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⑤] 숫자와 사람으로 증명된 신뢰
NSE의 레질리언스 지수와 조직 혁신
[KtN 김상기기자]인도 국가증권거래소 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의 발전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회복력이다. 다른 어떤 기술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신뢰를 잃지 않는 운영 능력이다. 이 기관은 스스로의 탄탄함을 수치화하고 이를 조직 운영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을 도입했다. 더 이상 안정성은 추상적 감각이 아니라 계량 가능한 성능으로 정의된다.
거래소가 적용한 지표의 이름은 레질리언스 인덱스다. 약 25개의 핵심 요소가 반영된 이 지수는 시스템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에 가깝게 반영한다. 기술 인프라의 안정성, 운영 대응 속도, 조직 문화의 문제 해결 능력, 공급망에 따른 리스크까지 모두 포함된다. 지표가 낮아지는 순간 행위가 즉각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안정성은 측정할 수 있고, 측정되는 것은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이 지수는 회복력을 하나의 운영 언어로 만든 셈이다.
지수 도입의 효과는 명확하게 나타났다. 사고 대응 속도는 과거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로 줄어들었다. 문제 발생 가능성 자체가 줄어들도록 선제적 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시장 참여자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위험이 제거된다. 거래가 멈추지 않는 시장은 기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판단, 정교하게 설계된 절차, 정확한 훈련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가증권거래소는 이 성과가 조직 구성원의 역량과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기술은 사람이 다루고 문화는 행동을 이끈다. 엔지니어링 중심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인재 확보 전략도 과감하게 조정했다. 핵심 인재를 국내외 최고 수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내부 인력은 지속적인 재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운영과 설계 전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이 가능한 기술자가 늘어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지식관리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중요한 운영 경험과 문제 해결 정보가 문서화돼 축적되고 공유된다. 특정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의 경험이 체계화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사고 발생 시 대응이 개인 능력에 좌우되지 않고 시스템화된 절차에 의해 빠르게 실행된다. 금융 인프라가 커질수록 이 같은 지식 자산의 가치도 급격히 커진다.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외부 기술업체와의 협업은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된다. 공급망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협력사 평가 기준에는 기술성과 신속성뿐 아니라 회복력 수준도 포함된다. 금융 인프라는 연결돼 있고, 이 연결 구조가 흔들릴수록 전체 시스템이 위험에 노출된다. 거래소는 자체 회복력뿐 아니라 외부까지 포함한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치 범위를 확장했다.
이 같은 노력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 최고 수준의 금융 인프라 플랫폼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되는 중이다. 거래의 끊김 없는 지속성과 사이버 위협 대응 성능은 외국인 투자 세력이 민감하게 살피는 지표다. 세계가 인도 자본시장에 주목하는 데에는 실적뿐 아니라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함께 작용한다.
회복력은 완성형 개념이 아니다. 시장 위험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대응 체계도 영구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거래소가 명확히 하고 있는 방향은 안정성은 달성하는 목표가 아니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위기가 오지 않아도 대비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아도 점검하는 문화는 금융 시스템의 생명력을 높인다. 이 문화가 앞으로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할 것이다.
투자자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안정성은 곧 수익성이다. 신뢰할 수 있는 시장에 자본은 오래 머물고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인도 국가증권거래소가 구축한 회복력 중심 운영 전략은 인도 자본시장의 성장 엔진이자 세계 자본 이동의 방향을 바꾸는 핵심이다. 금융 시장의 심장이 멈추지 않는다면 성장도 멈추지 않는다. 회복력이 강한 시장에서 미래는 더욱 견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