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경제 2025 ⑤] K-콘텐츠, 한국 경제의 새 엔진인가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다 성과와 한계가 교차하는 산업

2025-09-28     박준식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대통령-매기 강의 공감  사진=2025 08.22  넷플릭스 넷플릭스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은 지난 20일 아리랑 국제방송 특별 프로그램 'K팝: 더 넥스트 챕터'(K-Pop: The Next Chapter)에 출연했다. 그녀는 이재명 대통령, 트와이스 정연·지효와 함께 한 방송 녹화에서 한국 문화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5년 1분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한쪽에서는 침체, 다른 한쪽에서는 도약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드러냈다. 내수 시장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영화와 게임은 성장세를 잃었다. 반면 음악, 애니메이션, 방송·영상은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방송·영상 수출의 급증은 산업 구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흐름은 콘텐츠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제조업과 반도체가 둔화하는 시점에 콘텐츠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혹은 불균형과 종속의 한계에 갇힐지가 중요한 질문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성장의 확장성

음악과 방송·영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음악은 팬덤 경제와 플랫폼 결합으로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방송·영상은 OTT를 매개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다양성과 캐릭터 산업 결합을 통해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콘텐츠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특수 현상에 머물지 않고, 세계 대중문화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팬덤과 디지털 플랫폼은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내수 기반의 취약성

그러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영화와 게임이 부진하면서 내수 전체가 위축됐고, 소비 여력 부족과 구독경제 포화가 이를 악화시켰다. 내수의 정체는 단순히 매출 부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용 안정성과 창작 생태계의 자립성에 직결되며, 장기적 혁신 역량을 약화시킨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대통령-매기 강의 공감  사진=2025 08.22  넷플릭스 넷플릭스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은 지난 20일 아리랑 국제방송 특별 프로그램 'K팝: 더 넥스트 챕터'(K-Pop: The Next Chapter)에 출연했다. 그녀는 이재명 대통령, 트와이스 정연·지효와 함께 한 방송 녹화에서 한국 문화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술 혁신과 고용의 괴리

인공지능 확산은 제작 효율을 높였지만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업 외형은 커졌으나 종사자 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효율과 비용 절감은 기업의 성과로 이어졌지만, 노동시장에는 ‘성장은 있지만 일자리는 없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괴리는 산업 성장의 사회적 정당성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플랫폼 종속과 협상력 문제

방송·영상의 해외 성과 뒤에는 글로벌 OTT 의존이 있다.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판권과 수익 배분 구조에서 국내 제작사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장기적으로 지식재산권 관리 역량이 약화되면, 콘텐츠 산업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경제적 의미와 과제

콘텐츠 산업의 현재 모습은 한국 경제에 몇 가지 중대한 의미를 던진다.

첫째, 산업 다변화의 가능성이다. 반도체와 제조업 의존에서 벗어나 문화 산업이 새로운 수출 축으로 자리 잡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콘텐츠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불균형의 심화다. 수출은 성장하지만 내수는 정체돼 산업의 이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내수 기반이 약하면 해외 성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창작과 인력 양성이 내수 생태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셋째, 사회적 파급력의 한계다. 콘텐츠 산업은 국가 브랜드 가치와 수출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고용 창출과 소득 분배에서는 제한적이었다. 기술 혁신이 노동 수요를 줄이면서 산업 성장과 사회적 안정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넷째, 자율성 확보의 과제다. 글로벌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는 당장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장기적으로 협상력과 지식재산권 관리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다. 독자적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산업 지속성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대통령-매기 강의 공감  사진=2025 08.22  넷플릭스 넷플릭스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은 지난 20일 아리랑 국제방송 특별 프로그램 'K팝: 더 넥스트 챕터'(K-Pop: The Next Chapter)에 출연했다. 그녀는 이재명 대통령, 트와이스 정연·지효와 함께 한 방송 녹화에서 한국 문화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새로운 엔진인가, 불완전한 성장인가

한국 콘텐츠 산업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성과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수 침체, 고용 정체, 플랫폼 종속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 기술 혁신이 고용과 사회적 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 글로벌 플랫폼 종속을 넘어 자율성을 확보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성장은 이미 확인됐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균형과 지속성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한국 경제의 진정한 엔진이 되려면, 단순한 수출 성과를 넘어 사회적 기여와 구조적 자립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이 그 분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