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경주의 새벽, 협력의 문이 열렸다
20년 만의 APEC 의장국 복귀, 이재명정부 외교가 세운 ‘협력의 설계도’
[KtN 박준식기자]10월 31일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단이 모였다.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식이 시작되자, 20년 만에 의장국으로 복귀한 대한민국은 다자외교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신라의 고도 경주가 외교무대가 된 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다. 대통령실은 개최지 선정 이유를 “합의와 협력의 정신을 대표하는 화백회의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협력과 연대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APEC이 30여 년간 역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음을 언급하며, 회원국 국내총생산이 다섯 배 증가하고 교역 규모가 열 배 이상 확대된 사실을 수치로 제시했다.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공급망 불안, 기후위기 속에서도 협력은 여전히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결과는 세 개의 공식 문서로 정리됐다. 경주선언, APEC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가 그것이다. 세 문서의 존재는 대통령실 공식 브리핑에서 확인된다. 경주선언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목표로 제시했고, AI 이니셔티브는 기술의 윤리적 활용, 인프라 투자, 기술격차 해소 방안을 포함했다. 인구 프레임워크는 저출생과 고령화를 공동 경제의제로 격상시켜 회원국 간 정책 교류를 촉진하도록 설계됐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세 문서가 선언과 실행, 점검의 순환 구조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경주선언이 비전과 원칙을 제시하면, AI 이니셔티브와 인구 프레임워크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구조다. 이재명정부는 이 순환 구조를 “다자 협력의 실행 설계”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본회의 첫 세션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중심 주제로 제시했다. 발언에는 공급망 복원력 강화, 디지털 전환 지원, 개인정보 보호, 중소기업 데이터 접근성 개선 등 구체적 과제가 포함됐다. 외교부 브리핑에 따르면, 의장국 대한민국은 초안 작성과 문안 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회원국 간 합의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실용 외교의 장면이 이어졌다. 대통령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베트남, 태국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캐나다와는 방산 협력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의를 진행했고, 호주와는 에너지 전환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과는 셔틀외교 복원, 관광·문화 교류 확대를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대통령실 브리핑 문안에 명시되어 있으며, 구체적 일정과 의제가 모두 확인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와의 면담에서 “거시 안정과 포용 성장의 조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IMF는 한국의 경제 회복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UAE 왕세자와의 면담에서는 첨단산업, 인프라, 에너지 협력의 확대를 논의했다. 모든 일정은 대통령실 일정 브리핑에 기록된 공식 회담이다.
경주 APEC의 또 다른 특징은 민관 협력의 제도화다. 대통령은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기업이 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는 민관 협력 모델을 제도화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외교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급망, AI, 인적 교류 등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적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최지 경주의 문화적 상징성도 외교 메시지로 활용됐다. 환영 만찬에서 대통령은 “문화는 협력의 출발점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조화시키는 지혜가 외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신라의 합의 정신과 첨성대의 상징성이 ‘연결의 외교’라는 주제와 맞닿았다.
폐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은 “경주선언과 두 개의 이행 문서가 선언-실행-점검의 순환 구조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국의 제도와 상황이 달라도 협력의 기반을 제도적으로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의의를 정리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이재명정부는 다자외교의 조정자이자 설계자로서의 위치를 복원했다. 2005년 부산 APEC이 자유무역의 시대를 열었다면, 2025년 경주 APEC은 포용과 혁신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의전 중심이던 과거의 회의와 달리, 이번 회의는 협력의 구조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폐막 연설에서 “협력의 지도 위에서 상생의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경주는 선언의 도시를 넘어 제도화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정부의 외교는 실용, 균형, 포용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실용은 선언보다 실행, 균형은 동맹과 협력의 조화, 포용은 다자무대에서의 조정과 중재를 뜻한다. 경주에서 열린 APEC은 이 세 가지 원칙이 실제 외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경주의 새벽은 단순한 행정 일정의 시작이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의 리엔트리 선언이었다. 의장국으로 복귀한 대한민국은 선언문과 문서, 그리고 제도적 합의를 통해 세계 협력의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신라의 화백 정신이 깃든 도시에서, 이재명정부는 실용과 포용의 외교를 실체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