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렌드 ③] CRISPR 치료제 CTX310은 어떻게 간으로 들어가는가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 현실이 되다

2025-11-19     김 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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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 규운기자]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제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인체 안으로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변화의 중심에 생체 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 CTX310이 있다. CTX310은 한 번의 정맥주사만으로 간세포 안의 유전자를 직접 수정한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높이는 ANGPTL3 유전자 기능을 간세포에서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교한 전달 시스템과 절차가 필요하다. 체외에서 세포를 꺼내 편집한 뒤 다시 주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체내에서 바로 편집을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달 기술은 치료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이 진정한 임상 혁신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편집된 세포의 종류 때문이다. 간세포는 인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대사 기관을 구성하며 스스로 끊임없이 재생된다. 단 한 번 유전자를 편집해도 편집된 정보가 새로운 간세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CRISPR-Cas9 편집 시스템이 인체에 직접 투여될 때 손실 없이 표적 조직에 도달하도록 다양한 전달 방식을 개발했다. CTX310에서 적용된 방식은 바로 지질 나노입자 전달 기술이다.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는 지름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지방 기반 미세 입자로 인간 세포막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는 세포 안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LNP는 코로나19 mRNA 백신을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다. 백신이 세포 안으로 유전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만든 방식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운송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CTX310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이 아니라 편집 효소(Cas9)와 안내 RNA가 간세포 유전자 정보를 영구적으로 수정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CTX310 구성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구성 요소는 표적 위치를 찾아가는 안내 RNA다. ANGPTL3 유전자 안에서 정확히 편집해야 할 부위를 지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번째 구성 요소는 Cas9 단백질이다. Cas9은 유전자를 절단하는 효소로, 잘못된 부분을 잘라 낸 뒤 기능을 차단한다. 세 번째 구성 요소는 전달을 담당하는 LNP로, 안내 RNA와 Cas9을 보호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간까지 침투한다.

정맥 주사로 전달된 LNP는 혈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간세포가 이를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은 단백질 합성과 독성 물질 해독을 위해 혈류에서 물질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생리적 특성 덕분에 LNP는 다른 기관보다 높은 비율로 간에 축적된다. 결국 이 전달 시스템 덕분에 ANGPTL3 유전자만을 선택적으로 편집할 수 있게 된다.

CRISPR-Cas9이 간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안내 RNA가 목표 유전자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Cas9이 해당 부위를 절단한다. 절단 이후 DNA가 재조립되는 과정에서 ANGPTL3 유전자 기능은 비활성화된다. 결과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혈중 지질 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CTX310 임상 1상 결과에서 확인된 LDL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강력 감소 효과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나타난 결과다.

체내 편집은 효율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외부에서 편집한 뒤 다시 주입하는 세포 치료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세포 주입이 성공하지 않거나 생착률이 낮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간세포는 인체 혈류와 직접 연결돼 있어 정맥 투여만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 점이 생체 내 유전자 편집으로 이어진 기술적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강력한 전달 기술에는 신중한 검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체 모든 세포에는 무수한 유전자 정보가 있으며 잘못된 위치를 편집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비표적 유전자 편집 가능성(off-target)은 유전자 편집 기술 발전 과정에서 언제나 중요한 관리 항목이었다. 현재 임상에서는 Cas9 절단 위치 정확도 향상과 off-target 탐지 기술 개선이 병행되고 있다.

면역 반응도 연구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항목이다. 원래 인체에는 외부 물질을 감지하면 반응하는 면역 방어 체계가 존재한다. 단백질 기반 전달 요소나 RNA 구성 성분이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용량 조절과 모니터링 체계가 필수 요소다. 임상 1상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서 해결되었지만 투여 대상자 수가 적기 때문에 장기적 관찰이 필요하다.

유전자 편집 치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DNA를 영구적으로 바꾼다는 점은 치료 효과가 영속적일 가능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기술적 정밀성뿐 아니라 적용 윤리, 의료 접근성, 비용 부담 등 사회적 논의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은 장기 추적 관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 내 유전자 편집 성공은 의학 기술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전까지 유전자 편집은 환자 면역 시스템을 제거한 뒤 체외에서 조작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이제는 체내에서 직접 편집을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변화는 치료 접근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간단한 방식으로 고위험 질병을 예방하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심혈관 위험 질환 외에도 간 질환, 희귀 대사 질환 등 다양한 질환군에 생체 내 유전자 편집 접근을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CRISPR Therapeutics는 ANGPTL3 외에도 혈압에 관여하는 AGT 유전자와 Lp(a) 증가를 일으키는 LPA 유전자 편집 기반 치료를 개발 중이다. 이 연구들은 심혈관질환 예방과 치료에서 중요한 새로운 기전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기술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약물처럼 단순한 방식으로 유전자 치료가 이뤄질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라는 통계가 변함없다. 예방 중심 치료는 의료 정책과 연구 개발 분야에서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반 치료는 이러한 변화 흐름의 중심에 있다.

치료 실행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결과는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재적 심혈관 질환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 CTX310 전달 기술이 갖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강력한 효과를 단 한 번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식이 임상에서 계속 입증된다면, 이 기술은 향후 심혈관질환 치료 표준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달 시스템의 기술적 진보는 유전자 편집 치료의 현실화를 이끌었다. 간세포 표적 전달 기술은 이제 임상적 효능을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CTX310의 추진력은 심혈관 의학의 미래가 언제 어디서나 적용 가능한 정밀 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인류는 DNA가 만들어내는 위험을 DNA의 수정으로 극복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은 그 진입로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