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트렌드①]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

250년 역사 기반 전략의 확장성과 한계

2025-11-18     임우경 기자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Bregue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2025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GPHG에서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가 가장 높은 영예인 황금 바늘상을 받았다. 수상 결과는 브레게 내부의 기념 행사를 넘어 고급 시계 시장의 흐름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수상 과정과 시장 반응을 살펴보면 브레게가 선택한 헤리티지 중심 전략이 어느 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어느 지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분명하게 확인된다.

브레게는 25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을 맞아 창립자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1790년대에 고안한 수스크립션 방식 모델을 손목 시계 형태로 다시 제작했다. 당시 수스크립션 모델은 선납금을 받고 제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단순 구조를 통해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는 과거의 제작 철학을 현재 조건 안에서 재구성한 시도다. 역사적 소스에서 성능 요소와 디자인 언어를 추출하고, 현대적 손목 착용 환경에 맞춰 사양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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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는 시계 산업에서 역사적 정통성이 가장 강력한 자산임을 강조해왔다. 특히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에 걸친 브레게 워치메이킹 혁신은 현재 생산되는 수많은 기계식 시계의 기반이 된다. 브레게 스프링, 투르비용, 자동 감기 장치 등 핵심 기술의 상당수가 브레게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업계 공통 인식이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업계 인지도와 문화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브레게는 리테일 시장에서 제한된 노출을 보이며 브랜드 존재감이 과거만큼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에서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의 수상이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기념 모델이 아니라 브레게의 산업 내 실질적 위상을 다시 입증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스크립션 모델의 현대적 구현 방식은 브레게 제작 철학이 단순 복각을 넘어 섬세한 재해석을 전제로 함을 드러낸다. 18세기 모델은 단일 바늘로 시간과 분을 함께 표시했고 단순 구조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2025년 모델은 동일한 단일 표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에나멜 다이얼의 농도와 빛 반사각까지 조정해 시인성을 확보했다. 시계 케이스는 브레게 전통을 계승하는 코인 엣지 외관을 유지했으며, 다수의 수공 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소는 브레게가 대량화보다 장인적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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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는 기술적 성과 측면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GPHG 수상작 중 상당수는 불가리의 초박형 투르비용 모델처럼 세계 기록 수립과 같은 새로운 기술적 기준을 제시했다. 브레게는 역사적 정체성과 고전적 미학을 앞세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투르비용과 같은 기계 복잡 기능은 브레게 역사 핵심 요소임에도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전통적 철학을 강조하면서도 기술적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지점은 명확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시계 수집자 시장에서는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념비적 연도와 수속(구독 방식)의 역사적 상징은 향후 경매 시장에서 안정적 수요를 확보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250주년이라는 일정은 재판 가능성이 낮아 한정 생산된 모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높은 희소성과 경매 시장에서의 투자가치를 기대하는 전략은 실제 착용자를 늘리는 확장 전략과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수집가 중심 시장에만 의존할 경우 브랜드 저변 확대가 지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브레게의 최근 유통 전략 또한 점검 대상이다. 브레게는 다수의 경쟁사에 비해 디지털 기반 소통이 느리고 리테일 환경에서도 제한적 접근성을 유지해왔다. 수집가 시장에서는 높은 신뢰를 얻지만 신규 고객 유입에 제약이 있는 방식이다.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가 주목을 받는 동안 투자 가치 중심 담론이 강화되고 있는 점은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반영한다. 산업은 넓어지지만 시장 접근이 제한될 경우, 브랜드 성장이 특정 세그먼트에 고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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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는 미학적 정체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다이얼 구성, 면 처리 방식, 브레게 특유의 블루 핸즈 구조는 장시간의 수작업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현대 시계 제조에서 감소하고 있는 공정 요소다. 공정의 고도화가 반드시 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독자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 현장에서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요소가 그대로 보존되는 모델은 장기적으로 기술 자산을 축적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장인적 생산 방식은 생산 속도와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기술적 대량생산에 강점을 가진 경쟁 브랜드가 유통 구조를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브레게의 선택은 제한적 확장 가능성을 동반한다.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 수상은 브레게의 전략이 단기적 성과를 충분히 확보했음을 뜻하지만, 장기 생존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역사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지만, 기술 혁신과 고객 저변 확대에 대한 압력은 동시에 증가한다.

브레게는 두 방향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역사적 요소와 기술 요소의 균형 조정
둘째, 전통 기반 전략과 시장 확장 전략의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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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주년은 브랜드가 가진 역사 자원의 절정이면서, 동시에 다음 10년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에 해당한다.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의 수상은 현재 시점에서 헤리티지가 여전히 강력한 경쟁 요소임을 증명한다. 다만 산업 환경 변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헤리티지 중심 전략만으로 전체 시장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GPHG 수상은 브레게가 시장에서 평가 기준을 만족시켰음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고급 시계 산업은 영예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성과를 요구한다.


브레게가 다음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술적 존재감을 회복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조절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레게 Classique Souscription 2025 평가 요약

평가 항목 관찰 내용 산업적 의미
역사적 자산 활용 1790년대 수스크립션 제작 철학을 현대에 적용 헤리티지 기반 경쟁력 확인
기술적 존재감 투르비용 등 고차 기능 부재 기술 혁신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 미흡
제작 방식 수공 공정 유지, 에나멜 다이얼 등 전통 기법 강조 브랜드 정체성 강화, 생산 유연성은 낮음
유통·시장 접근성 제한적 소통 채널, 컬렉터 비중 높음 신규 고객 유입 속도 둔화
재판매 가치 전망 250주년 한정 요소로 희소성 부각 투자 수요 견인 가능