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경제④] 데이터 전쟁

글로벌 플랫폼이 독점한 팬덤 데이터, 한국은 왜 활용하지 못하는가

2025-10-06     김동희 기자
케데헌, 넷플릭스 역사 새로 썼다… “5주 차 최고 시청률, 빌보드까지 정복” 사진=2025 07.23  넷플릭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디지털 문화 산업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다. 이용자의 소비 행태, 접속 시간, 구매 패턴, 소셜 확산 경로는 기업에게 새로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원재료가 된다. 게임과 영상, 음악이 결합한 팬덤 경제에서 데이터는 IP보다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와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협업은 팬덤 데이터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포트나이트는 아이템 구매율, 플레이 시간, 신규 이용자 유입을 실시간으로 기록했고, 넷플릭스는 작품 시청 패턴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러나 한국 기획사와 제작사는 데이터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한국은 문화적 자산을 제공했지만 팬덤 데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에 축적됐다.

데이터 독점의 구조

포트나이트는 글로벌 게이머 수천만 명의 접속 데이터를 관리한다. 특정 아이템이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렸는지, 어떤 연령층이 어떤 캐릭터를 선호하는지, 이용자가 데몬 러시 모드에서 평균 몇 분간 머무는지 모든 수치가 에픽게임즈 서버에 집적된다.

넷플릭스 역시 KPop Demon Hunters 시청자 데이터를 보유한다. 어느 국가에서 몇 번 재생됐는지, 시청자 중 게임으로 유입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협업 발표 후 재시청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까지 정밀한 추적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 기획사와 제작사는 계약 구조상 데이터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계약에 포함된 것은 IP 사용료와 일부 로열티뿐이었고, 팬덤의 실제 소비 데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에 귀속됐다. 한국은 이용 행태를 직접 분석할 수 없었고, 향후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자산을 잃었다.

데이터가 만드는 경제적 가치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데이터는 새로운 매출 경로를 개척하는 지도다. 포트나이트는 구매율이 높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별 프로모션을 강화했고, 넷플릭스는 시청 패턴을 반영해 마케팅 전략을 세분화했다.

데이터는 교차 마케팅에서도 결정적이다. 포트나이트 아이템 구매와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가 결합되면 팬덤의 충성도를 수치화할 수 있다. 특정 이용자가 넷플릭스에서 KPop Demon Hunters를 시청한 뒤 포트나이트에서 루미 코스튬을 구매했다면, 그 이용자는 양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이 된다.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이용자를 중심으로 집중 마케팅을 전개한다.

한국 기획사가 확보한 수치는 판매량에 불과하다. 팬덤이 언제, 어떻게, 왜 소비했는지를 설명해줄 데이터는 제공되지 않는다. 데이터가 없는 기획사는 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결국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 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데이터 접근권의 불평등

글로벌 플랫폼은 자사의 데이터 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계약에서 데이터 공유를 제한한다. 제작사는 콘텐츠 사용료와 일부 매출 정산만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 데이터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구조는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제작사의 종속성을 고착화한다.

데이터 접근권의 불평등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한계를 보여준다. K-pop과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얻어도, 데이터 분석 능력이 결여되면 한국 기업은 시장을 예측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기 어렵다. 팬덤이 만들어내는 소비 패턴은 글로벌 플랫폼의 자산으로만 남는다.

데이터 기반 전략의 필요성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팬덤 경제 시대에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데이터 전략이 절실하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데이터 접근권을 필수 조건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단순한 매출 정산이 아니라 이용자 행태 데이터의 일정 부분을 확보해야 한다.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팬덤의 소비 패턴을 한국 기업이 직접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콘서트 예매, 굿즈 판매, 공식 팬 커뮤니티 활동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면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데이터 체계가 가능하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주권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표준 계약 모델을 마련하고, 데이터 분배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데이터 주권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KtN 리포트

KPop Demon Hunters와 포트나이트 협업은 팬덤 경제의 중심이 데이터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플랫폼은 이용자의 구매와 시청 행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했고, 한국 기획사와 제작사는 데이터 접근에서 배제됐다.

데이터 독점은 수익 분배 이상의 문제다. 데이터는 미래 전략을 결정하는 자산이며, 한국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데이터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협상에서 데이터 공유를 필수 조건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팬덤 경제 시대에 경쟁의 본질은 데이터다. 한국이 문화적 영향력에 걸맞은 경제적 주도권을 얻기 위해서는 콘텐츠 흥행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전략이야말로 한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