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②] 시장은 멈추지 않는다
NSE의 전사적 회복력 전략, 보이지 않는 믿음을 설계하다
[KtN 김상기기자]인도 국가증권거래소 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는 2022년을 분기점으로 삼았다. 거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투자 참여자는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외형의 폭발적 성장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기술과 운영이 지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대규모 체질 개선이 바로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이다. 유례없는 규모의 전사적 개혁이 거래 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공고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국가증권거래소 경영진이 집중한 것은 단순한 시스템 고도화가 아니었다. 조직 전체가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은 IT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 인프라 설계, 조직 문화 등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개편이다. 거래소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거래가 멈추는 상황을 완전히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는가. 만약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개혁의 방향을 결정했다.
내부 진단 과정에서 총 82개의 개선 과제가 도출됐다. 프로세스 정비, 관제 체계 고도화, 자동화 수준 확장, 의사결정 구조 개편 등 매우 다양한 영역이 포함됐다. 그리고 단기 성과에 제한하지 않기 위해 순차적 실행 계획이 세워졌다. 현재까지 65개의 과제가 완료됐고, 나머지 과제 역시 2025년을 목표로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 완료된 과제가 많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점은 변화의 범위가 조직 전체를 관통했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문화까지 모두 바꿨다.
우선 기술 의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 체계를 재편했다. 과거에는 특정 인력이나 특정 부서가 중요 기술 요소를 독점하는 식의 운영이 종종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과정이 느려지고, 구조적 개선이 뒤늦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국가증권거래소는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지식 공유 구조를 강화했다. 업무 매뉴얼과 설계 문서를 표준화하고 이관 체계를 세밀하게 설계했다. 한 명의 숙련자보다 조직 전체가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변화는 기술 개발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프트웨어 개발 생명 주기 전 과정에서 안정성을 우선하도록 기준을 정립했다. 시스템 업데이트나 신규 기능 도입 시 변경 이력의 추적성과 검증을 강화했다. 테스트 자동화 도입을 확대해 사전에 오류를 최대한 걸러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운영 중인 플랫폼에 가해지는 변화 하나하나가 시장의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깨달음이 문화로 자리잡았다.
운영 파트너와 외부 공급업체 관리 방식도 재정의됐다. 조직 밖에서 들어오는 기술 요소가 시장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세밀하게 평가하고, 업데이트와 지원 체계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관리 기준이 마련됐다. 금융 인프라가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커질수록 이 분야의 관리 역량은 더욱 중요해진다. 거래소는 실행 능력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여 협력사까지 포함한 전체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관측과 대응 체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문제가 드러나야 비로소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로 징후가 발생하는 순간 대응이 시작된다. 잠재적인 오류도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하고 선제적으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사고 대응 시간은 과거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로 단축됐다. 투자자나 시장 참여자가 이를 체감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위험이 제거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철학은 회복력은 기술의 기능이자 조직 문화라는 점이다. 경영진은 회복력을 일상적인 운영 원칙으로 설정했다. 의사결정 단계마다 질문한다.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장기적인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인가. 이 원칙은 기업적 효율성과 단기 비용 절감 논리를 제치고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증권거래소는 이번 개혁을 일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으로 정의한다. 목표는 단순히 시장을 지키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 거래 인프라라는 새로운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있다. 시장은 더 커지고 있고 위험 또한 함께 자란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 위험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융 시장의 안정성은 자산의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투자 조건이기 때문이다. 거래가 멈추지 않는다는 확신은 장기 투자에서 매우 큰 가치를 만든다. 국가증권거래소의 사례는 기술과 운영의 내구성이 곧 신뢰 자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정지 시장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레질리언스 프로그램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지속적 진화를 전제로 한다. 시장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한, 회복력은 언제나 발전해야 하는 기준이다. 인도 자본시장은 그 기준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