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재판 증인 출석한 최상목의 '계엄, 선택적 기억'
최상목 “기억나지 않는다” 반복…재판부 “기존 설명과 왜 다르나” 최상목, 계엄 반대 밝혔지만 상세 기억은 ‘흐릿’ 계엄 문건 논란 재점화…최상목 증언 태도에 재판부 질의 집중
[KtN 최기형기자]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비상계엄 당일 본인이 계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면서도 구체적 상황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해 재판부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전달된 쪽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진술해 과거 진술과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기억이 안 날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말한 점이 이상하다”며 추가 질문을 던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밤의 상황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날 “당시 계엄을 막지 못한 게 송구스럽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사실 외에는 여러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세 번 접힌 쪽지’의 존재와 관련해 과거 국회 청문회에서 “가로로 두 번, 또 한 번 접혀있었다”고 증언했음에도, 이날 재판에서는 “여러 번 물어봐서 그렇게 답한 것 같다”고 진술하며 차이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기억이 안 날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한 부분이 이상해서 그렇다”며 “그렇게 답변한 이유가 증인의 책임을 경감시키려 함이거나 당시 대행 체제를 유지하려 한 다른 목적이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문건을) 보고 있는 모습을 기억한다. 그걸 차관보에게 전달했고 기재부 간부회의 말미에 확인했던 기억도 있다”면서도, CCTV 영상과 문건을 읽는 시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존에 설명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기억이 안 날 수는 있는데, 적극적으로 객관적 상황과 다르게 말하는 건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언급도 나왔다.
한편 이날 재판엔 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전 국민의힘 의원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자신이 내란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 대상에 올라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처럼 증인들의 태도와 증언 내용이 재판부가 제기한 여러 의문과 맞물리며, 이날 재판은 계엄 선포 당시 권력구조 및 실무자의 역할 관계가 다시 조명되는 장이 됐다.
최 전 부총리는 이날 “몸이라도 던져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체적인 반성을 표했다. 그는 또 “예비비나 보조금은 확보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예산 프로세스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며 당시 경제부처 실무로서 느낀 혼란을 털어놨다. 또한 국회에 경찰이나 군인들이 일부 점령하듯이 출동했던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으니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만, 국무위원들이 재판을 하면서 ‘누구는 반대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이번 재판은 증인의 기억 불명확성과 과거 진술과의 차이, 그리고 계엄 선포 당시 권력의 흐름을 둘러싼 여러 평가가 맞물리며 향후 재판 과정과 국가적 실체 규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