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트렌드2025⑦] 컬렉터 3.0, 소유보다 연결을 사는 세대

‘내가 가진 예술’이 아니라 ‘함께 참여한 예술’을 추구하는 시대, 소유의 개념이 바뀌다

2025-10-16     임민정 기자
KUVA ARTS CENTER, 차효준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한때 미술품은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작품을 소유하는 행위는 곧 ‘예술의 주인’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미술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들은 소유보다 ‘참여’를 중시하고, 작품의 가치보다 ‘관계’를 우선한다. 그들은 더 이상 작품을 벽에 걸지 않는다. 대신 네트워크 안에서 함께 즐기고, 공유하고, 확산시킨다. 예술의 의미가 소유에서 연결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컬렉터가 주도하는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와 감정의 교류가 자산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예술 역시 ‘관계의 경제’ 속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 세대는 작품의 희소성보다 작가의 태도, 전시의 맥락, 사회적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작품을 산다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행위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서사에 공감했는가’가 구매의 핵심 이유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작품을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아도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작품의 공동 소유권을 나누거나, NFT 형태로 일부 지분만 보유해도 충분하다. 더 나아가 일부 컬렉터는 작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전시나 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형 후원자’로 참여한다. 예술의 소유권보다 경험권을 중시하는 흐름이다. 이는 경제적 효율보다 정서적 연결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형태로, ‘컬렉터 3.0’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JESUS JESUS JESUS  사진=MICHAEL PA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35세 이하 컬렉터 중 58%가 실물 작품보다 디지털 자산형 예술을 선호하며, 72%가 작품 구입 후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작품의 가격보다 ‘이 작품을 통해 누구와 연결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술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커뮤니티 기반 컬렉팅이 있다. 예술가와 팬, 컬렉터가 같은 플랫폼에서 소통하며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과거 화랑이 중심이던 시장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작품이 팔리는 과정보다,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컬렉터는 ‘후원자’이자 ‘참여자’, ‘기획자’이자 ‘관객’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런 구조는 시장의 권력 지형을 바꾼다. 예전에는 작품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이 미술의 주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정된 자본이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가 예술적 영향력을 결정한다. 디지털 커뮤니티는 수천 명의 개인을 하나의 집단 컬렉터로 묶는다. 이들이 SNS에서 특정 작가나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지지하면, 시장의 흐름이 바뀐다. 미술 시장은 더 이상 개인의 자본이 아니라, 집단의 감정으로 움직이는 생태계가 되었다.

컬렉터 3.0 세대는 작품을 ‘자산’보다 ‘대화’로 본다. 소유는 끝이지만, 연결은 시작이다. 전통적 컬렉터가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가두었다면, 새로운 세대는 작품을 사람들 사이에 풀어놓는다. SNS를 통한 감상 공유, 메타버스 전시 참여, AI 아트 공동 창작 등은 그들의 주요 활동 방식이다. 작품은 더 이상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완성된다.

이 변화는 작가의 창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가들은 더 이상 관객에게 완성된 결과물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참여를 유도하고, 관객의 반응을 작품 속에 포함시킨다. 관객의 감정 데이터나 댓글이 작품의 일부로 남는 구조다. 이러한 상호작용형 작품은 ‘감상의 민주화’를 넘어, 예술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연결의 시대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소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술의 책임 구조도 흐려지고 있다. 작품의 가치가 시장의 가격이 아닌 ‘공감의 크기’로 평가될 경우, 예술의 기준은 어디에 둘 것인가. 전문가들은 “예술의 사회적 확장성은 긍정적이지만, 기준 없는 감정 소비로 흐르면 예술의 맥락이 희석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파스텔 팔레트는 불확실성과 긴장 속에서 세대가 공유하는 위로의 언어다. /사진=임지찬 작가 '피어,나' 전시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젊은 컬렉터 세대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참여한 예술에 더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그들에게 예술은 투자보다 경험이며, 소유보다 관계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SNS가 그 경험을 확산시킨다. 예술은 더 이상 ‘보유한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과정’이 되었다.

컬렉터 3.0의 시대는 예술 시장을 인간 중심으로 되돌리고 있다. 자본이 아니라 공감이 가치를 정하고, 거래보다 참여가 중심이 된다. 작품을 통해 얻는 것은 감정의 공유이며, 그 감정이 또 다른 예술을 낳는다. 미술은 소유의 언어를 벗어나, 관계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결국 인간의 연결을 향한다. 작품은 벽에서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감정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 새로운 세대가 만든 연결의 문화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감정은 소유될 수 없지만, 공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유의 순간에 예술은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