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펙트②] 은퇴는 끝이 아니다, 스타는 자산이 된다

2025-10-28     신명준 기자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리오넬 메시의 계약은 2028년까지 이어진다.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메시의 나이는 마흔하나가 된다. 대부분의 선수에게 은퇴는 마침표이지만, 인터 마이애미와 메이저리그사커(MLS)는 다른 계산법을 세워두고 있다. 메시라는 이름이 가진 경제적 영향력은 경기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 작동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은퇴 이후에도 스타를 자산으로 운영하는 구조, 바로 ‘포스트 메시 시스템’이 MLS의 새로운 실험이다.

2023년 메시가 합류한 이후 인터 마이애미의 연간 매출은 2년 만에 네 배로 늘었고, 구단 가치는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구단의 수익, 리그의 시청률, 지역 경제의 상승곡선이 모두 메시의 이름과 궤를 같이한다. 단순한 선수 계약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브랜드로 남는 선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리그

메시는 이제 경기력보다 상징성으로 평가받는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의 시간’을 구단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구단은 경기 외 활동을 콘텐츠로 묶어 수익화하고, 메시가 뛰지 않는 경기에도 ‘메시 시즌’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티켓을 판매한다. 홍보영상, SNS 콘텐츠, 스폰서 협업 등 모든 채널에서 메시의 이름이 마케팅의 중심축으로 쓰인다.

MLS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애플TV와의 중계권 계약, 아디다스와의 리그 후원 협약은 모두 메시 효과를 전제로 설계됐다. 리그의 광고 문구는 단순히 “MLS 2025”가 아니라 “Where Messi Plays”로 교체됐다. 경기의 흥행보다 ‘메시가 존재하는 리그’라는 상징이 시장을 움직이는 구조다.

인터 마이애미와 MLS는 이미 메시의 현역 이후 시기를 대비하고 있다. 구단은 ‘메시 아카데미’, ‘메시 투어’, ‘메시 익스피리언스’ 같은 후속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며, 리그 차원에서도 메시를 홍보대사이자 콘텐츠 브랜드로 남길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메시의 이름은 은퇴 이후에도 리그 수익의 일부로 계속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스포츠보다 콘텐츠가 앞서는 시대

현대 스포츠 산업의 핵심은 경기력보다 콘텐츠다. 인터 마이애미의 운영 방식은 ‘콘텐츠형 구단 모델’의 전형으로 꼽힌다. 훈련 장면, 가족과의 일상, 어린이 팬과의 만남, 지역사회 행사 등 모든 장면이 상업적 가치로 전환된다. 애플TV는 메시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했고, 유튜브와 틱톡에서 관련 영상이 수억 뷰를 기록했다. 팬들은 경기보다 이야기, 플레이보다 인물을 소비한다.

이 구조는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에서 ‘경험 산업’으로 확장시켰다. 메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는 구단의 홍보 콘텐츠가 되고, 브랜드는 그 스토리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한다. 팬들이 소비하는 것은 골 장면이 아니라 ‘메시의 하루’, ‘마지막 시즌’, ‘축구의 철학’ 같은 서사다.

고령 스타의 경제학 경험이 상품이 되는 구조

메시의 나이는 리스크이자 기회다. 체력은 줄지만 상징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팬들은 젊은 선수의 스피드보다 전설의 마지막 경기를 직접 보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인터 마이애미의 평균 티켓 가격은 250달러를 넘었다. 팬들은 승패가 아니라 ‘역사의 한 장면’을 구매하고 있다.

이 구조는 고령 스타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의 존재를 중심으로 후원사, 관광, 부동산, 미디어를 묶은 복합 수익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이애미 시는 프리덤 파크 개발을 통해 스포츠·관광 복합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 관계자들은 “메시의 마지막 시즌이 마이애미 경제의 기폭제”라고 설명한다.

메시의 계약은 경기력 평가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대한 투자로 해석된다. ‘선수의 연봉’이 아니라 ‘자산의 수익 배당’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하지만 경기력보다 이미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는 언제든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팬의 관심이 경기보다 스타의 상징에 머무르면 리그 전체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리그의 딜레마 스타 의존 구조의 그림자

MLS는 성장의 중심에 메시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존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하다. 메시가 부상하거나 은퇴하면 리그의 흥행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애플TV 구독자 수, 스폰서 계약, 중계권 재협상 모두 메시 효과를 전제로 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리그 사무국은 이에 대비해 ‘포스트 메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남미 유망주를 조기 영입하고, 유럽 스타의 복귀를 추진하며, 리그 브랜드를 다층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메시에게 머물러 있다. 리그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스타가 리그를 이끄는 구조’에서 ‘리그가 스타를 만드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스타 의존형 시장은 단기 수익을 보장하지만, 장기 지속성은 담보하지 못한다. MLS가 진정한 경쟁리그로 자리잡으려면 메시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손흥민 효과, 메시도 넘었다”…LAFC 유니폼 전 세계 판매 1위 현상  사진=2025 08.16  LAFC/ 메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상업화의 윤리 스포츠는 어디로 가고 있나

메시의 계약은 스포츠 산업의 성공 모델로 불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업화의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팬들은 여전히 감동을 원하지만, 그 감동의 대상이 경기력이 아니라 브랜드가 되는 현실은 낯설다. 축구가 문화 산업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산업 논리가 경기의 의미를 압도하는 순간 스포츠의 본질은 희미해진다.

MLS의 성공은 자본의 논리가 만들어낸 완벽한 계산의 결과다. 스타의 존재가 리그의 가치를 좌우하고, 경기가 시장의 도구로 활용되는 구조 속에서 스포츠의 공공성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뉴스 헤드라인에 경기 결과보다 메시의 이름이 먼저 등장하는 현상은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은퇴 이후에도 살아 있는 이름

리오넬 메시의 계약은 스포츠 산업이 스타를 어떻게 자산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를 중심으로 도시 경제를 움직였고, MLS는 메시를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경기보다 상징이, 실력보다 이미지가 앞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시가 은퇴하더라도 브랜드는 남는다. 그러나 그 브랜드가 계속 생명력을 가질지는 다른 문제다. 리그가 독자적인 경쟁력과 서사를 갖추지 못하면, ‘메시 시대’의 열풍은 일시적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 경제적 성공의 그늘에는 스포츠가 잃어버린 균형이 자리한다.

마이애미의 핑크빛 유니폼은 여전히 세계의 시선을 끌지만, 그 빛깔은 환호와 경고를 동시에 품고 있다. 축구가 시장의 논리를 넘어 다시 경기의 감동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메시의 계약은 한 시대의 성공을 증명하면서도, 스포츠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