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트렌드] 1조3808억 원 분할 놓고 법리 충돌… ‘특유재산’ 경계 다시 그리는 대법원의 선택
대법원, 10월 16일 최태원·노소영 이혼 상고심 선고… 재벌가 재산분할 새 기준 주목
[KtN 박준식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가 10월 16일 대법원 특별1부에서 선고된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검토했지만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고 소부에서 결론을 내리게 됐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단순한 개인 간의 이혼을 넘어, 재벌가의 재산 분할과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10일 상고심 선고기일을 16일로 확정했다. 사건은 2024년 7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1년 3개월 만에 결론을 맞는다. 대법관 13명 전원이 의견을 교환하는 ‘보고 사건’으로 논의됐으나, 법리상 특별한 쟁점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특별1부에서 선고하기로 결정됐다. 주심은 오경미 대법관이 맡았다. 대법원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크더라도, 법률적 판단 자체는 기존 판례 체계 내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SK㈜ 주식의 재산 분할 대상 포함 여부, 둘째는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 산정, 셋째는 위자료 20억 원의 적정성이다. 1심은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각각 20억 원과 1조38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항소심은 SK㈜ 주식이 상속과 증여로 취득된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혼인 기간 중 배우자가 재산 형성과 유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이 약 30년간 가사노동, 자녀 양육, 사회적 활동을 통해 SK그룹의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고 인정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제공된 자금이 SK그룹 성장의 초기 자금으로 쓰였다고 보며, 노소영 관장이 사돈가의 사회적 지위와 네트워크를 통해 그룹의 대외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 판단이 법리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항소심이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 유입을 근거로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를 높게 인정한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소영 관장 측은 대법원에 신속한 판결을 요청하는 서면을 제출했다. 노 관장은 서면에서 “혼인 파탄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을 종식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항소심이 인정한 위자료 20억 원은 국내 이혼 사건 중 최고액이다. 법조계는 이 결정이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혼인 파탄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발전시킨 것으로 본다. 다만 위자료는 손해배상적 성격을 가지며 명확한 산정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재벌가 사건이라는 특수성이 감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법률가들은 “과도한 위자료 인정이 향후 유사 사건에서 기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소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현금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SK㈜ 지분 약 17.9% 중 일부를 매각하거나 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면 그룹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SK그룹의 경영 안정성과 장기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재계는 재벌 총수 개인의 소송이 그룹 전체의 경영 리스크로 확산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K㈜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기업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뒤집을 경우, 상속 재산의 보호 원칙이 강화되고 경영권 안정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업 경영과 개인 재산권 보호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법리적 의미는 ‘특유재산’ 개념의 재정의에 있다. 항소심은 혼인 기간 중 배우자의 간접 기여가 인정되면 상속이나 증여로 얻은 재산이라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사노동, 사회적 지원, 인적 네트워크 관리 등 비가시적 기여가 경제적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판단이 대법원에서 유지될 경우, 향후 재벌가 및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 방식과 혼인계약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 가족법 체계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특유재산을 둘러싼 법리 변화가 재벌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의 재산 분할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역시 혼인계약, 상속설계, 기업지배구조 대비책 등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기업 경영의 연속성과 자산가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함께 바라보고 있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대규모 투자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 구조 변동은 자금 조달, 투자 신뢰, 경영권 안정성 등에 직결될 수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은 혼인 관계의 책임과 배상 원칙을 강화하는 사회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 사회의 결혼, 재산, 책임 개념을 재정의하는 판결”로 본다. 최종 판결이 확정되면 향후 재벌가 이혼소송, 상속분쟁,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리 전반에 새로운 해석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노소영 관장의 기여도 35%와 SK㈜ 주식의 분할 인정은 재벌가 재산분할의 새로운 선례가 된다. 반대로 기존 법리를 복원할 경우, 특유재산의 독립성과 기업 경영권 보호를 중시하는 보수적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론이든 이번 사건은 향후 가족법 해석, 재벌 오너 일가의 자산관리, 사회적 책임 논의에 장기적 영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