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펀드③] AUBERO, 낡은 천이 예술이 되는 순간

업사이클링 남성복이 럭셔리가 되는 방식

2025-11-17     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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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채빈기자]2025년 CFDA·보그 패션 펀드 준우승 브랜드 AUBERO는 미국 패션 시장에 업사이클링이 단순한 대안적 생산 방식이 아니라 럭셔리 비즈니스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소재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업사이클링이 AUBERO에서는 희소성과 감각의 원천으로 전환된다. 오래된 천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과거의 시간까지 상품 가치로 흡수되는 과정은, 소비자의 감성과 시장 논리를 동시에 설득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브랜드 설립자 줄리안 아우베로는 건축을 전공했다. 구조와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촉각적 경험과 조형적 질서가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해왔다. 이러한 배경은 의복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구성된다. AUBERO의 실루엣은 과도하게 해체되지도, 과하게 전통적이지도 않다. 안정된 틀 위에 우연의 흔적을 섬세하게 결합한다. 빈티지 실크, 손상된 쉬폰, 오래된 커튼 천과 같은 소재들은 손질 과정을 거치며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갖는다. 기존에 존재하던 패턴은 사라지고, 새로운 인장과 주름, 봉제선의 긴장이 하나의 독립된 감각으로 축적된다.

줄리안 아우베로는 브랜드를 하나의 장면 구성 방식으로 이해한다. 뉴욕 도심, 어린 시절을 보낸 산타크루즈 해변, 애리조나에서 탐색한 빈티지 아카이브 등 개인의 기억이 건축적 사고와 결합한다. AUBERO가 제시하는 의복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 환경을 환기한다. 소비자는 옷을 입는 행위만으로 자신이 새로운 장면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한다. 패션을 감각적 체험의 매체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업사이클링은 종종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표현 영역이 좁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AUBERO는 이 제약을 미학적 장점으로 전환한다. 완벽하게 균질한 소재로는 얻을 수 없는 질감의 깊이와 구조적 서사가 제품 하나하나에 축적된다. 디자이너의 개입과 재해석 과정이 작품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대량 생산으로는 복제가 불가능한 가치가 된다. 희소성이 미학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AUBERO의 남성복은 전통적 남성 스타일에 수공예적 디테일을 적용한다. 기본적인 테일러링 위에 패치워크와 수리적 봉제를 결합해 감각적 긴장을 연출한다. 의도적으로 남긴 흔적, 완벽하게 감추지 않은 연결, 절제된 해체 요소는 남성복이 가진 단단함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성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남성복의 보수적 규범을 깨지 않으면서 그 규범의 내부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제기되는 대표적 우려는 내구성과 안전성인데, AUBERO는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신뢰도는 브랜드 확대의 핵심 조건이며, 디자이너는 이 조건을 확보한 상태에서 감성적 가치를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감각적 희소성의 균형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2025년 CVFF 준우승이라는 결과는 AUBERO가 갖춘 확장성을 보여준다. 수상 이후 대형 리테일 파트너십 가능성이 열리고, 광범위한 유통망 진입이 현실적 목표로 자리잡았다. 단일 제품의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생산 공정 관리, 재고 위험 통제, 소재 수급 구조 혁신 등 비즈니스적 과제는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할 분야다.

AUBERO가 제시하는 미래는 명확하다. 패션 산업이 환경적 책임과 시장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상황에서, 과거의 잔재를 재구성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방식은 중요한 해법으로 자리할 수 있다. 낭비의 흔적을 감각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창의성과 윤리성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구축한 AUBERO는 신진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럭셔리 시장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줄리안 아우베로의 작업은 남성복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남성복의 범주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감각적 접근과 장르 혼합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AUBERO는 이 지점에서 독자적 언어를 구축했다. 감각과 기술, 과거와 현재, 실용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탐색해온 여정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업계는 AUBERO가 제시한 방식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낡은 천을 살려낸다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이 브랜드를 규정할 수 없다. 재료에 대한 존중, 감성적 서사, 구조적 탐색이 결합한 결과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럭셔리 개념이 된다. 세계 시장이 새로운 감각의 고급성을 찾고 있는 지금, AUBERO는 그 답을 정교한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