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③] 태권도, 평화의 문화유산으로 서다
한반도의 문화유산, 세계 평화의 언어로 나아가다
[KtN 박준식기자]남북이 함께 태권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논의가 구체적인 절차 단계로 진입했다. 그동안 민간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국가 정책으로 확장되면서, 태권도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문화외교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지난 6년 동안 국제 협의, 학문 연구,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남북 공동등재의 실질적 기반을 다져왔다. 추진단은 태권도의 역사와 철학, 전승 체계를 바탕으로 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고,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무 모델을 정립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등재신청서 작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이 공동 발주했으며, 조성균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태권도의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가치, 남북 간의 전승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12월까지 완성될 등재신청서의 핵심 근거로 포함될 예정이다.
양태경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는 “태권도는 한민족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남북 공동등재는 단순한 등록 절차가 아니라, 분단된 민족이 문화로 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태권도는 체제와 제도, 경기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예(禮)와 인(仁), 화(和)를 중시하는 철학은 동일하다. 남한의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서로 다른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태권도의 정신은 하나’라는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공동등재 논의의 토대가 되고 있다.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이러한 정신적 공통점을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학문적 언어로 재정리하고 있다. 연구진은 태권도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비교 분석하며,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등재 기준에 부합하는 서류 구성을 진행 중이다.
남북 공동등재 추진은 정부 차원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실무협의체 구성을 검토 중이며, 남북 간 협의 채널 구축을 위한 절차도 논의되고 있다. 관계 기관들은 공동등재가 실현될 경우, 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 이미지 제고와 문화외교의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도 공동등재 추진에 참여하고 있다. 전현희 국회의원은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남북 공동등재를 통해 정통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고, 문화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의 수석 명예추진단장으로 위촉되어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국기원 윤웅석 이사장은 “태권도는 215개국에서 2억 명이 수련하는 세계적 무예다. 유네스코 등재는 종주국으로서의 책임이며, 남북이 함께 등재를 추진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문화 외교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유네스코 위원국은 태권도의 공동등재를 유네스코의 평화정신과 문화 다양성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무형유산센터(ICHCAP)는 태권도의 공동등재가 “분단 국가 간 문화 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국제포럼, 학술세미나, 문화행사 등을 통해 공동등재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 태권도원은 국제회의와 시범공연의 중심 무대로, 세계 각국 태권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되고 있다. 추진단은 남북 공동 시범단 구성을 제안해, 실제 공연을 통해 평화의 상징성을 세계에 보여줄 계획이다.
추진단은 남북 공동등재가 실현될 경우를 대비해 사후 전승 체계와 국제 교류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태권도의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교류 행사를 남북이 공동 운영하는 방안, 해외 도장 간의 교류 확대,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 등이 논의되고 있다.
최재춘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단장은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넘어 평화의 언어를 세우는 과정이다. 태권도가 세계 속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남북 공동등재 추진이 “한반도 평화 외교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평가하며, “태권도의 가치가 세계를 잇는 문화로 확장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의 태권도가 유네스코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문화가 정치보다 먼저 손을 내밀고, 무예가 외교의 언어로 변하는 과정이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남북이 하나의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무대에 선다면, 태권도는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인류가 공유하는 가치로 다시 정의될 것이다.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은 학계, 정부,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남북 공동등재를 실현 가능한 과제로 만들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는 태권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일일 뿐 아니라, 한민족이 문화로 세계와 대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