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감정·진정성…2025년 트렌드를 압축한 뮤지컬 ‘렌트'

2025-11-15     김동희 기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며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켰던 뮤지컬 ‘렌트(RENT)’가 2025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이번 시즌 캐스트가 참여한 주요 장면 시연과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왜 지금 다시 렌트인가’를 되묻는 작품의 메시지가 깊게 전해졌다.

로저 역의 유태양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시, 2025년. ‘렌트’는 왜 지금 우리에게 오는가

뮤지컬 렌트는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보헤미안 청춘들을 통해 가난·예술·질병·우정·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도 강렬한 주제를 담아낸 작품이다. 30년이 넘도록 전 세계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질문이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이라는 시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번 프레스콜은 바로 그 질문이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가 돋보인다. 이해준·유현석·유태양(로저 역), 진태화·양희준(마크 역), 솔지(미미 역), 황건하(콜린 역), 황순종(엔젤 역) 등이 참여해 신선한 에너지를 더했다. 기존 시즌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정다희(조앤 역)와 조권(마크 역) 역시 다시 무대에 올라 한층 깊어진 표현력을 선보였다.

인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 배우들

진태화 배우의 해석은 마크가 가진 이 복합적 정체성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이번 시즌 렌트의 서사에 더욱 깊은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진태화 배우는 “마크는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시간 속에서 감정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카메라 뒤로 숨기는 인물”이라며 “이번 시즌에서는 마크가 ‘왜 기록하는가’, ‘기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과정에 집중해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내레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청춘의 상처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생존자이자, 떠난 이들의 흔적을 남기려는 기록자이며, 동시에 남겨진 자로서의 죄책감과 책임감을 짊어진 복합적인 인물이다. 

진태화 배우의 해석은 마크가 가진 이 복합적 정체성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이번 시즌 렌트의 서사에 더욱 깊은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진태화 배우의 해석은 마크가 가진 이 복합적 정체성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이번 시즌 렌트의 서사에 더욱 깊은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조앤 역의 정다희 배우는 “입시생 때 누구나 꿈꾸던 작품이 바로 ‘렌트’였다”며 “그 시절에는 그저 영원히 동경하던 무대였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서보니 감정의 깊이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캐릭터는 그때와 변함없는데, 나만 나이를 먹은 것 같은 묘한 슬픔과 성찰이 생겼다. 그 감정을 이번 공연에 고스란히 담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정다희 배우의 이러한 고백은 렌트가 단순한 출연작을 넘어, 한 배우의 성장 과정과 맞닿은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 속 조앤의 감정선이 배우 자신의 시간과 겹쳐지며 더 진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마크 역을 맡은 조권 배우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마크 역으로 무대에 오른 조권 배우는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조권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작품이라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라며, “무대에 서는 순간, 관객들과 나누는 숨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에너지로 다가온다. 이 작품만이 가진 순도 높은 감정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렌트'는 배우들에게도, 관객에게도 익숙하지만 결코 낡지 않은 ‘현재형 작품’으로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LOVE”를 날카롭게 외치던 시대, 지금 우리에게 다시 오는 질문

뮤지컬 렌트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사랑(LOVE). 에이즈와 가난, 불안정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특히 엔젤의 존재와 로저-미미의 관계는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다움의 상징으로 이번 프레스콜에서도 관객과 기자들의 깊은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연출진은 “이번 시즌은 원작의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감각에 맞춘 무대 구성과 감정선의 디테일에 집중했다”고 설명하며 2025년 ‘렌트’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레스콜 현장에서 재확인된 ‘렌트’의 힘

이날 시연된 넘버 ‘Seasons of Love’, ‘Light My Candle’, ‘La Vie Bohème’ 등 대표 장면들은 새 캐스트의 해석이 더해져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청춘이 겪는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희망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또한 연출진은 “이번 시즌은 원작의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감각에 맞춘 무대 구성과 감정선의 디테일에 집중했다”고 설명하며 2025년 ‘렌트’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기존 시즌부터 작품을 지켜온 정다희(조앤)  존재는 작품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이 무대를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를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6년 2월까지 이어지는 청춘의 기록

뮤지컬 '렌트'는 그저 한 시대의 명작으로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다. 
매 시즌, 그리고 매 시대의 감정에 따라 새롭게 호흡하며 살아나는 ‘현재형 뮤지컬’이다.

2025년을 살아가는 청춘에게도, 2026년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에게도, 또 삶의 무게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오늘을 사랑하고 있는가?”

뮤지컬 '렌트'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싶다면, 이번 시즌 '렌트'는 반드시 경험해야 할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