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③] 중국 IP 디지털 자산 성공 전략
너자 열풍에서 박물관 유물로 확장되는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
[KtN 전성진기자]중국 디지털 소장품 산업은 플랫폼 경쟁 단계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IP) 중심 경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콘텐츠 IP는 디지털 경제에서 핵심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중국 내 문화·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형성된 팬덤 규모가 소장품 구매로 직접 연결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 확장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콘텐츠 자체가 보유한 정체성과 상징성이다. 수요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브랜드보다 IP라는 점이 중국 산업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중국 국가 차원의 정책 환경은 IP 자산화에 필수적인 신뢰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소장품 발행 시 실명제, 위안화 기반 결제, 플랫폼 직접 검증 체계를 적용하며, 지식재산권 보호 및 저작권 감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 해당 제도는 단기 투기 수요를 배제하고 IP 가치에 초점을 둔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중국 전통 신화를 차용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너자다. 중앙방송애니메이션그룹이 제작한 너자 TV 애니메이션 IP는 방송 이후 디지털 소장품 시장에서 폭발적 관심을 얻었다. 특정 시리즈는 약 2년 동안 약 199%의 시장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중국 IP 자산화의 대표 모델로 언급되고 있다 . 너자 IP가 가진 대중 인지도와 문화 상징성이 디지털 시장에서 그대로 작동하는 결과다.
중국 박물관의 디지털화 전략 또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화여유부 산하 기관과 박물관은 소장 유물 기반 디지털 소장품을 발행하며 실물 유산과 디지털 인증서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 실물 전시장에서 확인 가능한 작품과 연동되는 인증 모델은 유물 가치 보존과 대중 접근성 향상을 동시에 충족한다. 최고급 경매장 및 박물관은 실물 기반 디지털 인증서를 통해 문화재 진품성을 보증하며 거래 신뢰를 강화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
중앙 미디어 국유 기업은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IP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가가 강조하는 역사·공공성의 가치가 담긴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발행하며, 수익보다 국가 메시지 전달과 저작권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문화 자산화 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상품 판매가 없다. 콘텐츠가 가진 사회적·정체성적 가치를 경제 활동과 결합하는 형태다.
민간과 빅테크 기업은 자체 팬덤 자원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텐센트, 망고TV 등은 게임 팬덤과 예능 IP를 활용해 초기 시장을 견인했다 . 플랫폼은 독점 IP를 보유할수록 소장품 발행력과 유통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규제 기조는 플랫폼보다 콘텐츠 중심 생태계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 창작자 기반 PUGC 모델 성장 사례가 증가하는 흐름이 그것이다 . 창작자와 소비자 간 직접 연결이 강화되는 구조다.
중국 디지털 소장품 구매자의 핵심 동기는 가상세계에서 활용 가능한 자산 확보다. 실제 구매 항목 중 게임과 가상아이돌 연계 소장품이 62.50%로 가장 높은 선호를 받았다 . AR VR 장면(46.70%), 프로필 이미지(45.05%), 3D 모델(44.58%) 역시 높은 사용도를 보였다 . 소유 행위는 온라인 정체성을 강화하고, 커뮤니티 참여를 촉진하며, 재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IP 중심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을 지적한다.
• IP 인지도가 가격 형성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국유기관 발행물은 상징성, 공공성에 기반한 장기 가치 중심
• 민간 대형 플랫폼은 팬덤 규모 기반 단기 매출 중심
• 박물관·문화기관은 실물 연계를 통한 인증 신뢰도 확보
• 전문 창작자 모델은 커뮤니티 강화에 최적화
각 주체가 담당하는 영역이 명확하게 나뉘며 산업 전체가 고르게 확장되는 구조다.
한국 콘텐츠는 중국 시장에서 이미 IP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K팝, 한국 게임, 한국 웹툰은 중국 MZ세대 대상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디지털 소장품 협력 사업은 라이선싱 중심 수익을 디지털 경제와 결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가상아이돌 기반 콘텐츠는 중국 시장 선호도가 높아 사업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는 전략적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과 심의 기준 준수. 둘째, 공공성과 문화 자주성을 강조하는 중국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 셋째, 현지 팬덤 문화 분석과 커뮤니티 활성화 구조 설계이다. 중국 디지털 소장품 시장은 단순 기술 사업이 아니라 문화 산업 정책 속에서 작동하는 제도적 시장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중국 IP 디지털 자산화 전략은 산업 구조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확장력을 갖춘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콘텐츠가 가진 경제·문화적 가치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산업 정책과 시장 논리가 충돌하지 않는 운영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문화와 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경제는 중국 정부가 미래 성장 핵심으로 설정한 분야다. 정책 기조는 IP 자산화를 국가 경쟁력 확보 전략과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 디지털 소장품 산업은 성장보다 안정과 신뢰를 우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해당 기반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세계적 IP는 중국 시장과 높은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 규제 이해도와 팬덤 연결 전략을 명확히 갖춘다면, 중국 디지털 자산화 시장에서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