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②] 중국 정부 NFT 규제의 본질
암호화폐 투기 차단과 문화 콘텐츠 육성, 두 목표의 병행
[KtN 전성진기자]중국 정부는 NFT 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를 가장 먼저 감지한 국가 중 하나다. 암호화폐 의존도가 높았던 글로벌 NFT 시장에서 투기 성격이 짙어지자, 중국 중앙정부는 암호화폐 사용 금지와 금융 리스크 차단을 핵심 기조로 확립했다. 중국 인터넷금융협회,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증권업협회가 공동 발표한 NFT 관련 금융 리스크 방지 제안은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공식 기준으로 작용했다 . 동시에 중국 중앙정부는 콘텐츠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확고히 유지해 왔다. 이 두 정책 방향이 결합하면서 중국 특유의 디지털 소장품 산업이 완성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NFT 투기와 가격 급등락을 유발하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대신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고 플랫폼이 직접 IP를 확보해 상품을 발행하는 유통 구조를 도입했다 .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채택하여 발행과 거래의 추적과 통제를 강화했다 . 해당 구조는 사용자 민팅 중심의 글로벌 NFT 방식과 달리 IP 소유권 기반의 창작물 발행 중심으로 운영된다 . 중국 디지털 소장품은 자산 증식 도구가 아닌 합법적 문화 소비 방식으로 제도화된 셈이다 .
세컨더리 마켓에 대한 제한은 중국 디지털 소장품의 최대 특징으로 꼽힌다. 중국 내 플랫폼은 1차 판매는 허용하지만 재판매는 무상 양도 중심으로만 제한하며, 양도 가능 시점도 일정 기간 제한하고 있다 . NFT 시장의 투기적 특성을 유발했던 자유로운 재판매 구조를 차단해 금융 리스크를 원천 봉쇄한 조치다 . 이 같은 정책이 플랫폼 운영과 자금 유동성을 제약한 요소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텐센트는 미디어와 게임 IP를 결합한 대형 소장품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으나 2차 거래 규제 강화와 내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환허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고, 결국 2023년 6월 사업을 중단했다 .
세컨더리 마켓이 차단되면서 중국 소비자는 플랫폼의 브랜드보다는 콘텐츠 가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디지털 소장품 발행 기관은 빅테크 기업, 전문 민간 기업, 중앙 미디어 국유 기업, 박물관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 각 기관은 정책 방향에 따라 역할이 나뉜다. 중앙 미디어는 혁명 역사 기반 IP, 국가 전략 관련 IP, 공공성 강한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 중심으로 소장품을 발행하며, 수익보다 정책 메시지 전달과 저작권 보호에 비중을 둔다 . 문화여유부 산하 기관은 문화유산 디지털화와 관광 체험 결합을 추진하며 박물관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
디지털 소장품을 문화 자산으로 보증하기 위한 실물 연계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수집가는 전시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뒤 소장품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으며, 최고급 경매장 및 박물관과의 협력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 실물 기반 디지털 인증서를 통해 진품성을 확보하고 역사적 유통 기록과 거래 데이터를 관리해 신뢰도를 확보하는 구조다 .
엔터테인먼트 기반 소장품 시장은 한차례 변화를 겪고 있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망고TV와 텐센트동만 등이 예능과 웹툰 기반 소장품을 발행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24년 이후 중국 전통 문화 중심으로 이동하는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 중국 당국이 문화 자주성을 강조해온 정책 기조와 맞물린 결과이며, 국가 문화 정체성 강화에 기여하는 활용 방식이 우선 순위로 설정되고 있다.
정부 규제 강화는 민간 및 빅테크 기업에 부담을 주었지만, 산업의 건전성을 높이고 콘텐츠 품질 중심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투자보다는 창작자와 소비자 협력 기반으로 가치가 정립되며 전문 제작자 중심 콘텐츠(PUGC) 모델 성장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 . 플랫폼 인지도보다는 소장품 자체 문화예술 가치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는 방향이다.
박물관, 국유기업, 중앙 미디어 등 공공 주력 기관이 선도하는 구조는 중국 디지털 소장품 산업이 단순 상품 시장을 넘어 문화 자산 관리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 보급, 저작권 보호, 기술 인증이 결합된 정책적 모델로 자리 잡으며, 문화 정책과 산업 전략의 조화가 구현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중국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사업을 추진할 경우, 중국 규제 체계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중국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IP 보호 체계 적용, 관영 플랫폼 및 문화기관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문화 영역과 가치 인식에 대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자산화는 문화적 의미와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디지털 소장품 산업은 향후 문화 기술 정책과 디지털 경제 전략 핵심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투기 차단 정책은 시장 과열을 막고 신뢰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정책이 지향하는 문화 경쟁력 강화 목표는 국유·공공 플랫폼에서 적극 실현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문화 자산 디지털화를 경제 성장 동력으로 결합하고 있다.
중국 정부 규제의 본질은 금융 불안 제거에 머물지 않는다. 문화적 상징성이 큰 국가 IP를 안전하게 유통시키고,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체계화해 콘텐츠 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중국 디지털 소장품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정책 방향에 의해 확장되는 산업이며, 중앙정부 운영 방식 속에서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콘텐츠 기술과 문화산업 결합 정책이 산업 성장 엔진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