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이펙트④] 시장을 넘어 사회로, 스포츠가 남겨야 할 가치

2025-10-30     신명준 기자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리오넬 메시가 북미 축구의 중심에 서면서,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경기보다 브랜드가, 실력보다 자본이 먼저 움직이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MLS는 새로운 성장 모델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스타의 경제적 가치가 사회의 공공적 가치로 환원되지 못한다면, 스포츠는 결국 시장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스포츠가 산업의 확장을 넘어 사회와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익 이후의 가치’가 필요하다.

스타의 성공, 지역의 불균형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 합류 이후 지역 경제의 상징이 됐다. 마이애미 시의 세수는 연간 4천만 달러 이상 증가했고, 신축 경기장 프리덤 파크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호텔, 부동산, 상업시설 모두 ‘메시 효과’를 입었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가 모든 주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경기장 인근의 임대료는 2년 만에 38% 상승했고, 중소 상인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점포를 비워야 했다. 도시의 상징이 된 스타가 한편으로는 도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아이러니가 생겨난 셈이다.

스포츠 산업의 성장 구조는 흔히 ‘도시 전체의 이익’을 전제로 설명되지만, 실제 이익은 특정 계층과 기업에 집중된다. 스타 중심의 개발 프로젝트는 대규모 자본과 미디어 기업의 주도 아래 설계되며, 지역 공동체는 부수적 수혜자로 밀려난다. 경제적 활력이 사회적 활력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스포츠는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팬덤 경제의 명암

메시 시대의 MLS는 팬덤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석된다. 팬은 단순한 관중이 아니라 소비자이자 투자자, 때로는 브랜드의 대변인 역할까지 수행한다. 경기장의 티켓, 머천다이즈, 구독 플랫폼, SNS 참여 등 팬의 모든 행동이 수익 구조로 계산된다. 팬은 더 이상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문제는 팬의 열정이 곧 시장의 통계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팬덤이 곧 자본이 되고, 자본이 콘텐츠를 규정하면서, 스포츠의 자발성과 순수성이 약화된다. 팬의 감동은 데이터로 수치화되고, 감정은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 관리된다. 팬과 선수 사이의 거리감은 좁혀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간접 관계로 대체된다. 메시를 응원하는 수많은 팬은 같은 스타를 바라보지만, 같은 현실을 공유하지 않는다.

기업과 스포츠, 사회적 책임의 경계

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가장 강력한 파트너로 부상했다. 아디다스, 애플,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메시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며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참여가 공공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스포츠는 결국 ‘브랜드의 확장 수단’으로 남게 된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포함해야 한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공동 기획,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 환경 보호 활동으로 연결돼야 한다. 인터 마이애미는 최근 지역 학교와 협력해 ‘청소년 축구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다. 경제적 성공의 무게만큼 사회적 책임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

“손흥민 효과, 메시도 넘었다”…LAFC 유니폼 전 세계 판매 1위 현상  사진=2025 08.16 메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은퇴 이후의 브랜드, 사회로 향하는 이름

메시의 계약은 2028년까지지만, 브랜드의 생명은 더 길다. 구단과 리그는 메시 은퇴 이후에도 ‘메시 아카데미’, ‘메시 월드 투어’, ‘메시 익스피리언스’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상업적으로는 성공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속 가능성은 메시라는 이름이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될 때 확보된다.

스포츠 스타의 사회적 역할은 단순한 기부나 광고 참여를 넘어선다. 스타가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청소년의 꿈을 연결하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그 영향력은 비로소 공공적 가치로 확장된다. 메시가 남긴 진짜 유산은 트로피가 아니라, 스포츠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증명한 역사일 것이다.

글로벌 스포츠의 전환점

세계 스포츠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유럽 리그의 상업화, 중동 구단의 자본 확장, 북미 시장의 엔터테인먼트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스타 자본’이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끝없이 확장될 수는 없다. 팬은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경기의 본질은 마케팅 콘텐츠 속에 묻히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산업을 만들기 위해선 균형이 필요하다. 구단은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리그는 스타의 경제적 효과를 사회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육성, 지역 인프라 확충, 공정 경쟁 시스템이 그 핵심이다. 스포츠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그 거울은 자본의 빛만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도 비춰야 한다.

산업이 남긴 질문, 사람으로 돌아가는 길

리오넬 메시의 시대는 스포츠 산업의 가장 빛나는 장면을 남겼다. 경기보다 브랜드가, 스타보다 시장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 속에서, 스포츠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산업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메시의 이름은 여전히 수익의 상징이지만, 그 이름이 진정한 유산이 되기 위해선 사회적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구단의 매출, 도시의 성장, 기업의 마케팅을 넘어, 스포츠가 다시 사람의 감정과 공동체의 기억을 회복할 때 비로소 산업의 완성은 가능하다.

스포츠의 본질은 시장의 성공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다. 메시의 계약은 그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자본이 만든 스타의 시대가 끝난 뒤, 스포츠는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장의 논리를 넘어선 감동, 그것이야말로 스포츠가 사회에 남겨야 할 마지막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