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렌드 ⑤] 한 번의 치료가 평생을 바꿀 수 있을까
유전자 치료 경제학, 심혈관질환 시장의 재편
[KtN 김 규운기자]유전자 편집 치료 CTX310은 단 한 번의 정맥주사로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절반 이상 낮추는 결과를 보여주며 기존 의료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효능 중심으로 주목받던 초기 임상 성과 뒤에는 거대한 경제적 변화를 예고하는 수치가 자리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제 시장은 수십 년 동안 약물·시술 중심으로 성장했고 스타틴, PCSK9 억제제 등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CTX310이 임상 후반부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정된다면 미래 치료 방식과 의료비 지출 체계가 통째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콜레스테롤 치료는 현재 약제 순응도 문제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한계에 봉착해왔다. 많은 환자가 스타틴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장기 복약을 번거롭게 느끼면서 치료를 중단한다. 순응도 저하로 심혈관질환 위험은 다시 증가하고, 결국 고비용 치료와 합병증 관리 부담이 의료 체계에 누적된다. CTX310이 장기적 효과를 입증하면 복약 중단으로 인한 치료 실패 비용이 제거된다. 한 번 투여로 평생에 걸친 질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는 의료비 절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혈관질환은 인명 손실뿐 아니라 노동력 상실, 생산성 저하, 장기 입원 증가를 유발한다. 예방적 치료가 확대되면 국가 경제적 손실도 줄어든다. 특히 중년층 고위험군이 주요 예방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보호 효과가 두드러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 이러한 예방 효과는 장기 경제지표와 연동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유전자 치료 기술이 희귀질환 영역을 벗어나 대중질환 시장으로 확장될 경우 연 수조 달러 규모의 신산업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심혈관질환치료 시장은 글로벌 의약품 분야에서 항암제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다. 따라서 CRISPR 기반 치료제 상용화는 시장을 다시 정의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단일 치료제 가격 자체는 매우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유전자 치료제 가격은 수억~수십억 원대에 책정됐다. 예를 들어 다른 유전자 치료제 스핀라자, 졸겐스마 등 희귀질환 타깃 약품은 매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다. CTX310은 희귀질환이 아닌 대중질환을 겨냥한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 중 하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 가격 정책을 두고 보험사 및 국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보험 체계는 CTX310과 같은 혁신 치료제 도입 시 지급 방식 변화를 요구받는다. 기존 모델은 복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일시금 지급 모델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 재정 운영을 단기간에 압박할 수 있다. 국제 보건경제 연구기관은 유전자 치료 비용을 분할 지불하거나 효과 지속 기간에 따라 후불 정산하는 방식 등의 ‘성과 기반 지불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치료가 일정 기간 동안 실제 임상 이득을 제공하면 그에 따라 보험사가 약가를 지급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의료 형평성도 경제적 논의에서 핵심이 된다. 고가 혁신 치료가 상위 계층에만 집중될 경우 의료 불평등 확대는 불가피하다. 특히 심혈관질환은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서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CTX310이 실제로 심혈관 관련 사망과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 지원과 공공 정책이 균형 있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시장 접근성이 비즈니스 성공을 좌우하게 된다. 대형 제약사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 도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CRISPR Therapeutics와 같은 바이오 선도 기업과 협력 또는 인수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 구조가 기존 약물 중심 시장에서 혁신치료 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영역으로 확장되면 의료 산업 구도는 더욱 빠르게 뒤바뀔 전망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공공의료비 지출 변동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초기 투자는 크더라도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 절감 효과가 확실하다면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신약 출시 후 수년 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실증 기반 건강경제 평가’ 모델이 중요해졌다. 정책 결정자의 관점에서 CTX310은 임상 효익, 사회경제적 편익, 안전성 검토가 복합적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된다.
경제학자들은 기존 치료제 시장의 매출 구조도 변할 것으로 내다본다. 스타틴 처방에 기반한 반복 매출 모델이 유전자 편집 치료 확산으로 단회 매출 중심 모델로 변경될 수 있다. 제약사의 매출 패턴이 변하면 연구개발 우선순위 역시 달라진다.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 치료 효과를 목표로 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결국 환자 중심으로 귀결된다. 단 한 번의 치료가 평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환자 삶의 질과 사회적 편익은 크게 증가한다. 심혈관질환은 사망뿐 아니라 일상 기능을 제한하는 질병이다. 예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복합 질환 발생 역시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 시장의 목표는 단순한 생존 연장뿐 아니라 건강 수명의 연장으로 확장된다. CTX310이 대표하는 유전자 치료는 이러한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전략적 도구다.
향후 CTX310과 같은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안착하려면 임상 확증 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치료 효과의 지속성과 안전성이 검증되고 난 뒤 보험 적용 범위, 약가 협상, 환자 선별 기준 등 구체적 정책 설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적 진전 속도를 고려하면 정책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효과가 입증된 뒤 뒤따르는 정책 설계는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제적 규제 환경 구축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심혈관질환 예방은 가장 넓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보건 전략이다. CTX310의 확산 가능성은 단순한 신약 출시 이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부실 관리될 경우 치료 접근성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으나, 적절한 규제와 보험 적용이 뒷받침된다면 전 세계 보건 의료 체계 개선에 기여하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단 한 번의 치료가 평생 치료비 부담을 줄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 이는 의료가 꿈꿔온 가장 효율적인 예방 치료 모델에 해당한다.
유전자 편집 경제학은 현재 의료가 처한 비용 증가 위기를 해결할 중요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기술적 혁신이 사회적 수용과 결합할 경우 의료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CTX310이 임상 후반부에서도 안정성과 효능을 유지한다면 심혈관질환 시장의 헤게모니는 기존 약물에서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 방식과 비용 구조, 건강보험 제도가 함께 변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예방 중심의 의료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CTX310은 그 핵심 기술을 상징하는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