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트렌드④] 투자냐 과시냐, 초호화 브랜드 레지던스의 수익성
트로피 자산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유동성 위험과 기초 가치의 한계
[KtN 김상기기자]마이애미 초고가 브랜드 레지던스 시장이 확대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액 자산가들은 거주 만족만으로는 자산 선택 기준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은 거주 공간 그 자체보다 심리적 지위를 상징하고, 개인적 취향을 과시하며, 자본의 안전한 은신처 역할을 겸할 수 있는 자산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파가니 레지던스를 비롯한 초호화 브랜드 주거 단지는 그 요구에 대응하며 부동산과 수집품의 경계를 허무는 자산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 접근하면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주거 자산이 실제로 안정적 투자 대상인지 판단하려면 비용 구조, 자본 회수 속도, 시장 유동성, 가치 보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액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성을 평가할 때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자본화율(Cap Rate)이다. 초고가 레지던스는 연간 순영업소득 대비 투자금액 비율이 일반 시장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마이애미 브랜드 레지던스의 평균 자본화율은 2퍼센트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지역 상업 부동산이 5~6퍼센트 수준, 중고가 주거 시장이 4퍼센트 내외로 형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이는 임대 수익을 얻는 구조보다 자본 차익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임대 전략보다는 보유 전략 중심이지만, 그 보유는 높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총보유비용 역시 일반 고급 주거보다 크게 상승한다.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한 서비스 인건비, 특수 마감재 유지관리, 시설 운영비가 모두 추가된다. 물가 상승과 함께 관리비 부담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탈리아 본사에서 공급되는 맞춤 부자재가 포함되는 경우 공급 지연과 비용 상승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초고가 브랜드 레지던스가 외형적으로 제공하는 고급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구조 자체가 높은 진입 비용에 더해 장기 부담 요소로 누적된다.
재판매 시장 분석은 보다 중요한 지표를 제공한다. 마이애미 내 일부 브랜드 레지던스는 준공 직후 단기 전매를 시도한 투자자들이 기대한 수준의 차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장기간 보유로 방향을 전환한 사례가 보고된다. 브랜드 가치를 지나치게 반영하여 초기 가격이 상승한 뒤 시장이 정상화되며 조정되는 현상이다. 가격 상승이 도시 인프라 강화와 연동되지 않고 브랜드 프리미엄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파가니 레지던스의 경우 아직 거래 이력이 없지만, 시장에서는 재판매 시 수요층이 제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초고가 주거 자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구매자는 많지 않다. 특정 소비 성향을 충족시켜야 하는 경직된 수요 구조는 거래 속도를 늦춘다.
실수요 기반이 약한 점도 위험 요소다. 많은 초고가 레지던스는 투자용 세컨드 하우스 성격이 강하다. 거주 기간이 연간 수개월 미만이거나 아예 비어 있는 경우도 나타난다. 거주 기반이 약한 자산일수록 가격은 지역사회와 단절되고 외부 자본의 기대에 의해 움직인다. 금융 환경 변화나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경우 가장 먼저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트로피 자산 성격이 강한 자산일수록 유동성 위축이 곧바로 가치 하락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브랜드 비즈니스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자동차 제조사가 주거 시장에 브랜드를 제공하는 구조이므로, 본업 경쟁력 약화는 부동산 가치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고급 내연기관 시장의 지위가 흔들리면 브랜드 자체 가치가 변화하게 된다. 브랜드 충성도 저하가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주거 자산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투자자는 부동산 리스크와 함께 브랜드 리스크까지 떠안는 셈이다.
물론 초고가 주거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경제 위기 대응력 측면에서 초고가 주거 시장은 과거 여러 차례 안정적 회복력을 보여왔다. 글로벌 부호층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은 25~40퍼센트를 차지하며, 분산된 도시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취한다. 마이애미는 세금 부담이 낮고 자산 보호를 위한 법적 환경이 우호적이므로 헷지 자산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특정 브랜드 기반의 수집가 시장은 경기 침체기에 더욱 강한 매수세를 보인 사례도 발견된다. 자산 가치 상승이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가 아닌 독점적 취향에 의해 이뤄지는 특성 덕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보완적 요소일 뿐,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브랜드 레지던스는 결국 상징성과 정서적 만족을 바탕으로 거래되는 자산이다. 마케팅 문구에서 강조되는 예술성, 디자인 철학, 맞춤 제작 경험은 투자자에게 감정적 가치를 부여하지만 수익성 판단에 직접 기여하지는 않는다.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최종 기준이 장기 가격 유지 능력임을 고려하면, 감정 가치와 재무 가치가 분리되는 지점에서 시장이 급격히 식을 수 있다.
결국 초고가 브랜드 주거 자산의 본질은 ‘자기 만족형 자본 지출’이다. 수익 창출보다는 상징적 소유욕 충족을 목표로 설정된 소비 행태가 반영된다. 트로피 자산은 승패가 분명한 자산이다. 브랜드 전통과 기술 유산을 기반으로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안전한 자산으로서 유지되지만, 시장 선호도가 이동하면 극도로 높은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파가니 레지던스는 현재 고가 시장의 중심에 서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판단이다. 첫째, 브랜드 중심 부동산이 지역 경제의 실제 성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입지와 인프라가 함께 강화되는 구조라면 가치 보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브랜드 충성도가 아닌 실질적 유동성 확보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시장이 침체될 때에도 거래 가능한 자산인지 점검해야 한다.
초고가 자산은 화려한 가격표만큼이나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파가니 레지던스를 포함한 브랜드 레지던스 시장은 지금 축적의 기회와 붕괴의 위험이 공존하는 시점에 서 있다. 자본이 무엇을 원하는지, 도시는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브랜드는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투자냐 과시냐. 답을 정하는 것은 결국 자금을 투입하는 이들의 재무적 현실과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