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④] 4억 건의 공격 시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인도 NSE의 사이버 방어 체계와 금융시장 안정성
[KtN 김상기기자]인도 국가증권거래소 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처리하는 시장 중 하나다. 그만큼 공격받는 횟수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최근 20분 동안 120여 개 국가에서 4억 건 이상의 사이버 공격이 몰린 기록이 보고됐다. 단순한 트래픽 증가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심장부를 마비시키려는 시도가 실시간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금융 안정성을 지키는 ‘침묵의 전쟁’이 매일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이제 금융 시스템의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다. 거래 체계가 단 몇 초 중단되면 가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자금은 즉각 외부로 빠져나간다.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고, 시장은 스스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한 번 신뢰가 붕괴된 금융 인프라가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가증권거래소가 보안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안 체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선제적 방어 구조다. 이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을 ‘발생하면 막는’ 방식이 아니라 공격 신호가 포착되는 순간 대응을 시작한다. 실시간 위협 감지와 분석 체계가 상시로 가동되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접속은 자동으로 다층 방어망의 검증을 거친다. 시장 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운영되는 관제 시스템이 존재하며, 공격 패턴은 축적된 데이터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정밀한 분석이 곧 방어력이 되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국가증권거래소는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내장하는 방식인 시큐어 바이 디자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방식처럼 개발과 운영 단계에서 뒤늦게 보안을 덧입히는 방식이 아니다. 초기 코드 설계부터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 배포 과정, 서비스 개시 후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서 침투 위험을 제거한다. 기술을 구현하는 전체 궤적에 보안이 일체화돼 있어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구멍을 남겨두지 않는 것이 목표다.
사이버 보안 정책과 관리 체계 역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보안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시스템의 취약성과 대응 절차를 점검하며, 대규모 구조 변경 시에는 아키텍처 검토 절차가 필수로 진행된다. 신기술 도입 시 신속성보다 보안 안전성을 우선하는 의사결정 원칙이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 금융시장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기술 실험은 반드시 보안 기준을 통과한 뒤에야 허용된다.
모의훈련도 주기적으로 진행된다. 실제 공격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데이터 탈취, 서비스 마비, 내부 침투 등 다양한 형태의 테스트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진다. 목표는 단 하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시장의 운영이 지속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 훈련을 통해 공격 대응 속도는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짧아졌고, 문제 해결 과정의 매뉴얼화가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증권거래소의 사이버 전략이 단순한 IT 보안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금융시장 안정성은 경제 주권과 직결되는 요소다. 외부 세력이 금융 네트워크를 흔들어 경제 위기를 유도하는 시대에서 자본시장 방어력은 군사력 못지않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된다. 특히 글로벌 자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보안 수준이 투자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실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접근 시 정치·규제 리스크와 함께 기술 리스크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시스템 중단 사례가 반복되거나 사이버 침해 이력이 공개적으로 회자되는 시장에는 장기투자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반대로 기술 안전성이 확인되면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된다. 국가증권거래소의 무정지 운영 기록은 이미 투자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금의 사이버 전장은 단순한 기술 싸움이 아니다. 공격자는 금융을 노린다. 방어자는 금융을 지킨다. 이 싸움에서 지는 순간 피해는 단일 조직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은 연결돼 있고, 위기 확산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증권거래소는 자신들이 지키는 것이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국가와 시장의 신뢰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공격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방어는 그보다 더 빠르게 발전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까지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성과는 미세한 흔들림조차 허용하지 않는 보안 문화, 기술 투자, 운영 방식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투자자는 사이버 안정성을 단순한 부속 요소로 보지 않는다. 금융 인프라의 보안 수준은 투자 위험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다. 인도가 사이버 보안 최전선에서 보여주는 대응 능력은 앞으로의 투자 흐름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길 가능성이 높다. 금융 신뢰는 기술에서 태어나고, 그 기술은 위기 속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국가증권거래소는 그 사실을 가장 현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