기반 산업 구조는 소수의 대형 기업에 수익과 기회를 집중시켰다. 프리랜서와 중소 제작사 종사자들은 일감이 줄어드는 압박을 받고 있다.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국내 노동시장에서 체감되는 온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글로벌 경쟁 환경은 ‘더 빠르고, 더 값싼 제작’을 요구한다. 기업들은 혁신 투자를 인력 확충보다 기술과 장비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의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초현실주의적 미학을 구현하며 브랜드와 소비자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도구로 자리 잡은 AI 기술은 디지털 시대 뷰티 콘텐츠 제작의 핵심이 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팬덤 경제와 일자리의 불균형

음악과 애니메이션 산업은 팬덤 기반 확산으로 급성장했지만, 그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다. 앨범 제작, 굿즈 판매, 온라인 플랫폼 운영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공연·기획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팬덤 경제는 수익 모델로서는 성공적이지만, 고용 창출력은 크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불균형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가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제조업 부진 국면에서 수출을 늘리고, 기업 이익을 확대하며, 국가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와의 괴리는 사회적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이 성장하는데도 청년층 고용이 늘지 않는다면, 콘텐츠 산업은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노동 전환의 필요성

인공지능 도입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따라서 문제는 기술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춘 노동 전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제작 과정에서 사라지는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직무, 예컨대 AI를 관리하고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전문 인력, 글로벌 팬덤을 운영하는 디지털 마케터 같은 직무가 체계적으로 육성돼야 한다.

문화 기획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여는 10일간의 항해  사진=2025 09.1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내수와 고용의 선순환

내수 시장이 정체되면 고용 효과는 더욱 제한된다. 영화와 게임이 부진한 것은 단순한 산업 실적 악화가 아니라 관련 종사자의 고용 불안과 직결된다. 내수를 살리지 못하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낳는다. 산업 성장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내수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

효율성과 일자리의 균형을 찾아서

2025년 1분기 콘텐츠 산업은 인공지능 도입과 효율성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 그러나 고용 정체라는 역설이 동시에 드러났다. 수출은 늘고 기업 이익은 개선됐지만, 산업 성장의 사회적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효율성과 고용의 균형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일자리를 잠식하는 흐름을 방치한다면, 산업은 사회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변화에 맞춘 노동 전환과 내수 기반 강화가 뒷받침된다면, 콘텐츠 산업은 성장과 고용을 함께 이루는 모범적 산업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세계적 위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고용,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장과 일자리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앞으로 10년 한국 콘텐츠 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