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렌드 ②] ANGPTL3 유전자 표적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근거

2025-11-18     김 규운 기자
Angiopoietin-like protein 3 (ANGPTL3). Credit: Goultard59,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KtN 김 규운기자]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혈중 지질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의 직접적 위험 인자로 수많은 임상 연구에서 확고한 증거가 축적된 지표다. 이러한 지표를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하게 낮추는 생체 기전이 ANGPTL3 유전자 억제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 흐름에서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 CTX310이 ANGPTL3를 일차 표적으로 선택한 이유, 그리고 ANGPTL3 억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갖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ANGPTL3는 Angiopoietin-like protein 3의 약자로 간에서 만들어져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이다. ANGPTL3는 리포프로테인 리파아제(LPL)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LPL은 혈중 중성지방을 지방산으로 분해해 조직으로 전달하는 핵심 효소이며 혈관 속 지방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종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ANGPTL3는 이 청소 작업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ANGPTL3 활성이 높으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혈액에 축적되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ANGPTL3 활성이 아주 낮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건강하게 낮게 유지된다. 이러한 현상은 희귀 유전 변이를 가진 사람들을 대규모로 관찰한 역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ANGPTL3 유전자 결손 보유자는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며 중성지방 역시 현저히 낮은 값을 유지한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매우 낮게 측정된다. 자연 발생한 유전적 보호 효과가 임상적 이점을 그대로 나타낸 사례다. 예방 효과의 뚜렷한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에 ANGPTL3를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은 학계와 의료계에서 일찌감치 우선순위로 검토되었다.

지질 대사의 중심 기관은 간이다. 간은 음식 섭취 후 생성된 지방 성분을 처리해 혈관으로 내보내거나 저장하는 방식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ANGPTL3는 간이 만드는 지방 성분의 분포, 제거 속도를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맡는다. 이 스위치가 켜져 있으면 지질이 잘 제거되지 않고 혈관에 남아 위험을 증가시킨다. 스위치가 꺼질 경우 제거 능력이 개선되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빠르게 떨어진다. ANGPTL3 억제 기반 치료는 바로 이 효율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ANGPTL3 단백질은 LPL 외에도 내장에서 생성되는 엔도텔리얼 리파아제(EL)를 억제해 HDL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HDL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며 혈관 속 지방 찌꺼기를 간으로 되돌리는 기능을 담당한다. ANGPTL3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HDL 대사도 방해되어 지질 균형 전체가 무너진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축적되기 때문에 본인은 오래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심혈관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NGPTL3 억제를 위한 접근법은 유전자 편집 기술 등장 전에도 존재했다. 항체 기반 치료제와 RNA 간섭 기반 치료제가 세계적으로 개발되어 임상에 진입했고 일부는 허가 심사 중에 있다. 동일한 표적과 기전을 활용한 치료제 간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쟁 흐름 자체가 ANGPTL3 표적의 타당성과 의료적 요구가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ANGPTL3 억제 방식은 특정 환자군만을 위한 해결책이 아니라 고지혈증으로 수인한 광범위 환자군 전체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간주된다.

ANGPTL3 표적 치료 전략의 강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라는 핵심 위험인자 두 개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기존 치료제 가운데 LDL만 낮추는 치료 또는 중성지방에만 효과적인 치료가 많았다. 두 지표를 한 번에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크게 유리한 특성이다. 둘째 치료 효과가 매우 빨리 나타난다. 간 대사 조절은 단기간에 혈중 지질 수치 변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셋째 자연적 유전 변이 사례를 통해 장기적 안전성이 경험적으로 확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 편집 방식의 도입으로 ANGPTL3 억제 전략은 진정한 의미의 원인억제 치료 단계에 도달했다. CRISPR Therapeutics가 임상에 도입한 CTX310은 간세포 DNA에서 ANGPTL3 유전자를 직접 비활성화하기 때문에 영구적 변화가 가능하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은 간세포가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과정에서 편집된 유전자 정보를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초기 시술 이후에 환자의 노력이나 복약 순응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치료 방식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영구적 편집이라는 장점이 동시에 단기적 관점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표적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거나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ANGPTL3 억제라는 치료 원칙이 아무리 강력한 임상적 근거를 갖고 있어도 유전자 편집 기법에 대한 장기 안전성 검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연구팀이 15년간 추적 관찰 일정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의료 시스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반복적, 장기적 확인 과정이 필수다.

ANGPTL3 억제 방식의 평가는 단순히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에서 멈추지 않는다. 전체 의료비 지출 측면에서 ANGPTL3 표적 치료는 장기적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지혈증 환자 상당수가 처방 약물을 중단하면서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조기 예방형 치료를 통해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 환자와 사회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간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이미 입증되어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비의 70% 이상이 급성 사건 발생 이후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예방 단계에 투자하면 사망률뿐 아니라 전체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의학적 효용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동시에 개선된 사례는 신기술 도입 논의에서 강력한 설득력으로 작용한다.

지질 대사 분야 전문가들은 ANGPTL3 표적의 임상적 타당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동시 감소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낮추는 방법이고 변이 보유자 집단 분석을 통해 자연적 모델에서 이미 확인된 결과다. LDL 컷오프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강력한 표적 억제 치료는 의료 시스템의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CTX310의 임상 결과는 이러한 과학적 기반 위에서 실현된 성과다. 기술이 일시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생애 전반에 걸쳐 위험 요인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방 중심 의료 체계 구축이라는 국제적 목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향후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분석 지표는 더욱 엄밀해질 전망이다. LDL 콜레스테롤 감소 폭뿐 아니라 플라크 감소 정량화, 심혈관 사건 발생률 변화, 내피 기능 개선 등이 핵심 지표로 설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질적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된다면 ANGPTL3 억제 기반 치료는 심혈관질환 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향후 의료 기술의 방향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가능한 어린 시기에 대폭 낮추는 전략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ANGPTL3 표적 치료는 이 방향성과 정확하게 맞닿는다. 생애 전반에 걸쳐 축적되는 위험 요인을 조기에 잘 차단한다면 건강 수명 연장과 사망률 감소라는 공중보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심혈관질환의 본질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동맥경화는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질병을 자각할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손상이 진행된 뒤다. CTX310이 상징하는 기전은 질병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위험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다.

ANGPTL3 억제는 공고한 기초 연구와 임상 근거 위에 세워진 전략이다. 단일 목표로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고 자연 변이 사례에서 장기적 안정성 가능성이 관찰되어 왔다. 세계적 제약사들이 ANGPTL3 기반 치료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조건이 병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 예방은 인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보건 목표 중 하나다. ANGPTL3 억제 전략은 예방 시대 심혈관관리의 새로운 준거가 되고 있다.

지금은 유전자 편집 치료가 임상 시험이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 있지만 현재의 속도로 연구와 임상 적용이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심장병 예방에 유전자 정보를 직접 수정하는 치료가 널리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방 중심 의료가 실제로 현실에 도달하는 순간,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협은 훨씬 더 약해질 것이다. ANGPTL3 표적 치료는 이러한 미래로 향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