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펙트①] 한 사람의 계약이 만든 2억 달러, 축구인가 세일즈인가
스타의 계약이 리그를 흔들다
[KtN 신명준기자] 2023년 여름, 리오넬 메시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 CF에 입단했다. 유럽 무대를 정복한 세계 최고 선수의 행선지로 북미가 선택된 것은 단순한 이적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당시 팬들은 “커리어의 마지막 여정”으로 해석했지만, 불과 2년 만에 그 계약은 세계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메시가 MLS MVP와 골든부트를 동시에 수상하면서 인터 마이애미의 수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5천만~6천만 달러 수준이던 연간 매출은 2024년 2억 달러를 돌파했다. 구단의 브랜드 가치는 두 배 가까이 뛰었고, MLS는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메시 효과(Messi Effect)’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찬란한 성과만큼이나, 리그 안팎에서는 “축구가 스포츠인가, 세일즈인가”라는 질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익 폭발의 구조 경기보다 브랜드가 움직인다
메시가 입단한 직후 인터 마이애미의 티켓 가격은 평균 1,700% 상승했다. 홈경기장은 매 경기 매진됐고, 애플TV의 MLS 시즌 패스 구독자는 세 배 이상 늘었다. 팬들은 팀의 성적보다 메시를 ‘직접 보는 경험’에 돈을 지불했다. 구단의 유니폼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아디다스·하드록호텔·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스폰서십에 새로 참여했다. 2024년 스폰서 매출은 6억 6,500만 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13%, 2022년보다 44% 증가했다. 마이애미의 경제 전반에도 즉각적인 파급이 나타났다. 메시가 출전하는 주말마다 호텔 예약률은 20% 이상 상승했고, 경기장 주변 상점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 관광청 비지트 플로리다는 “메시 경기일 외지 관광객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스타 한 명이 도시 소비 구조를 움직이고, 그 도시가 다시 리그의 흥행을 견인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계약의 혁신인가, 스포츠의 상업화인가
메시의 계약은 기존 축구계에서 보기 어려운 구조다. 애플TV 중계권 수익과 아디다스 제품 판매 수익 일부를 공유받고, 구단 지분 옵션까지 포함된 복합 계약이다. 단순히 연봉을 받는 선수가 아니라 리그의 상업적 파트너로 참여하는 셈이다. MLS의 단일 주체 리그(Single Entity League) 체제는 이러한 복합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리그 본부가 모든 구단의 재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덕분에 메시와 같은 특별 계약이 실현됐다. 계약 자체는 혁신적이지만, 축구의 본질이 경기에서 거래로 이동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메시 계약은 선수 중심의 스포츠에서 브랜드 중심의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기업들은 스타를 통해 팬을 확보하고, 리그는 스타를 통해 투자자를 모은다. 경기는 흥행을 위한 도구가 되고, 스타는 상품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도시 개발의 중심이 된 스타 마케팅
2026년 개장 예정인 마이애미 프리덤 파크는 메시 효과의 상징적 무대다. 25,000석 규모의 신축 경기장은 호텔 750실, 상업시설, 공원 등을 포함한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연간 1만5천 개의 일자리 창출과 4천만 달러 이상의 세수 효과가 예상된다. 마이애미시는 경기장 개장을 앞두고 메시를 도시 홍보의 핵심 인물로 내세웠다. 이미 ‘메시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었고, 프리덤 파크는 개장 전부터 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스타가 도시 개발의 구심점이 된 셈이다. 그러나 도시 성장의 기반이 한 선수의 존재에 의존하는 구조는 불안하다. 경기력보다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흐름은 일시적 성공을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 지속성은 보장하지 못한다. 스포츠가 도시 마케팅의 수단으로 소비되는 현실은 경기의 가치와 팬의 경험을 동시에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리그 불균형과 경쟁력 저하의 위험
메시 효과가 인터 마이애미에 집중되면서 MLS의 경쟁 균형은 흔들리고 있다. 구단 간 재정 격차가 확대되고, 흥행의 무게가 한 팀에 쏠리고 있다. 다른 구단은 관중 확보와 스폰서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그 전체의 관심이 한 구단에 집중되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MLS 내부에서도 “슈퍼스타 중심 구조가 리그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시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최소 5천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브랜드 수익과 지분 옵션을 합치면 실질적 수입은 1억 달러에 육박한다. 만약 메시가 부상이나 체력 저하로 장기간 결장할 경우, 인터 마이애미의 수익과 리그 전체 시청률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 한 명의 부침이 리그 전체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구조, 그것이 MLS가 안고 있는 근본적 위험이다.
팬덤의 변화 경기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
메시 합류 이후 MLS 팬층의 성격이 급격히 달라졌다. 팬들은 이제 경기의 질보다 브랜드 경험을 소비한다. 경기장 방문은 스포츠 관람이 아니라 ‘이벤트 참여’에 가깝고, 젊은 세대는 경기보다 SNS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과 현장 분위기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애플TV의 구독형 모델은 이런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 그러나 경험 중심의 소비는 지속적 충성도로 이어지기 어렵다. 팬들이 구단보다 스타 개인에 몰입할수록, 스타가 떠난 이후의 리그는 급격히 관심을 잃게 된다. 팬덤의 구조가 ‘선수 종속형’으로 변하면서 MLS는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성장의 이면 축구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메시의 존재는 분명 MLS를 세계적 주목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만큼 상업화의 그림자도 짙어졌다. 리그의 가치 상승, 구단의 수익 증가는 스포츠 산업의 성취이지만, 그 과정에서 경기의 본질이 희미해졌다. 스타를 중심으로 한 소비 구조는 리그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경기력보다는 흥행 지표가 우선되는 시장 논리를 강화한다. 팬들이 경기보다 광고와 이벤트에 반응하는 현상은 이미 여러 스포츠에서 나타났지만, MLS는 그 전환 속도가 유독 빠르다. 메시 효과는 리그를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축구를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고착시키는 역할도 했다.
세일즈가 된 스포츠, 그 다음은 무엇인가
리오넬 메시의 재계약은 한 도시의 경제를 성장시켰고, 리그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 성공은 스포츠가 자본 논리에 종속되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메시가 은퇴한 뒤에도 MLS가 지금의 열기를 유지하려면, 스타 의존에서 벗어나 리그 자체의 경쟁력과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젊은 선수 발굴, 구단 간 재정 균형, 지역 사회와의 연계 같은 근본적 과제가 남아 있다. 메시 효과는 스포츠 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동시에 축구가 어디까지 상품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기도 하다.
마이애미의 핑크빛 유니폼은 성공의 색이면서도 상업주의의 경고등처럼 빛난다. 도시가 성장하고 리그가 흥행해도, 축구가 잃어버린 본질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메시라는 이름은 여전히 환호의 중심에 서 있지만, 경기보다 브랜드가 먼저 언급되는 지금의 현실은 스포츠 산업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남는다. 축구는 여전히 스포츠인가, 아니면 세일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