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자금, 재산 기여 아냐”…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파기환송
1조3천억 판결 뒤집은 대법…“노태우 비자금, 분할 대상 제외” SK 경영권 리스크 완화…대법 “불법자산은 법적 보호 불가” 불법원인급여 원칙 첫 적용…고액 이혼소송 새 기준 세워 ‘세기의 이혼’ 새 국면…대법, 불법자금 배제하며 판례 바꿨다
[KtN 전성진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을 파기환송하며, 불법자금은 재산분할에 포함될 수 없다는 법 원칙을 명확히 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대법원이 1조 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위자료 20억 원에 대한 부분만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불법자금 배제를 명문화한 첫 판례로 평가된다.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의 관계는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녀 존재를 공개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번졌다. 이후 2017년부터 법정 다툼이 시작됐고,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노 관장에게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노 관장의 사회적·가정적 기여를 인정해 SK㈜ 주식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판단했고, 재산분할액을 1조 3,808억 원으로 크게 올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2심 판단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SK 회장에게 건넨 300억 원이 ‘노소영 측의 재산 기여’라는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자금은 “노태우가 대통령 재직 중 뇌물로 받은 불법 비자금”으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금지 원칙’에 따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사회질서에 반한 자금은 어떠한 형태로도 이혼 재산분할에 포함될 수 없다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된 셈이다.
대법원은 또한 노 관장의 기여도를 평가한 2심의 접근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순히 가문 배경이나 사회적 인맥만으로는 재산 형성의 기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혼인 기간 중 실제로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구체적 행위—경영 참여, 자산 관리, 가사노동 등—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인지, 최 회장의 결혼 전 특유재산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새롭게 이뤄지게 된다.
이번 파기환송으로 재산분할 금액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심의 1조 3천억 원대 판단이 ‘법리 오해’로 지적된 만큼, 불법자금을 제외하고 실질적 기여만 반영하면 분할액은 수천억 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자료 20억 원은 이미 확정되어 추가 다툼의 여지가 없다.
이번 판결은 SK그룹의 경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그룹의 지배구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줄면서 경영권 리스크가 크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노태우 비자금’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 자금임이 확인되면서, SK그룹을 둘러싼 정경유착 논란도 일정 부분 해소됐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민사 재판에서 형사적 불법성이 직접 반영된 첫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뇌물이나 비자금 등 불법성이 인정된 자산은 재산분할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 명문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상류층·대기업 오너 가문의 이혼 사건뿐 아니라, 향후 고액 자산 이혼 소송 전반의 판례 기준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부부의 재산 다툼을 넘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얻은 이익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민법의 근본 원칙을 재확인한 판례다. 대법원이 불법자금의 재산분할 배제를 명시함으로써, 한국 사법이 부와 권력의 경계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