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펙트③] 스타 자본주의의 미래, 스포츠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2025-10-29     신명준 기자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리오넬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한 뒤, 메이저리그사커(MLS)는 미국 스포츠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경기력보다 브랜드가 주도하는 산업 구조, 그리고 스타 한 명이 도시 경제를 움직이는 현상이 세계 스포츠 산업 전반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 자본주의는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리그, 구단, 스폰서, 방송사, 도시 정부까지 모두가 ‘한 명의 슈퍼스타’를 중심으로 설계된 경제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성장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불안정성의 씨앗이기도 하다.

스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

현대 스포츠 산업은 선수의 실력보다 ‘이름의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브랜드 협찬, 중계권료, 티켓 판매, SNS 조회수, 콘텐츠 수익 등 거의 모든 수입 구조가 스타의 영향력에 연동된다. 인터 마이애미의 수익 급증은 메시 개인의 경제적 파급력을 상징하는 사례다. MLS는 메시를 중심으로 리그의 브랜드를 재구성했고, 스폰서 계약의 상당 부분이 메시 이름을 전제로 체결됐다. 스타가 경기력을 넘어 산업의 플랫폼이 되는 구조다.

이 방식은 단기적 성공을 보장한다. 하지만 리그의 정체성이 스타 개인에게 종속될 경우, 지속 가능성은 급격히 흔들린다. 메시가 은퇴하면 리그의 시청률, 티켓 판매, 스폰서 가치 모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 자본주의는 한순간의 성장과 함께 장기적 불균형을 내포하는 구조다.

경쟁의 약화, 균형의 붕괴

스타 중심 모델은 리그 내부의 경쟁 구도를 약화시킨다. 인터 마이애미는 리그 평균 수익의 세 배를 기록하고 있으며, 타 구단은 흥행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MLS는 단일 법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과 노출이 특정 구단에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 구단은 경기보다 마케팅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경기력 강화보다 브랜드 협업에 집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현상은 유럽 축구에서도 나타났다. 파리생제르맹, 맨체스터 시티, 알나스르 등은 모두 스타 중심의 상업 모델로 급성장했지만, 리그 내 경쟁력 불균형과 팬층 양극화를 초래했다. 메시가 MLS에서 만들어낸 경제적 성공은 이런 흐름의 미국 버전이다. 리그 전체가 균형보다는 스타 한 명의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면서, 스포츠의 근본인 ‘경쟁의 다양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미디어 자본의 결합, 스포츠의 상품화

스타 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핵심 동력은 미디어 플랫폼이다. 애플TV와 MLS의 계약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리그 전체 중계권을 사들여 메시 중심의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다. 소비자는 팀이 아니라 인물을 구독하고, 경기가 아니라 ‘메시 콘텐츠’를 소비한다. 중계 플랫폼이 스타를 중심으로 시장을 설계하면서, 스포츠는 방송의 콘텐츠로 완전히 흡수됐다.

이 구조는 수익성을 극대화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을 약화시킨다. 팬들은 리그 전체의 이야기를 소비하지 않는다. 특정 인물의 순간, 스타의 일상, SNS에 공유되는 장면에 집중한다. 구단은 경기보다 콘텐츠 노출을 우선시하고, 선수는 실력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경기 그 자체가 점점 ‘부속 콘텐츠’로 전락하는 구조다.

“손흥민 효과, 메시도 넘었다”…LAFC 유니폼 전 세계 판매 1위 현상  사진=2025 08.16  LAFC/ 메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타 의존 구조의 한계

스타 자본주의의 문제는 경제적 집중뿐 아니라 서사의 단조로움이다. 리그 전체의 드라마가 한 명의 인물에 의해 압도될 때, 팬층은 다양성을 잃는다. 메시 이후를 대비하는 구단이나 리그는 여전히 소수다. 인터 마이애미는 후속 스타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팬들은 여전히 ‘메시의 팀’으로 기억한다. 브랜드가 인물을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타의 부재는 리그의 공백으로 직결된다.

유럽 빅리그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뒤 레알 마드리드는 구단 브랜드를 재건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리그 흥행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 중심 모델은 일시적 흥행에는 탁월하지만,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구조적 위기를 초래한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를 위한 조건

스포츠 산업이 장기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스타 중심 구조를 넘어 리그 자체의 매력을 강화해야 한다. MLS가 진정한 세계 리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역 팬층 확대, 유소년 육성 시스템, 구단 간 재정 균형이 필수적이다. 팬의 충성도를 유지하려면 스타가 아닌 ‘리그의 문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스타 자본주의를 완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다. 스타의 영향력은 산업 성장의 촉매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그 에너지를 리그 전체로 확산시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구단 간 수익 공유, 리그 공동 브랜딩, 공정한 미디어 노출 등이 병행돼야 한다. 메시 효과를 리그 전체의 구조적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흥행은 단기적 반짝 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도시와 스포츠, 공공성의 회복

스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또 다른 현상은 도시의 상업화다. 마이애미는 프리덤 파크 개발을 통해 메시를 도시 홍보의 핵심 인물로 활용하고 있다. 호텔, 상점, 부동산 개발까지 ‘메시 마케팅’에 기대고 있지만, 이는 결국 도시 경제가 한 개인의 브랜드에 종속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도시가 스포츠를 공공 자산이 아닌 ‘수익 모델’로 다루기 시작하면,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 산업은 경기장 밖의 사회적 책임에서 시작된다. 지역 청소년 지원, 환경 프로그램, 교육 연계 사업 등 공공성이 강화될 때 리그는 팬의 신뢰를 얻는다. 메시의 브랜드가 진정한 가치로 남으려면, 스타의 경제적 성공이 사회적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스타의 시대를 넘어 구조의 시대로

메시 효과는 스포츠 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스타 한 명이 리그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지만, 그 구조가 한 사람의 존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은 불안하다. 스타 중심 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스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본이 리그와 지역 사회로 순환되어야 한다.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과 감동, 공동체의 기억에 있다. 메시가 만든 산업적 성공은 축구의 미래를 보여주는 동시에, 본질의 회복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리오넬 메시의 시대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메시가 남긴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스타가 사라진 뒤에도 리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경기의 감동이 시장의 논리를 이길 수 있는가. 스타 자본주의의 다음 무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