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건강⑤] 구부정한 몸이 보내는 경고

디지털 시대의 체형 변화와 시력 위기

2025-11-22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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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홍은희기자]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는 곳이 곧 업무실이자 강의실이고, 휴식 공간이 되었다. 화면 속 세상과 연결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천천히 틀어진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고개를 숙인 자세가 반복되면서 목과 어깨, 허리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디지털 중심 생활이 일상화된 청년층에서 체형 변화와 시력 저하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부정한 몸은 단지 피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무너지는 조용한 신호다.

학생과 사회초년층의 하루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시간이 화면과 마주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수업과 회의, 과제와 업무, SNS와 정보 탐색이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진행된다. 고개를 숙인 자세는 머리 무게를 몇 배로 늘린다. 목뼈에 가해지는 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주변 근육들은 경직된다. 결림과 통증이 반복되고, 숙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는 몸은 결국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의 자세 문제 중 가장 흔한 모습은 일명 거북목과 굽은 등이다. 목과 등이 앞으로 쏠리면 폐 기능에도 영향이 간다. 호흡이 얕아지고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집중력과 기억력에도 영향을 준다. 자세의 붕괴는 신체 피로뿐 아니라 성과 저하까지 불러올 수 있다. 잘 앉는 것이 곧 잘 사는 방식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체형 변화는 정신적 부담과도 연결된다. 통증과 피로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의욕을 떨어뜨린다. 신체의 불편함이 지속될수록 마음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미루게 된다. 자신감의 하락은 사회적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몸이 위축되면 마음도 위축된다. 반대로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활력이 생긴다. 기초 체형 관리가 심리적 회복력 향상과 연결되는 이유다.

시력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년층은 유년기부터 스마트 기기와 함께 성장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화면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습관이 누적되며 근거리 시력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다. 눈의 피로는 두통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흐려지는 시야는 삶의 질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한 블루라이트에 장시간 노출될 때 수면의 질까지 떨어진다. 밤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어려운 현실에서 눈은 쉬지 못하고 계속 혹사된다.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실내 활동이 증가한 점도 시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햇빛과 자연광 노출은 눈 건강에 중요한 요소지만 디지털 환경 속 청년들은 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 창문 없는 공간에서 일하거나 햇빛을 본 시간이 하루 동안 몇 분도 되지 않는 날이 반복된다. 눈은 어둡고 좁은 환경에서 쉽게 피로해진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도 감정과 사회적 연결이 모두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소통, 정보 소비, 여가 활동이 하나의 기기에 집중되어 있어 사용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온라인 속 타인과 비교하면서 불안이 커지고, 불안이 커질수록 화면을 확인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감정적 불안이 시력 건강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스트레칭을 생활화하거나 자세 교정 운동을 배우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요가, 필라테스, 코어 운동 등이 자세 개선에 도움이 된다. 간단한 습관도 효과적이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때마다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모니터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어깨의 긴장을 풀어 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꾸준한 스트레칭은 경직된 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눈 건강을 위한 생활 변화도 늘고 있다. 화면을 일정 주기마다 쉬게 하고, 먼 곳을 바라보며 초점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인다. 실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햇빛을 자주 접하려는 시도도 있다.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 활용과 조명 환경 개선도 효과적이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눈 건강을 지키는 큰 기반이 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부와 업무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구조에서는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없다. 과제와 업무 마감이 화면 안에 있는데 어떻게 멀어질 수 있겠는가. 화면 중심 환경 개선과 직무 구조 변화 같은 사회적 차원의 대안이 요구된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인체공학적 환경 구성이 중요하다. 올바른 의자, 모니터 높이, 조명과 휴식 시간 확보 등 체형과 시력을 함께 고려한 환경 설계가 필요하다.

체형과 시력 문제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정도를 스스로는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수면, 소화,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 균열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증폭될 수 있다. 지금의 작은 불편을 외면하면 미래의 큰 위험으로 돌아온다.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젊음이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변화를 감지하면 움직인다. 운동을 시작하고, 몸의 신호를 기록하며,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는 분명하다. 생존을 위한 몸의 정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시대의 살아가는 방식이 건강의 규칙을 바꾸었다. 구부정한 자세와 흐려지는 시야는 기술 발전의 그림자다. 기술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몸도 함께 보호받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건강한 자세는 생산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며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체형과 시력은 미래를 버티는 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