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렌드 ④] 영구적 DNA 편집 시대

윤리와 규제, 안전성 검증의 과제

2025-11-20     김 규운 기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한 생체 내 유전자 편집 치료 CTX310의 임상 1상 결과는 LDL 콜레스테롤와 중성지방 수치를 절반 가까이 낮추며 기대를 뛰어넘는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DNA를 직접 수정하는 치료가 임상 현실로 이동하면서 규제, 윤리, 안정성 문제를 언제까지나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힘을 얻고 있다. CRISPR 기술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영구적 변화라는 점에서 의료 산업 전체에 새로운 규제 틀과 사회적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전자 편집 치료의 가장 중요한 논점은 변화의 영속성에 있다. 한 번 DNA가 수정되면 기존의 유전자 정보로 되돌리는 절차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세포 표적 편집은 생식세포나 배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후세에 전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 예기치 않은 변이가 발생할 경우 환자 개인의 평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의료 과학은 효능뿐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안전 증거를 요구받는다.

별도의 부작용 관리 체계도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CRISPR-Cas9 시스템은 표적 위치를 매우 정교하게 절단하도록 설계되지만, 유사한 DNA 염기서열을 가진 위치가 함께 편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off-target 효과라고 부른다. 유전자 편집으로 의도하지 않은 변이가 발생하면 종양 유발이나 세포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인체 투여 이후 장기간에 걸친 분자 수준 추적이 필요하다.

특히 간세포는 재생력이 매우 강해 DNA 편집 후 세포가 계속 분열하며 새로운 간 조직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편집 오류가 있는 세포가 선택적으로 증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와 규제 당국이 장기 관찰 요구를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은 생체 내 유전자 편집 환자에 대해 15년 이상 추적 관찰을 필수 요건으로 설정했다. 치료 후 단기적인 수치 개선뿐 아니라 세포 분열 과정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역 반응 문제도 지속적 검토 대상이다. 전달 기술로 활용하는 지질 나노입자(LNP)는 코로나19 mRNA 백신 성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달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CRISPR 치료는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반복적으로 간세포에 노출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체가 외부 물질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일회성 투여라 하더라도 면역 시스템이 이를 기억하는 특성은 장기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간염 증상, 이상 면역 활성 여부, 간 효소 수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윤리적 검토 대상이 되는 배경에는 의료 접근성 문제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효과가 뛰어난 치료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유전자 치료제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정책이 일반적이었다. 치료 대상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 중심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심혈관질환과 같은 대규모 임상 분야에서 유전자 편집 치료가 널리 확산된다면 의료비 부담과 보험 체계에 미칠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 일부 고소득 국가나 특정 계층만 접근 가능한 치료로 고착될 경우 의료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기술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통제 체계도 중요하다. 유전자 편집이 더 일반화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을 넘어 외모, 체력, 능력 등 비치료 영역에 대한 요구가 생겨날 수 있다. 의료 목적의 유전자 편집과 비의료 목적의 유전자 개량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의료 목적을 벗어난 유전자 편집이 확인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사회적 합의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계는 효능 입증과 임상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 편집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임상 적용 지역과 비적용 지역이 차별화되면 국가 간 의료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국제 규범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CRISPR 치료 기술의 효능이 뛰어난 만큼 규제 기준이 더 까다로울수밖에 없다. 규제 기관은 효과를 입증하더라도 안전성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기술이 시장에 조기 진입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반면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련한 사회적 수요는 상당히 크다. 전 세계 수억 명이 높은 LDL 수치로 인한 고위험군에 속해 있으며,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규제 강도와 환자 접근성 사이에서 정책적 균형점을 찾도록 압박하고 있다.

과학계와 산업계는 기술적 정밀성을 높여 규제 우려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하는 추세다. Cas9의 정확도를 높이는 신세대 유전자 가위 연구, 편집 부위를 제한하는 안전 장치 개발, off-target 탐지 기술 고도화가 대표적이다. 오류 가능성을 감소시키면서도 효능을 유지하는 것이 의료 기술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된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지점을 향하고 있다. DNA를 직접 편집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개념은 치료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치료가 시작되는 시점이 질병 발생 이후가 아니라 위험 요인이 존재할 때부터라는 방침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가 질병 관리 중심에서 건강 수명 연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성과 윤리를 동반한 기술 발전이 핵심이다.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의료 접근성 보장은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기술이 지속 가능한 혁신 의료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이다. 사회 전체가 신중한 태도로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험 관리 체계가 마련되고,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와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갖춘다면 CRISPR 치료 기술은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CTX310 연구는 시대적 변곡점을 상징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희귀질환의 제한된 영역을 넘어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군까지 확장되고 있다.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예방 중심 치료의 전면적 도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효능과 위험 관리가 정교한 균형을 찾는다면 CTX310은 의료 혁신의 기준을 다시 쓸 수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은 단순한 생활 관리의 영역을 넘어, 유전자 수준에서 계획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