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트렌드③] 자동차 회사가 집을 짓는 이유

브랜드 레지던스 경쟁이 만든 과열 시장의 구조 브랜드 경험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현상, 지속 가능한가

2025-11-19     김상기 기자
Pagani Residences Unveils Its $30 Million USD Duplex Penthouses. 사진=Pagani Residenc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최근 마이애미 초고가 주거 시장에서는 자동차 브랜드를 내세운 부동산 개발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를 보인다. 포르쉐, 벤틀리, 애스턴마틴, 람보르기니, 파가니까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주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주거 공간이 아닌 자동차를 생산하던 제조 기업들이 앞다퉈 부동산 시장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브랜드 다양화 전략을 넘어서 초고가 자산의 성격 변화를 반영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파가니 레지던스 등장도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발생한 결과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는 2017년 완공 이후 자동차 브랜드 주거 시장의 상징적 지표가 됐다. 거주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집 안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했다. 차량을 건물 핵심 콘텐츠로 부각시켜 자동차 팬층을 적극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틀리 레지던스 역시 주거 공간 내부에 차량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동일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애스턴마틴 레지던스는 초고가 펜트하우스를 구매할 경우 한정판 자동차를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을 통해 부자층의 관심을 끌었다. 이 모든 전략은 차량 구매자와 부동산 구매자를 동일한 소비군으로 설정하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동차 브랜드 확장의 이유를 단순히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로 보는 것은 절반의 설명에 그친다. 자동차 제조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그 결과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한 라이선스 수익을 확대해야 하는 현실적 압박이 존재한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자동차 판매량 증가가 어려워지면서 희소성 유지와 수익성 간의 균형 관리가 필요해졌다. 부동산 시장 진출은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확장이라는 명분과 함께 안정적 수익 창출 수단이라는 현실적 목적이 결합된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브랜드 레지던스는 특정 수요층을 직접 겨냥한다. 자동차 브랜드와 감정적 연결을 가진 고액 자산가들은 해당 브랜드 철학이 반영된 공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들은 그 선호를 활용해 주거 자산을 자동차 수집의 연장선으로 포지셔닝한다. 거주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브랜드 경험이 곧 자산 가치의 핵심 근거가 될 경우 구조적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 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실수요 기반보다 브랜드 신뢰도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레지던스는 지역 시장의 가격 기준선 설정에 영향을 준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 이후 마이애미 시장에서는 브랜드 레지던스 평균 평당가가 주요 비브랜드 단지 대비 30~50퍼센트 높게 형성되며 새로운 기준선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가격 상승이 브랜드 영향력에 의해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 실질 가치 대비 평가액 부풀림이 누적될 수 있다. 파가니 레지던스의 분양가가 지역 평균 대비 약 두 배 수준까지 치솟은 것도 이 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또한 건축주 입장에서 브랜드 레지던스는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 활용만으로도 분양 초기 홍보가 용이하며, 높은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 구조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최종 구매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건축, 유지관리, 서비스 운영에 브랜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며 장기 보유 부담이 커진다. 분양가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반영하지만 실제 자산 유용성은 그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도 위험 요인이 명확하다. 브랜드 레지던스의 재판매 시장은 극히 제한된 규모에서 작동한다. 자산을 재거래하려면 동일한 브랜드에 높은 애착을 가진 구매자를 찾아야 한다. 부동산 평가 기준이 일반적 자산 가치가 아닌 브랜드 선호도라는 외부 변수에 묶이는 셈이다. 브랜드 흥행이 부진하거나 신차 개발 실패, 경영 위기 등이 발생하면 부동산 가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브랜드의 부동산 진출은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전략임과 동시에 초고가 자산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주거 자산의 가격 형성 논리가 실질적 인프라나 도시 경쟁력보다 브랜드 호감도에 기초할 때, 자산의 기초체력이 약해진다. 초호화 시장 과열이 이어질 경우 가격 안정 장치가 부족해 급격한 조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각 브랜드의 전 세계 팬덤과 수집가 자본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 환경 변화와 규제 강화가 동시에 발생하면 가격 조정 속도가 매우 빠를 수 있다.

브랜드 레지던스 흐름은 초부유층의 소비 방식을 반영한다. 주거 공간이 개인적 필요의 충족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파가니 레지던스는 이러한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적 사례다. 브랜드 중심 주거 자산이 고가 시장 전체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지, 혹은 과도한 차별화 시도가 한계에 부딪힌 일시적 현상에 머물지 여부는 향후 시장 사이클에서 확인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부동산 진출 경쟁이 확대되는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브랜드 매력과 실제 자산 가치 간 차이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태도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이야기가 부동산의 기초 가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브랜드 주거 시장은 지금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 자산의 본질을 유지하며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 소비 장난감으로 인식되며 버블 형성의 온상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