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트렌드③]여성 리더십의 약진, 공감이 만든 새로운 팬심 구조
김연경·박세리·이상화, ‘강함’보다 ‘공감’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다
[KtN 홍은희기자]2025년 10월 스포츠 스타 브랜드 데이터에서 눈에 띈 흐름은 여성 리더십의 부상이다. 김연경이 전월 대비 28.38% 상승하며 5위로 올라섰고, 박세리·이상화·손연재 등도 중위권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락 일색이던 전체 시장 속에서 여성 스포츠인의 평판이 반등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강함보다 공감, 실적보다 태도에 반응하는 팬심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0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평균 브랜드평판지수는 전월 대비 14% 상승했다. 남성 스타가 평균 9%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연경은 3,514,133점으로 5위에 올랐고, 박세리(23위), 손연재(24위), 이상화(25위), 김연아(11위) 역시 모두 소폭 상승했다. 전체 빅데이터가 11.11%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 스타들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브랜드가 실적보다 ‘인물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연경 브랜드의 주요 연관 키워드는 ‘리더십’, ‘팀워크’, ‘진심’이었다. 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후배’, ‘응원’, ‘멘토’였다. 경기력보다 인간적인 태도와 사회적 메시지가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된 셈이다. 박세리의 경우 ‘선수 육성’, ‘멘토링’, ‘도전’이 핵심 키워드였다. ‘골프 여제’라는 타이틀보다, 후배를 지원하고 차세대 선수를 발굴하는 행보가 더 큰 공감을 얻었다. 이상화는 경기 은퇴 이후 방송과 사회활동을 통해 꾸준한 신뢰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자기관리’, ‘성실함’, ‘꾸준함’이 키워드 상위권에 올랐다.
데이터의 방향은 명확하다. 여성 스포츠인은 실적보다 ‘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남성 스타 브랜드가 여전히 경기력·성적 중심 구조를 따르는 반면, 여성 스타는 태도와 커뮤니케이션이 브랜드의 핵심 요인이 됐다. 이는 팬심의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팬들은 더 이상 성과를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적 안정감과 인간적인 서사를 원한다. 김연경이 경기보다 ‘말 한마디’로 더 큰 화제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랜드 구조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여성 스포츠인의 소통지수는 평균 18% 상승했지만, 미디어지수는 4% 상승에 그쳤다. 즉, 언론 노출보다는 커뮤니티·SNS에서의 자발적 대화가 브랜드를 견인하고 있다. 팬들이 직접 만드는 이야기, 공감과 지지의 언어가 브랜드 확산의 주요 경로로 바뀐 것이다. 공감은 이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핵심 동력이다.
이 흐름은 세대 교체와도 맞물린다. 20~30대 여성 팬층은 스포츠를 ‘경기’가 아니라 ‘인간 서사’로 소비한다. 응원의 대상은 승자보다 공감 가능한 인물이다. 김연경이 경기 후 “이제 후배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말할 때, 팬들은 그 말을 ‘리더의 품격’으로 받아들였다. 동일한 맥락에서 박세리의 후배 지원 프로젝트나 이상화의 멘토링 활동도 팬 커뮤니티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 팬덤은 단순한 스타 추종이 아니라 ‘가치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남성 중심 구조에서 여성 리더십의 확장은 산업의 다양성 회복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팬심이 특정 인물과 종목에 몰려 산업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여성 스포츠인의 서사는 다른 감정선을 제공한다. 경쟁과 성취 중심의 서사에서 공감과 관계 중심의 서사로 확장되면서 팬층이 분화되고 있다. 팬들이 여성 스포츠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위안’을 얻는 구조가 생겼다. 이는 팬심경제가 감정 자산을 중심으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감형 리더십의 확장은 콘텐츠 산업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여성 스포츠인의 발언이나 행동이 광고와 협업 시장에서 차별화된 효과를 내고 있다. ‘힘’보다 ‘지속성’, ‘승리’보다 ‘지지’를 이야기하는 브랜드는 팬층의 정서적 안정감과 일치한다. 스포츠 브랜드가 ‘경쟁의 상징’에서 ‘관계의 매개체’로 바뀌는 지점이다.
여성 스포츠인의 브랜드가 상승한 이유는 단순한 인물 인기에 있지 않다. 팬들은 더 이상 성적표를 기준으로 스타를 평가하지 않는다. 진정성, 인간관계, 그리고 감정의 온도가 브랜드의 가치가 되는 시대다. 김연경의 리더십, 박세리의 후배 양성, 이상화의 꾸준한 행보는 공감의 언어로 팬과 연결된다. 경기장의 기록은 잊혀도 태도의 기억은 남는다. 지금의 팬심은 승리보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산다. 스포츠는 더 이상 ‘강자의 무대’가 아니다. 공감과 진정성이 브랜드의 새 통화가 된 시대, 여성 리더십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